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셸 위(왼쪽)와 신지애. | ||
사무국 행정까지도 영향
미LPGA 선수이사에게는 그다지 큰 혜택이 없다. 정일미는 미LPGA로부터 지난해 12월 초 미LPGA본부에서 열린 회의에 참석하는 비용(항공 및 숙박비)을 실비로 제공받았고, 전용 휴대폰 하나를 받았다. 이것이 전부다. 회의참석 비용은 당연한 것이고 휴대폰도 매주 화요일 컨퍼런스콜(전화회의)을 하기 위한 것이기에 사실상 특별한 지원은 없는 것이다. 즉 훈련을 하기도 바쁜 선수들에게는 다소 귀찮을 수 있는 ‘무보수 명예 자원봉사직’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영향력은 무시할 수 없다. 미LPGA와 관련된 주요 정보를 가장 먼저 접하고, 또 이와 관련하여 전체 선수들을 대변해 의견을 개진한다. 예컨대 최근에는 미LPGA사무국 직원 10명을 해고한 것과 관련해 선수이사들이 그 배경을 꼬치꼬치 따졌고 심지어 미LPGA 수장인 캐롤린 비벤스(커미셔너)의 보너스도 선수이사들이 최종적으로 논의했다. 정일미는 특히 투어에서 가장 비중이 높은 한국선수들을 대변하고 한국에서 열리는 LPGA대회와 한국스폰서와 관련한 것 등이 주요업무다. 오프라인 회의나 전화미팅 후에는 항상 전화나 이메일로 한국선수들에게 관련소식을 전하곤 한다. 덕분에 한국선수들이 이전에 비해 투어의 각종 정보를 빠르고 정확하게 접하게 됐다.
▲ 정일미와 어깨동무한 신지애. | ||
한국강세와 흥행
지난 1월 말 미LPGA에서 3번째로 상금규모가 큰 긴오픈(250만 달러)이 전격 취소됐다. 미국의 경제한파에 따른 투어 규모 축소로 ‘위기’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정일미는 다른 해석을 내놓았다.
“대회가 없어지는 시점에서 위기감이 없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하지만 이제 미LPGA투어는 단순한 미국 내셔널투어가 아니다. 미국 본토는 물론이고, 하와이 한국 멕시코 일본 태국 중국 프랑스 영국 등 아시아 유럽 등지에서 대회가 열리고 있다. 이와는 반대로 유럽여자투어(LET)는 갈수록 침체되고 있다. 미LPGA 사무국의 바람대로 장기적으로 LET를 흡수하는 월드와이드투어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경기가 좋지 않지만 중국 등 아시아신흥시장에서는 오히려 스폰서기업이 늘고 있다.”
현재의 미국 경제위기는 미LPGA라는 큰 나무의 잔가지를 흔드는 수준일 뿐이라는 해석이다. 특히 올해 신지애, 미셸 위 등 슈퍼루키들의 가세로 오히려 흥행은 더 좋아질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한국선수들의 성적에 대해서도 “워낙 실력이 뛰어난 어린 선수가 많은 만큼 역대 최고의 성적을 무난히 달성할 것이다. 기량차가 크지 않아서 어느 대회서 누가 우승할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수준이다.
세계 1위 오초아도 현재 전성기인 만큼 선전하겠지만 한국선수들의 거센 도전을 받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잘하면 우승컵이 골고루 나눠지면서 사상 처음으로 한국선수들 중에서 최고의 선수(상금 1위를 의미)가 배출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정일미는 한국선수의 모임을 공식적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견해에 대해 “그렇지 않아도 한국선수들에 대한 견제가 심한데 모임을 만들 경우 불필요한 오해와 불협화음을 만들어낼 가능성이 크다. 투어를 다니다보면 자연스럽게 한국선수들 전체가 모이는 자리가 몇 차례 만들어진다. 굳이 공식적인 모임을 만들지 않아도 충분히 권익을 지킬 수 있다”고 말했다.
37세 ‘골드미스’로 코리안 낭자부대의 맏언니인 정일미는 동계훈련 기간 중 대상포진을 앓아 큰 고생을 했다. 컨디션이 좋지 않아 SBS오픈 출전을 포기할까 고민도 했지만 한국기업이 스폰서를 맡는 시즌 개막전이 선수이사로 뛰는 첫 대회로는 제격이라고 판단해 2월 7일 하와이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치노힐(미 캘리포니아주)=유병철
스포츠전문위원 eine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