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록도와 전국의 한센인 여러분께 먼저 인사 올립니다.
한센인의 이웃이신 고흥군민 여러분, 오늘을 더욱 뜻깊게 만들어주신 황교안 국무총리님과 여러 정치지도자들, 이길용 한국한센총연합회장님을 비롯한 내외 귀빈 여러분, 감사합니다.
특히 43년 동안 한센인을 어머니 이상으로 보살피신 마리안느 수녀님께 한국인들이 미안하고 고마워한다는 말씀을 오래 전부터 전해 드리고 싶었습니다. 지난 100년의 영욕을 간직하며 오늘을 준비하신 국립소록도병원 박형철원장님과 직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오늘은 소록도의 지난 100년을 총괄하고 새로운 100년을 시작하는 날입니다. 지난 100년의 소록도는 인간의 선과 악, 체제의 온정과 폭력이 응축돼 표출된 공간이었습니다.
소록도는 통한과 절망의 땅이었습니다. 소록도에서는 체제의 광기 아래 인간이 인간에게 말살됐습니다. 세상의 편견 앞에 가족이 가족에게 버림받았습니다.
그러나 소록도는 사랑과 희망의 땅이기도 했습니다. 암흑 속에서 인간은 광명을 만들어냈습니다. 인간이, 인간을 뛰어넘는 사랑으로, 인간을 구원했습니다.
오늘 우리는 지난 100년 사이에 이곳에서 벌어졌던 일제의 한센인에 대한 생체실험과 단종조치와 강제노동을 기억합니다. 한센인들의 고통과 절망, 고독과 죽음을 기억합니다.
동시에 우리는 마리안느 수녀님과 마가렛 수녀님과 김정희 약사님 등의 헌신과 사랑, 용기와 지혜를 기억합니다. 사랑이 있는 한, 희망이 있다는 마리안느 수녀님 등의 무언의 증언을 기억합니다.
이제 소록도는 세계 어느 공원, 어느 숲, 어느 섬보다도 아름다운 곳이 됐습니다. 소록도는 한센인들의 피와 눈물이 배었기에 아프도록 아름답습니다. 소록도는 마리안느 수녀님 등의 사랑과 땀이 스몄기에 눈부시게 아름답습니다.
이런 소록도를 우리는 지켜야 합니다. 이곳에 흐른 피와 눈물을, 슬프거나 치욕스럽더라도 간직해야 합니다. 이곳에 녹은 사랑과 땀을, 고맙고 자랑스럽게 남겨야 합니다.
이제 우리는 소록도의 아픔과 구원을 인류의 미래를 향해 발신할 때가 됐습니다. 광기의 체제가 저지른 인간말살을, 폭력과 편견에 찢긴 절망과 통한을, 절망의 암흑 속에서 꽃핀 사랑과 헌신을, 사랑과 헌신으로 싹튼 희망과 광명의 씨앗들을 인류에게 두고두고 전해야 합니다. 이것이 소록도의 새로운 100년의 사명입니다.
이 사명을 위해 소록도를 국가정원으로 지정하고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할 필요가 있습니다. 소록도를 역사문화공원으로 조성하는 등 ‘세계의 소록도’로 가꾸어야 합니다. 중앙정부의 결단과 지원을 황교안 총리님께 간청 드립니다. 전라남도와 고흥군도 적극 노력하겠습니다. 소록도는 그 어둠도 밝음도, 인류를 위한 영구자산입니다.
한센인 여러분의 희생과 인고는 인류의 양심에 영원히 새겨질 것입니다. 마리안느 수녀님 등의 헌신과 사랑은 인류의 가슴에 영원히 살아 숨쉴 것입니다.
여러분, 감사합니다.
2016. 5. 17. 전남지사 이낙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