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하산 소굴’ 한국전력…권력비호·저효율성·방만경영 ‘도마 위’
-한전 사장 ‘빅3’ 공기업 모두 거친 낙하산의 ‘달인’ 비판 제기
-끊이지 않는 낙하산 “정부-한전 이해관계 맞아 떨어진 탓” 분석
-비전문가 감사 독차지…감사원에 낭비성, 방만 운영 다수 적발
-“더 늦기전에 비대해진 한전을 시급히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 커져
<편집자주> ‘신의 직장’ 논란을 빚는 공기업의 방만 경영은 그동안 지속적으로 문제가 제기됐다. 가장 대표적인 사안이 일감몰아주기, 방만경영, 낙하산 인사, 비리직원 감싸기 등이다. 정부는 비판 여론을 의식, 공기업 개혁 차원에서 관련 대책을 내놨지만 현장에선 ‘눈 가리고 아웅’식의 편법 대응이 판을 쳤다. 한국전력공사도 예외는 아니었다. 지자체와 일부 언론 등은 한전이 나주 빛가람혁신도시에 이전하면서 에너지밸리 조성 등으로 지역사회 획기적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는 장밋빛 청사진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연이어 드러나는 한전의 ‘민낯’에 공정성장과 윤리경영을 바라는 지역민의 시선은 복잡하다. 더 늦기 전에 한전의 브레이크 없는 독주를 시급히 막아야 한다는 지적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장밋빛 청사진 속에 가려진 국내 최대 공기업 중 하나인 한국전력의 속살을 짚어봤다.
전남 나주 빛가람혁신도시 한국전력 본사 전경
[일요신문] 한국전력의 수장부터 이사, 감사자리가 정법관계 낙하산 인사들의 ‘집합소’가 되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한전은 지난달 25일 임시주총을 열고 상임감사위원에 이성한 전 경찰청장과 비상임 감사위원에 조전혁 전 의원을 재선임했다.
이 전 청장과 조 전 의원은 에너지와 감사 분야 경험이 전무하다는 점에서 전형적인 낙하산 인사라는 지적이다.
특히 한전은 최근 몇 년사이 본사와 자회사의 비리가 잇따라 터지자 ‘부패와의 전쟁’을 선언하는 등 감사의 업무가 더욱 중요한 시점에 감사지식이 부족한 정관계 인사들을 감사위원으로 채워 사내외에서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다.
한전은 사외이사를 맡다가 이번 20대 총선에서 인천 남동을 지역에 출마했으나 낙선한 조 전 의원을 곧바로 다시 사외이사로 복귀시킨 것이다.
이는 한전 낙하산 인사의 빙산의 일각이다. 지난 1월 임기만료로 그만둔 안홍렬 상임감사는 검사 출신에 한나라당 당직을 맡은 경력이 있다. 그도 20대 총선에 출마했으나 낙선했다.
지난 3월 사외이사를 중도 퇴임한 안현호 전 사외이사는 산업부 차관 출신이다. 특히 안 전 차관은 2011년에도 한전 사외이사를 맡다가 2개월 만에 그만두고 한국무역협회 부회장 자리로 옮긴 전력이 있다.
이밖에도 사외이사에는 다수의 정·관·법계 퇴직 인사들이 수시로 선임됐다 중도 퇴임하는 등 무분별하게 운영되고 있다.
지금은 임원급만 문제시 되고 있지만 아직 드러나지 않은 ‘처장.차.부장급’ 과 ‘보은 또는 보험용’ 외부인사도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전의 낙하산 영입이 논란이 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우선 한전 및 그룹계열사의 수장 자리부터 낙하산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 관리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 퇴직인사 몫인 것이다.
한전 조환익 사장과 한수원 조석 사장은 산업부 차관 출신이다. 지난해 6월 그만둔 중부발전 최평락 전 사장도 산업부 실장 출신이다.
특히 조 사장은 수출보험공사, 코트라. 한전 등 산업부 산하 ‘빅3’ 공기업 수장을 차례로 맡아 업계 일각에선 낙하산의 ‘달인’이라는 비아냥도 나온다.
정관법계의 낙하산 인사들이 한전에 쉽게 자리를 잡을 수 있는 데에는 그만큼의 이유가 있다는 분석이다. 정부와 한전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결과라는 것이다.
