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양정철 전 비서관, 전해철 의원, 이호철 전 수석.
4·13 총선을 거치면서 삼철의 행보도 희비 곡선을 그렸다. 전해철 의원(경기 안산 상록갑)은 20대 총선에서 ‘일여다야’를 극복하고 재선 고지에 올랐다. 친노(친노무현)계에서 친문(친문재인)계로 좁아진 더민주 주류 세력의 핵심으로 부상한 것이다.
전 의원은 20대 국회 개원 전까지 세월호 진상규명 토론회 개최를 시작으로 국회 서민주거복지특별위원회 위원과 법제사법위원회 제2 소위원장 등을 맡으며 정책 행보에 매진했다. 친문계 실세라는 비판을 의식한 행보로 비춰졌다. 앞서 4·13 총선 공천 과정에서 친노계 좌장인 이해찬 의원이 낙천하자 당 안팎에선 “친노계를 죽이는 대신 친문 핵심을 살렸다”는 비판이 적지 않았다.
양정철 전 비서관과 이호철 전 민정수석은 20대 총선 불출마를 선택했다. 지난해 12월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기소돼 징역 2년의 실형을 확정 받은 한명숙 전 대표의 당적 논란이 일자 문 전 대표는 ‘한명숙 자진 탈당’ 권고와 함께 양 전 비서관과 이 전 수석, 윤건영 전 비서관 등의 총선 불출마 입장을 확인했다. ‘친노 비선’ 실세 의혹을 차단하기 위한 승부수였다.
양 전 비서관은 이후 4·13 총선 때까지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과 진중권 동양대 교수, 표창원 더민주 의원(당시 후보) 등과 함께 범야권 공영방송으로 기획된 ‘시민표창양비진샘’의 멤버로 활동했다. 이 플랫폼은 광고전문가인 손혜원 더민주 당선인이 기획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양 전 비서관이 정의당의 ‘노유진 정치카페 시즌2’ 핵심 멤버로 합류할 것이란 얘기가 돌았지만 정의당 한 당직자는 “그것은 아니다”라며 “당 체제 개편이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시즌2의 전체적인 그림을 그리지 못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양 전 비서관은 당분간 휴식을 취할 것으로 전해졌다.
원조 친노의 맏형격인 이호철 전 수석은 두문불출 중이다. 제5공화국 당시 부산지역 최대 공안 사건이었던 ‘부림 사건’의 피해자인 이 전 수석은 지난해 7월 9일 재심에서 33년 만에 무죄 판결을 받은 뒤 주변에서 총선 출마를 권유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그의 선택은 불출마.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 전 수석이 2012년 총·대선 전 여행 등을 하면서 정치권과 거리를 둔 만큼, 당분간 정치개입 없이 조용한 행보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한다. 그는 2012년 대선 전인 7월 부인 김승란 씨와 함께 311일간 세계 곳곳을 여행한 체험기를 담은 ‘지구와 연애하는 법’을 출간한 바 있다.
다만 20대 총선에서 귀환한 최인호 박재호 전재수 의원 등이 이 전 수석이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시절 청와대에 입문한 터라, 이들과의 정치적 교감은 꾸준히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본격적인 차기 대선판이 열린다면 이들 3인방의 행보 역시 한층 빨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이들은 문 전 대표의 ‘1m 그룹’이다. 당내 범주류 인사와는 차원이 다르다. 문 전 대표에게 이들 3인방은 ‘천군만마’다. 그러나 동시에 딜레마다. 문 전 대표의 대권 탈환을 위한 제1 조건은 ‘친노(친노무현) 이미지’ 지우기다. 이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어떻게 풀어 가느냐가 차기 대선 고지 선점의 방향타가 될 전망이다.
윤지상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