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은 일찌감치 선동열 감독 재계약 방침을 확정했다. | ||
삼성이 서두른 이유?
삼성이 시즌 중에 이처럼 재계약 발표를 서두른 까닭은 무엇일까. 우선 각종 ‘괴소문’을 잠재우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다. 선동열 감독은 2005년 삼성을 맡은 뒤 곧바로 한국시리즈 우승을 2년 연속 차지했고 최근 2년 동안에는 계속 팀을 포스트시즌으로 이끌었다. ‘스타플레이어 출신은 감독으로서 성공하기 힘들다’는 통설을 비웃기라도 하듯 좋은 성적을 낸 것이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근거 없는 루머가 돌기 시작했다. 삼성이 선동열 감독과 재계약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첫 번째 소문이었다. 프랜차이즈 개념을 더 강화하기 위해 대구 출신 지도자를 사령탑으로 영입하고 선동열 감독을 포기한다는 내용. 대체로 삼성 내부가 아니라 외부에서 발화된 소문이라는 것도 특징이라면 특징이다. 정작 삼성 관계자들은 뜬금없다는 반응이었다. 올 시즌 들어서도 비슷한 루머가 계속됐고 결국 삼성의 발표를 앞당긴 단초가 됐다.
또 다른 이유는 다른 구단에서 선동열 감독을 빼 갈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다. 삼성 외에도 올시즌 종료 후 최소 3개 구단의 감독 임기가 만료된다. LG 김재박, 한화 김인식, KIA 조범현 감독 등이 대상이다. 롯데 로이스터 감독은 ‘2년+1년’ 계약의 추가 1년이 남아있는데 현 시점에선 대체로 무난하게 연장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만약 특정 팀이 사령탑을 교체하기로 마음먹었다면 선동열 감독이야말로 최상의 영입 카드가 될 수 있다. 지휘봉을 잡자마자 ‘초보’ 딱지를 뗀 인물이 아닌가. 그렇다면 일찌감치 시즌 중후반부터 비밀리에 선 감독과 접촉을 시도하는 팀이 나올 수도 있다. 일단 선 감독과 재계약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던 삼성은 이 같은 경우를 막기 위해서라도 발표를 서두를 수밖에 없었다. 마지막으로 순위 싸움이 한창인 시점이므로 감독 지위를 보장해주고 임기 말 레임덕을 막음으로써 팀 분위기를 안정화시킨다는 의미도 포함돼 있다.
올 시즌 최대 이슈는 LG
▲ 입지가 불투명해진 김재박 감독(LG). | ||
삼성의 퇴장으로 올가을에는 LG가 최대 이슈 구단이 될 전망이다. 김재박 감독이 과연 재계약에 성공할지를 놓고 벌써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2006년 말 LG는 현대로부터 김재박 감독을 빼오면서 최고 대우를 해줬다. 이후에도 FA 박명환 정성훈 이진영 등 몸값 비싼 선수들을 영입하면서 엄청난 지원사격을 했다. 김재박 감독의 입맛에 맞는 코칭스태프를 구성해주고 용병 선발에 있어서도 돈을 아끼지 않았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숙원사업인 포스트시즌 진출에 2년 연속 실패했다. 올 시즌에도 아직 후반기가 남아있긴 하지만 거의 물 건너간 분위기다.
김재박 감독과 관련해서도 설은 무성하다. 전반기 막판에 KIA 상대로 연이틀 패한 뒤 표정이 많이 굳어지자 프로야구 관계자들은 “역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건 확실하다”며 앞날이 편치 않을 것이라는 쪽으로 진단하기도 했다. 구본준 LG 구단주가 좀처럼 오르지 않는 성적에 크게 실망감을 내보였다는 얘기도 나왔다.
선동열 감독 사례처럼 실제 어떤 식으로 진행될 지는 현재로선 단언하기 힘들다.
김재박 감독과 달리 KIA 조범현 감독은 상당히 느긋해진 상황이다. 조 감독 역시 올해 말 2년짜리 계약이 끝난다. 계약 직후부터 “어차피 2년짜리 단기 소모품이 될 것”이라는 루머에 시달렸던 조 감독은 올 시즌 초반까지만 해도 재계약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최근 들려오는 소문으로는 KIA의 성적 급상승과 함께 조범현 감독에 대한 신뢰가 깊어졌다는 얘기도 있다. KIA 구단은 조범현 감독과 이미 재계약하기로 마음을 굳혔다는 것이다. KIA는 전반기를 3위로 마감했다.
‘국민 감독’의 거취
▲ 입지가 불투명해진 김인식 감독(한화). | ||
그러나 결과가 안 좋더라도 한화가 김인식 감독을 단순 사퇴시키는 방향으로는 진행되지 않을 전망이다. 크게 봤을 때 첫 번째 재계약, 두 번째 김응용 사장의 사례처럼 감독 은퇴 후 사장 취임, 세 번째 총감독으로 일선후퇴 등 방안이 가능할 것이다. 총감독으로 물러나는 건 당연히 김 감독이 가장 원하지 않는 방안이 될 것이다.
김인식 감독은 언론과 관계가 좋은 대표적인 사령탑이다. 때문에 올가을 정규시즌이 끝날 때쯤에 각 언론으로부터 지원사격을 받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또한 가능성이 높지는 않지만 김인식 감독이 올겨울부터 다른 팀의 지휘봉을 잡는 상황도 결코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정진구 스포츠라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