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남협회 관계자들의 거센 판정 항의에 한때 경찰 병력까지 동원됐었다. | ||
먼저 성추행으로 고발당한 대보협의 B 이사(<일요신문> 848호 표기)는 이번 전국체전에서도 심판을 맡았다. 심판 중에서 핵심인사로 여전히 막강한 영향력을 과시했다. 원래 대보협의 심판이사를 맡았던 B 이사는 성추행 사건으로 피소되면서 ‘도의적 책임’을 지고 심판이사에 물러났다. 이는 대보협이 성추행의 피해자인 A 선수 측에게 보낸 답변서에 그렇게 나와 있다. 하지만 심판이사에서 ‘심판’ 두 음절만 떨어져 나갔을 뿐이지 협회 이사직은 그대로 맡고 있으면서 심판활동도 왕성하게 벌이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A 선수의 대리인을 맡고 있는 친언니는 “애들 장난도 아니고 이게 말이 되느냐? 경찰서장이 도의적 책임을 지고 사퇴하면 그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이지 부서장을 맡으면 되느냐?”고 어이없어 했다.
더욱 황당한 것은 B 이사의 반대편으로 분류되는 한 이사는 협회 게시판에 협회를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는 이유로 협회 측으로부터 고발당했고, 또 이번 전국체전에서는 이를 이유로 심판 임명에서 제외됐다. 똑같이 고발당했는데 누구는 정상적으로 활동하고, 누구는 심판 권리를 박탈당한 것이다.
이에 대해 대보협의 창용찬 홍보이사는 “개인적으로 B 이사가 심판을 보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도의적으로 심판이사직에서만 물러난 것이지 성추행 혐의가 밝혀진 것이 아니지 않은가? 또 전국체전의 특성상 시도협회 소속 심판을 제외하는 까닭에 국제심판이 부족했고, 이에 따라 B 이사가 심판을 맡을 수밖에 없었다. 아무 문제없다”고 설명했다.
참고로 B 이사에 대한 ‘강제 성추행으로 인한 상해’ 고발건은 현재 해당경찰서에서 서울지방검찰청으로 이첩된 상태에서 이달 내로 기소여부가 결정될 예정이다. 또 당시 편파판정으로 예상 밖의 우승컵을 차지한 D 선수는 판정시비의 충격 때문에 보디빌딩을 접고, 경기도의 한 태권도장에서 사범으로 일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전국체전을 앞둔 지난 10월 3일 대보협 홈페이지의 자유게시판에 실린 글들이 통째로 삭제됐다. 가입회원들은 물론이고, 대보협 내부직원들에게 사전공지 없이 단행된 횡포였다.
게시판 죽이기는 그동안 대보협 홈페이지 관리를 맡아온 윤두규 사업이사가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스터&미즈코리아 대회 심판판정과 또 성추행 파문과 관련해 게시판이 특정인을 비방하거나, 확인되지 않은 루머로 가득 찼고, 이 과정에서 네티즌을 상대로 한 고소사건까지 발생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었다.
창용찬 이사는 “말이 협회 홈페이지지 실제로는 개인이 관리해왔다. 게시판 삭제도 B 이사가 법정공방으로 곤란한 상황에 몰리자 독단적으로 처리한 것이다. 물론 협회가 큰 차원에서 협회 홈페이지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것은 잘못이다. 하지만 의도적으로 반대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밀어붙인 행동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가뜩이나 문제가 많은 한국 보디빌딩이다 보니 전국 보디빌딩인이 모인 전국체전에서 문제가 없다면 오히려 그것이 이상할 정도다.
문제는 지난 12일 폭발했다. 남자 고등부 -75kg급 박성준(울산)의 순위발표에서 시작됐다. 우승자와 겨뤄도 손색이 없는 몸 상태로 평가받던 박성준이 6위에 그치자 울산보디빌딩협회 측이 거세게 반발했다. 실제로 박성준은 비교심사도 6차례나 올라갔는데 고작 2번에 그친 선수가 동메달을 따냈다. 이에 울산협회 측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박성준이 눈물을 훔친 것은 물론이다.
이어 -65kg급에 출전한 엄도경(경남)이 못해도 3위는 가능하다는 예상을 깨고, 7위로 밀려났다. 그러자 경남협회 관계자들이 정상적인 대회 운영이 어려울 정도로 항의에 나섰다. 이에 경찰병력이 경기장인 여수시민회관 내로 들어왔고, 간신히 장내를 정리했다.
남자 일반부 미들급에 출전한 이진호(대구)는 은메달을 따냈지만 심판판정에 강한 불만을 품고, 시상대에 올라가 포즈를 취하지 않고 메달을 벗어내며 그냥 퇴장해버렸다.
여기에 실명 공개를 거부한 지방 시도협회의 한 일반부 선수는 ‘자신이 직접 심판로비 비용으로 총 300만 원의 현금을 전달했다가 전국체전 판정에서 불이익을 받자 되돌려받았다’며 한 시도협회 임원에게 구체적으로 진술했다. 이 선수는 현재 공개적인 양심선언을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판정시비에 대해서도 대보협은 ‘문제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창용찬 이사는 “전국체전 자체가 워낙 시도협회의 경쟁이 치열한 까닭에 기대치에 못 미치는 성적이 나온 시도의 항의는 일상 다반사다. 예컨대 경남협회도 자신들이 기대보다 좋은 성적이 나온 체급에 대해서는 한마디 말이 없다. 이진호 선수도 시상식을 거부한 것이 아니라 일단 참석한 후에 포즈만 취하지 않은 것이다. 또 심판 금품수수 설은 정말이지 말도 안 되는 얘기다. 가뜩이나 올스타대회 이후 심판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는데 어떻게 돈을 받을 수 있겠는가”라고 반론을 폈다. 창 이사는 “근본 원인은 협회가 회장선거를 앞두고 두 파로 나뉘어 싸움을 벌이고 있는 데 있다. 현 집행부의 반대파에서 이것저것 의혹을 제기하는 것이다. 협회가 모든 일을 100% 잘했다고 할 수는 없지만 심한 얘기들도 많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유병철 스포츠전문위원 eine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