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익배 십단전에서 박정환 3단(오른쪽)이 백홍석 6단을 물리치고 타이틀을 획득했다 | ||
박 3단은 이번 정상 정복의 과정에서 화려하고 당당한 실력을 충분히 보여 주었다. 본선 1차전에서 이용찬 5단을 제친 박 3단은 2차전에서는 자타가 공인하는 강자 원성진 9단을 꺾었고, 3차전에서는 막강 신예군에서도 대표 주자의 하나로 꼽히는 윤찬희 2단을 가볍게 따돌렸다.
1월 10일의 준결승에서 만난 상대는 당대의 이창호 9단. 결과적으로 이 판이 이번 십단 장정의 최대·최후의 고비였는데, 사전 예상은 이창호 9단의 6 대 4 우세. 그러나 결과는 박 3단의 불계승이었다. 반전무인. 박 3단은 상대를 의식하지 않는 모습이었고, 침착하면서도 대담한 착수로 접전을 벌였다. 그리고 찬스가 오자 놓치지 않고 이창호 9단의 대마를 함몰시켰다.
그 판의 승리가 엄청난 자신감과 추동력의 원천이 되었음은 물론이다. 박 3단의 쾌거에 대해 사람들이 우승과는 별도로 우승의 내용에 더욱 감탄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박 3단은 1993년 1월 11일생이니 이제 막 만 16세가 됐다. 박 3단의 이번 우승은 본격 기전 최연소 타이틀 획득 역대 2위의 기록이다. 1위는 이창호 9단의 13세. 이 9단은 1988년 제8기 KBS 바둑왕전에서 우승했다. 이는 아직까지 깨지지 않고 있는 세계 최연소 타이틀 획득 기록이기도 하다.
경향신문이 주최하고 주식회사 원익이 후원하는 원익배 십단전은 상금 규모 국내 랭킹 2위의 타이틀로 하이원배 명인전, GS칼텍스배, 전자랜드배 등과 함께 국내 4대 메이저 기전으로 꼽히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KBS바둑왕전이 TV 속기전인 것을 감안하면, 이번 박 3단의 십단전 우승은 국내 최연소 본격 타이틀 획득 기록이라 해도 큰 무리는 아닌 셈이다.
아버지와 작은아버지 등 집안 어른들이 바둑 두는 것을 보고 호기심을 느껴 동네에 바둑교실이 생기자 바둑 배우기를 자청했다는 소년 박정환은 이후 프로기사의 산실 권갑용 7단 도장에서 공부했다. 이세돌 9단, 최철한 9단 등이 도장 선배다. 박정환은 2006년 5월 열세 살 때 입단했다. 요즘은 입단 연령이 많이 낮아지긴 했지만 그래도 아주 빠른 편이다. 그 무렵 이미 천재 소리를 들었다.
아무튼 새로운 ‘어린 왕자’의 출현으로 올 시즌 우리 바둑계는 또 한 번 탄력을 받을 것이고 재미있게 됐다.
“요즘 거론되고 있는 기재들 중에서도 박정환은 발군이다. 정상권 판도변화에 박정환이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다.” 결승2국을 해설했던 양재호 9단의 말이다.
이광구 바둑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