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랭킹 2위의 박인비는 올 시즌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9개 대회에 출전해선 세 차례 기권에다 한 번은 컷오프 탈락을 경험했다. LPGA투어 통산 17승(메이저 7승)에다 명예의 전당 입성을 앞둔 ‘골프여제‘의 모습과는 상당히 거리감이 있다.
올 시즌 허리 부상과 오른손 엄지와 검지 사이를 잇는 인대 부상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박인비는 이런 어려움에도 오는 6월 9일부터 열리는 KPMG위민스PGA챔피언십 출전을 강행하겠다고 발표했다.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 지난해 명예의 전당 포인트(27점)를 이미 채웠고, 올해 10개 대회만 출전하면 비로소 명예의 전당 입성이 완성되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골프계에선 박인비의 무리한 출전 강행에 대해 우려의 시선이 제기되고 있다. 유명 골프의 코치로 활동 중인 A 씨는 “LPGA 명예의 전당 가입요건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인비가 손가락 부상에도 불구하고 대회에 출전했다가 기권하는 일을 반복하게 만드는 규정은 전세계 골프계의 크나큰 손실이라는 의견을 나타냈다.
박인비는 오는 9일부터 열리는 KPMG위민스PGA챔피언십에 1라운드만 마치고 기권해도 명예의 전당에 입성한다.
박인비가 KPMG위민스PGA챔피언십에 출전해서 1라운드만 마치고(성적이 어떠하든) 기권하면 올 시즌 10개 대회 출전한 규정을 채우면서 자동적으로 명예의 전당에 입성하지만 과연 그 결과에 대해 진심으로 박수쳐 줄 수 있는 팬이 얼마나 되겠느냐는 얘기도 덧붙였다.
“현재 박인비의 행보를 보면 이번 주 대회 출전 후 곧장 휴식 모드로 돌아갈 확률이 크다. 그럴 경우 리우올림픽 출전도 불투명하다. 박인비는 한국 골프사에 소중한 자산이다. 그런 선수가 명예의 전당 입성과 관련해 잡음이 생기는 게 안타깝다. 세계 랭킹 1위였고 LPGA 투어의 여제로 군림했던 로레나 오초아는 명예의 전당 입성 포인트를 모두 채웠음에도 불구하고 정상에 있을 때 과감히 은퇴를 선택하는 바람에 명예의 전당에 오르지 못했다. 박인비가 부상에도 불구하고 대회 출전을 강행한다면 명예의 전당 입성을 달성하면서도 정작 자신의 명예를 지키지 못하는 아이러니한 일이 발생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다른 골프관계자 B 씨는 박인비가 부정적인 여론에도 불구하고 대회 출전을 강행하는 이유를 충분히 이해하겠다는 입장이었다.
“명예의 전당 입성은 말 그대로 아무한테나 그 기회가 주어지는 게 아니다. 낙타가 바늘 귀 통과하는 것에 비유될 정도다. 일반대회에서 우승하면 1점이다. 한 시즌에 5승을 거두면 5점이 되는 것이다. 우승만 해선 점수 채우기가 요원하다. 올해의 선수상, 최저 타수상을 한두 차례 수상해야 한다. 27점의 문턱을 넘지 못해 그 앞에서 포기한 선수가 한두 명이 아니다. 그런데 박인비는 올시즌 10개 대회만 출전하면 모든 그림이 완성된다. 나 같아도 그걸 포기하기란 매우 어려울 것이다. 아니 불가능할 것이다.”
로레나 오초아는 명예의 전당 자격 요건 포인트인 27점을 넘어 37점의 포인트를 기록했었다. 그러나 그는 LPGA에서 7시즌만 뛰고 결혼과 함께 은퇴하는 바람에 명예의 전당 입성을 이루지 못했다.
박인비는 “명예의 전당 입회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고 메이저대회인 KPMG위민스PGA챔피언십에서 가족과 친구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타이틀을 방어하고 싶다”는 각오를 밝힌 바 있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