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고의 해를 보내고 있는 주희정이 올 시즌 MVP를 노리고 있다. 임준선 기자 | ||
정지원(정): 요즘 들어 주희정이 새삼 부각되는 이유를 뭐라고 생각해요?
주희정(주): 프로경력 12년 만에 처음으로 주장 완장을 차서 그런 건지 팀원들이 많이 밀어준 덕분이라고 생각해요. 나이 차가 별로 나지 않는 이상범 감독께서 믿고 편안하게 대해주시는 것도 커다란 이유 중의 하나라고 생각하고요. 또, 초등학교 때부터 꾸준히 개인연습을 했던 결과가 올 시즌에 빛을 발하고 있는 것 같아서 보람을 느낍니다.
정: 3라운드 현재까지 주희정이 가장 강력한 MVP 후보라고 생각하는데 아무래도 팀 성적이 끝까지 따라줘야 가능하지 않겠습니까?
주: 물론이죠. MVP는 주로 1, 2위 팀에서 나온다고 봐요. 적어도 마지노선이 4강이라고 생각해요. 저희 팀은 현재 3위를 달리고 있지만 시즌 초부터 계속 선두권을 유지해왔어요. 워너의 부상과 국내 선수들의 잦은 부상으로 다소 정체된 느낌이지만 특히 워너가 빨리 돌아와 준다면 정규리그 우승 가능성도 매우 높다고 봐요.
정: KT&G가 지난해 유망한 팀에서 올해 확실한 강팀으로 변모했는데 그 이유를 어디에서 찾고 있나요?
주: 외국인 선수가 커밍스에서 워너로 바뀐 것이 가장 큰 이유죠. 커밍스도 좋은 선수지만 워너만큼 파괴력이 크진 않았어요. 또, 프로 2년차 양희종의 기량 향상이 두드러져요. 리바운드와 블록 능력이 신인 시절보다 훨씬 강력해졌어요. 속공을 위해 뛰는 것도 좋아졌고 전반적으로 농구에 눈을 떴어요. 마지막으로 팀이 지난해 전임 유도훈 감독이 만들어놓은 ‘빠른 농구’에 이제 완전히 적응을 한 것 같아요.
정: 그렇다면 워너가 부상 중인 시기를 잘 넘겨야겠군요?
주: 사실 MVP에 욕심이 나긴 하지만 그것도 팀 우승보다는 후순위겠죠. 정규리그 우승을 하려면 워너가 복귀할 때까지 반드시 3위를 지켜야 한다고 생각해요. 워너가 오면 바로 치고 올라갈 수 있기 때문에 그때까지는 선두와 승차를 2~3경기로 묶어놓는 것이 급선무라고 봐요.
주: 지적보다는 이해로 팀을 다스리는 감독님 스타일이 저에게는 잘 맞는 것 같아요. 감독님 표정만 봐도 그 뜻을 알죠. 실수를 해도 절대 질책하지 않으시지만 저는 고치려고 노력하게 돼요. 저에 대한 배려가 지나칠 정도이셔서 몸둘 바를 모를 때도 있었어요.
정: ‘주희정=체력’이라는 등식이 성립돼 있는 것 아시죠? 지치지 않는 체력은 타고난 건가요 아니면 만들어진 건가요? 정말 궁금하네요.
주: 결론은 체력도 만들어진다고 생각해요. 전 사실 심폐기능이나 지구력이 강한 편이 아니었어요. 어린 시절에 산을 뛰든 운동장을 뛰든 1등 한번 하고 싶어서 개인 체력훈련을 시작하게 됐어요. 두 달 만에 1등을 하게 되면서 ‘체력도 노력’이라는 믿음이 생겼어요.
정: 어린 시절부터 이어진 훈련의 강도가 30대인 요즘도 변함이 없다던데 사실인가요?
주: 솔직히 저도 정말 지겹고 하기 싫어요. 코트 위에서 농구만 했으면 좋겠어요. 어린 시절 뛰어난 재능을 가진 선수들을 보면서 재능이 부족한 제 자신을 많이 원망했어요. 결국 저 같은 경우에는 노력과 훈련 외에 달리 방법이 없었고 그러다보니 남들보다 더 많은 시간을 체력훈련에 투자하게 됐죠. 그런데 지난해부터 그동안 누적됐던 엄청난 양의 훈련효과가 드러나기 시작한 거예요. 그래서 요즘 더 뿌듯하고 흐뭇하긴 한데 그래도 하기 싫은 건 마찬가지에요(웃음).
정: 주희정은 ‘징크스 대왕’이라고 소문이 파다한데 여전한가요?
주: 후배인 이현호가 하도 뭐라고 해서 징크스를 많이 없애는데 성공했어요. 대표적인 사례로는 홈경기 때 숙소에 불 켜놓고 경기장을 왔었는데 이젠 꺼놓고 온답니다. 또 볼일을 보고 나서 화장실 물을 내리지 않았었는데 이제 그 징크스도 없앴어요. 경기할 때 검정색 속옷과 양말을 착용하지 않았었던 습관도 바뀌었죠.
정: 남은 징크스는 뭔가요?
주: 농구화 끈을 오른쪽부터 매는 것은 여전하고요. 경기 시작 전 꼭 같은 자리에서 스트레칭을 하고 있죠.
주희정은 올해 ‘최고의 해’를 보내고 있다. 팀 전력과 본인의 기량이 함께 만개하고 있다. 새해 5일에는 사랑하는 둘째 딸 서정이의 돌잔치도 돌아온다. 딸도 아빠를 닮은 것일까. 쉴 새 없이 뛰어노는 둘째 때문에 놀아주기가 겁난단다. 등잔 밑이 어둡다더니 ‘체력대왕’ 주희정의 최대 라이벌은 바로 집안에 있었던 것인가.
CJ미디어 아나운서 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