인터넷전문은행을 준비하는 기업과 은행들은 한결같이 다양한 서비스를 선보일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또 기존 금융권 접근이 어려웠던 소외계층을 위한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목표도 가지고 있다.
노인 등 디지털뱅킹 소외계층을 위한 교육과 대책이 시급하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29일 금융위원회(금융위)가 발표한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결과’에 포함된 각 업체의 사업계획을 들여다보면 고령층이나 시각장애인 등 디지털 소외계층을 위한 방안은 찾아볼 수 없다. 심지어 예비인가를 받은 K뱅크와 카카오뱅크마저 이들을 위한 방안을 뚜렷하게 제시하지 못했다. ‘기존 금융권에서 소외된 고객을 지원하겠다’면서도 대출 부문에만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이다.
인터넷뱅킹과 모바일뱅킹의 증가 추세, 저금리 기조와 수익성 악화로 고전하고 있는 은행들은 갈수록 몸집을 줄이고 있다. 금융감독원(금감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시중은행의 국내 지점은 6302개로 2014년 12월 6420개에서 118개 줄었다. 반면 인터넷뱅킹과 모바일뱅킹 쪽은 등록뿐 아니라 이를 이용하는 고객도 매년 증가하고 있다.
문제는 인터넷·모바일뱅킹, 인터넷전문은행 등 비대면 채널을 활용하는 고객 중 60대 이상 고령층의 비율이 현저히 낮다는 점이다. 인터넷뱅킹에 등록한 고객 중 60대 이상은 8.5%에 불과했으며 모바일뱅킹을 사용하는 60대 이상도 5.7%에 그쳤다. 대다수 고령층 고객은 여전히 은행 지점을 찾고 있다는 의미다.
60대 이상 고객들이 인터넷·모바일뱅킹 이용 방법에 서툰 탓도 있지만 서비스를 실시하는 금융권에서 고령층에 대한 교육과 대책이 미흡한 것도 큰 이유로 지적된다. 이런 상황에서 인터넷전문은행이 본격적으로 설립되면 연령별 금융서비스 이용 격차가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그럼에도 시중은행들은 이들을 위한 서비스를 마련하지 않고 있다. 카카오뱅크와 K뱅크 관계자는 모두 “고령층과 같은 소외계층에 대한 서비스는 현재 따로 마련해놓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러한 현실에서는 디지털뱅킹 소외층이 금융정보에 취약하고 경제적으로도 손해를 볼 수 있다. 대부분 은행에서는 인터넷·모바일뱅킹을 활용할 경우 우대금리를 적용하고 있다. 업무 수수료도 저렴하다. 이 같은 디지털뱅킹 활용의 장점은 인터넷전문은행에서 더 극대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디지털을 활용하지 못하고 은행 창구를 직접 방문하는 고령층 고객은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한국여성소비자연합에 따르면 스마트폰을 이용 중인 65세 이상 노인의 77%가 스마트폰 활용 교육을 받기를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전국 각지의 노인지원센터와 복지관에서는 노인들을 대상으로 스마트폰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서울노인복지센터 관계자는 “어르신들도 스마트폰에 대한 관심이 높으며 올해만 해도 벌써 2930명이 스마트폰 교육을 받았다”며 “그러나 카카오톡이나 메시지 보내기와 같은 교육에 그칠 뿐 공인인증서를 등록하는 등 절차가 복잡한 스마트뱅킹 교육은 어려움이 따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노인들이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을 활용해 디지털뱅킹의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관련 교육을 체계적으로 실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또 노인들도 비대면 채널에 대한 접근이 용이하도록 절차를 간소화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오규택 중앙대 경영경제대학장은 “시중은행이 직접 나서 비대면 채널과 디지털뱅킹의 소외계층이 없도록 기술을 개발하고 디자인을 개선하는 등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금재은 인턴기자 silo12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