즉, 한전은 정부와 권력자들의 비호를 받으면서 국가 전력산업을 독점하는 등 막대한 잇속을 챙기고, 정부 또한 고액의 배당금을 받아가는 것은 물론 친여 인사들에 대한 논공행상식 인사적체를 해소하는 통로로 이용한다는 것이다.
국가 발전산업부문에서 한전의 6개 발전자회사가 80%를 장악하고 있다. 송배전부문과 소매부문은 한전이 100% 장악하고 있다.
이를 통해 한전이 거둬들이는 금액은 어마어마하다. 한전의 지난해 수익은 매출액 59조원, 영업이익 11조원, 당기순익 13조원이다.
한전은 지분율의 대부분을 국가 기관이 차지하고 있다. 현재 최대주주는 산업은행으로 지분 32.9%를 보유하고 있다. 이어 정부가 18.2%, 국민연금공단이 6.73%를 갖고 있다. 한전의 최대주주는 사실상 정부다.
정부는 지난해 한전의 순이익 중 2조원을 배당금으로 책정했다. 이는 역대 최대 규모로 시가배당률은 6.2%에 해당한다. 정부가 챙긴 금액만 1조원에 달한다.
그러나 한전은 국민이 낸 전기료를 바탕으로 운영하는 공기업이기 때문에 이번 현금배당은 세금잔치라는 비판이 들끓고 있다.
이는 정부의 재정난과 무관하지 않다. 정부와 산업은행의 재무상황이 한전의 배당확대라는 결정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한전이 정부와 권력자들의 비호를 받으면서 국가 전력산업을 독점하며 잇속을 챙기고 있는 데다 한전 수뇌부가 자신을 낙하산으로 내려 보내 준데 대한 ‘보은’적 협력이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에너지 분야 경험과 지식이 전무한 인사들이 한전 고위직을 맡다보니 제대로 된 감사가 이뤄질 리가 없다.
감사원은 지난 3월 한전그룹사에 대한 기관운영감사에서 17건의 위법 및 부당사항과 제도개선 사항을 적발했다.
적발된 내용을 보면 3급 이상 퇴직임박 직원을 보직에서 제외하고 정원 외 인력으로 관리하면서 해당 인원만큼 직급별 결원을 초과 산정해 승진시키며 상위직급을 과다 운영했다.
임금피크제 대상자로 퇴직이 임박한 3급 이상 직원 270여명을 ‘관리역’으로 돌린 뒤 승진적체 해소 등을 위해 규정과 다르게 ‘정원 외 인력’으로 관리했다.
이에 따라 ‘정원 외’인 이들의 인건비(2014년 기준 279억원)가 예산으로 나오지 않자 이를 충당하기 위해 하위직급의 결원을 방치한 것이다.
부적절한 징계감경 제도를 운영해온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최근 5년간 사회봉사를 통한 사후 감경 사례는 전체 징계처분 건수의 6.7%인 34건에 달했다.
전력산업발전기금을 재원으로 지자체에 테마식물원 조성 같은 발전소 주변지역 지원사업을 진행하면서 부지도 확보하지 않은 사업에 사업비를 내주는 등 부실하게 관리한 탓에 현장에서 집행되지도 않았다.
이로 인해 반납하지도 않은 지원사업비가 무려 2천16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뿐만 아니다. 출자회사 설립 시 타당성 검토를 부실하게 해 설립 후 수주실적이 전무한데도 자금을 추가 지원했다.
특히 단순 현장서비스업무에 전문성·기술성을 요구하는 입찰방식을 도입해 특정업체가 장기간 계약을 독점하도록 방관했다.
외부 장학재단 등에서 대학생 자녀의 학자금을 지원받은 직원 313명에게 별도로 등록금을 초과하는 10억여원을 이중으로 지원(무이자 대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전력은 한국장학재단이 중복 지원 확인차 학자금 지원자료 제공을 요청해도 응하지 않았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이밖에 한국전력은 나주 혁신도시로 이전하면서 4800만원을 들여 신사옥에 풍력발전기를 설치했는데, 이후 80일간 누적 발전량이 계획서상 3일치에 불과해 부적합 판정을 받아 무용지물로 전락했다.
업계에선 각종 대형 비리와 사건사고가 터지기 전에 비대해진 한전을 시급히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무차별적인 낙하산을 막고 철저한 감시와 견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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