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캐리커처=장영석 기자 zzang@ilyo.co.kr | ||
이 전 시장 측에서도 이 같은 분석에 동의한다. 측근인 정두언 의원 측은 “국내외 환경적 요인에다가 시장 퇴임 후 대운하 공약 등 활발한 활동으로 얻은 정책적 면모와 CEO 이미지가 축적돼 지지율이 상승한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박 전 대표 진영은 이와 다른 해석을 내놓고 있다. 박 전 대표 측은 “이 전 시장의 지지율이 상승한 것은 사실이지만 박 전 대표의 지지율은 변화 없다. 박 전 대표의 전통적인 지지층인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한 영남과 50대 이상 연령층에서는 여전히 이 전 시장을 앞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전 대표 측은 최근 이 전 시장의 가파른 지지율 상승을 ‘밴드웨건 효과’(타인의 선택에 따라 자신의 의사결정이 영향 받는 현상)로 분석한다.
박 전 대표 측에 따르면 추석 전후 각 언론사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이 전 시장이 지지율 1위로 오르기 시작했지만 대부분 오차범위 내에서의 각축전이었다는 것.
지난 9월 29일 <경향신문> 여론조사에서는 이 전 시장 33.7%, 박 전 대표 24.9%로 추석 전후로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 가운데 격차가 가장 크게 나타났지만 같은 날 <중앙일보> 조사에서는 이 전 시장과 박 전 대표가 각각 27%로 동률을 나타냈다. 또 추석을 앞두고 지난 9월 28일에서 30일까지 3일간 실시된 <조선일보> 조사에서는 이 전 시장 25.1%, 박 전 대표 20.5%였다.
이처럼 접전 양상을 보이던 가운데 이 전 시장이 먼저 1위로 치고나오자 전 언론사가 ‘이명박 지지율 1위’ 기사를 쏟아내며 추석연휴 이후 민심의 흐름에 영향을 끼쳤다는 것이 박 전 대표 측의 분석이다. 또한 최근 이 전 시장과 지지율 격차가 더 벌어지는 것도 이런 ‘밴드웨건 효과’의 확대로 풀이하고 있다.
특이할 만한 것은 추석 이후 여론조사에서 이 전 시장과 박 전 대표의 지지율 합이 한나라당 정당지지율보다 무려 10%포인트 이상 높게 나타난다는 점이다. 이는 대부분의 지지층이 전통적인 한나라당 지지층인 박 전 대표와 달리 이 전 시장의 경우 비 한나라당 지지자를 많이 흡수한 결과로 풀이된다. 추석 이전 여론조사에서는 두 사람의 지지율 합이 한나라당 정당지지율과 거의 비슷하거나 차이가 나더라도 3~5%포인트 정도로 큰 차이는 없었다.
실제로 11월 7, 8일 <뉴스메이커>와 ‘메트릭스’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이 전 시장 38.4%, 박 전 대표 24.9%로 두 사람의 지지율 합이 63.3%에 이르렀다. 반면 한나라당 정당지지율은 43.6%. 두 사람의 지지율 합과 정당지지율 차이가 무려 19.7%포인트다. 또한 지난 11월 29일 <중앙일보>와 ‘리서치앤리서치’가 공동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이 전 시장이 32.0%, 박 전 대표가 20.8%로 두 사람의 지지율 합이 52.8%였다. 반면 한나라당 정당지지율은 42.2%로 두 사람 지지율의 합이 정당지지율보다 10.6%포인트 높게 나왔다.
이에 대해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의 장형철 팀장은 “반 한나라당 정서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비 열린우리당 정서를 가지고 있는 사람, 또 무당파층을 이 전 시장이 흡수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바로 이 부분이 이 전 시장에게는 위기이자 기회를 시사하는 대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나라당 입장에서는 이 전 시장이 당의 외연을 확대한 것이지만 이 전 시장의 입장에서는 지지층의 충성도가 떨어지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전통적 여권 지지자 중 일부가 현 정부에 실망해 이 전 시장에게 돌아선 것으로 분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이 전 시장의 핵심 지지층은 40대·수도권 거주자·화이트칼라 계층으로 지난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의 대통령 당선에 큰 기여를 한 계층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이 계층은 지난 대선 1년 전에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회창 후보가 선점하고 있던 계층이기도 했다.
16대 대선 10개월 전인 2002년 2월 ‘한국갤럽’이 실시한 이회창-노무현 양자대결 여론조사를 보면 이 후보는 40대(53.7%-29.8%), 수도권 거주자(47.4%-32.6%), 화이트칼라(47.1%-39.5%)에서 노 후보를 여유있게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그후 3월과 4월 국민참여경선을 통해 ‘노풍’을 일으키며 노 후보가 민주당 후보로 확정되자 이들 계층은 노 후보를 여론조사 1위로 만들어줬다. 실제로 ‘한국갤럽’이 실시한 2002년 5월의 이회창-노무현 양자대결 여론조사에서 40대(37.6%-44.7%), 수도권 거주자(35.3%-54.8%), 화이트칼라(31.0%-57.6%)의 압도적 지지세에 힘입어 노 후보는 이 후보를 누를 수 있었다.
그러나 ‘노풍’이 잦아들고 거품이 꺼지자 40대·수도권 거주자·화이트칼라 계층은 다시 이 후보 지지로 돌아서 그를 1위 자리에 올려놓았다. 이 계층은 또한 월드컵 열풍으로 ‘정몽준 변수’가 등장하자 이번에는 정몽준 후보 쪽으로 기울어 정 후보를 여론조사 선두자리에 올려놓았고 결국 노무현-정몽준 단일화가 성사되자 이번에도 노 대통령 당선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당시 이회창 캠프의 한 관계자는 “대선 과정에서 40대, 수도권, 화이트칼라 계층의 여론 이동이 두드러졌다. 대선을 며칠 앞둔 시점에서 이들의 ‘변심’이 (패배의) 결정적 요인이었다”고 술회했다.
공교롭게도 ‘변덕스러운’ 이 계층이 현재 이 전 시장 지지층의 핵심이다. 상대적으로 지지층의 충성도가 높은 박 전 대표 측이 “박 대표의 지지층은 결속력이 강해 지금보다 더 떨어지지는 않은 것이다. 하지만 여권의 후보 윤곽이 드러나면 이 전 시장의 지지율이 떨어질 것”이라고 예단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그러나 KSOI의 장 팀장은 “박 전 대표의 지지층의 충성도가 높은 것이 사실이나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이 전 시장의 지지층도 결속력이 강해져 충성도가 60~70%까지 된다. 박 전 대표의 충성도만큼 올라온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정치컨설팅 민기획의 박성민 대표도 “이 전 시장의 가파른 지지율 상승이 전통적 여권 지지자들 때문인 것으로 설명은 되지만 이 지지층이 다시 빠져나갈지는 예단하기 힘들다”라고 조심스런 반응을 보였다.
이 전 시장 측은 “두 주자의 지지층이 다르긴 하지만 이 전 시장이 한나라당 후보가 된다면 전통적인 한나라당 지지층인 박 전 대표의 표를 흡수할 수 있다. 하지만 반대의 경우, 박 전 대표는 이 전 시장의 지지층을 흡수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전 시장과 박 전 대표 측은 같은 여론조사 결과를 놓고 이처럼 저마다 다른 해석을 내놓고 있다. 향후 당내 경선 레이스가 펼쳐질 즈음에는 이들의 지지율에 어떤 변화가 있을까. ‘변화무쌍’한 40대·수도권 거주자·화이트칼라 계층의 선택이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김지훈 기자 rapie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