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순국 메이저리그 사진전문기자 | ||
클리블랜드 11연패…. 휴, 한 번 더 지면 아마 최다 연패 타이 기록을 이룰 것 같은데요? 야구는 실력이 좋다고 이기는 게 아니라 운도 따라줘야 하나 봐요. 젊은 선수들 위주로 멤버 구성이 돼 있다 보니까 기복이 참 심합니다. 잘 할 때와 못할 때의 차이가 엄청나죠. 이럴 때 한국 같으면 고참 선수들이 선수들을 모아 놓고 잔소리 좀 할 텐데 여긴 그런 문화가 전혀 없습니다. 어린 선수부터 감독까지 모두 자기의 의견을 내놓는 토론식 문화가 자연스럽게 형성돼 있어요.
처음 마이너리그에서 생활할 때 소속팀의 한 선수가 (잘 알아듣진 못했지만) 선수들을 상대로 큰 소리로 말을 하기에 ‘쟤가 이 팀에서 뭐 좀 되는 애구나’하고 생각했어요. 나중에 알고 보니까 막내급 선수가 고참들한테 ‘왜 경기에서 그런 플레이를 했느냐?’고 물어본 거였어요. 한국에선 상상도 못할 일이었죠.
고등학교 때까지 한국에서 야구를 하다가 10년 동안 미국 야구에 적응해 가면서 한 가지 느낀 점이 있다면, 메이저리그 선수들이 야구를 잘할 수밖에 없는 건 어렸을 때부터 교과서적인 야구만 배운 게 아니라 자기의 생각을 얹어서 야구를 했기 때문입니다. 토론하고 자기 주장을 펴가면서 창의적인 플레이를 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특히 한국에선 운동선수만의 문화라 할 수 있는 체벌이 있잖아요. 어린 나이에 운동을 배우면서 먼저 접하는 게 구타일 겁니다. 저 또한 무지막지하게 맞으면서 운동했으니까요. 그런 상태에선 기계적인 플레이밖에 안 나와요. 감독이, 코치가 원하는 플레이만 펼치거든요.
KIA에서 뛰었던 윌슨 발데스가 저한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한국에선 수비를 보다 공이 옆으로 가는데도 몸 가운데로 해서 공을 잡으라고 한다면서, 선수들의 생각보다는 지도자들의 경험을 더 중시하는 부분이 있다고 얘길 했어요. 여기선 수비를 못했다고, 실수를 했다고 야단을 치거나 때리는 지도자는 한 명도 없습니다. 그런 분위기에선 멋진 다이빙 캐치도 나오고 맘껏 방망이도 휘두르고 설령 아웃이 되더라도 도루를 감행하는 등, 자꾸 뭔가를 해보려는 플레이가 나와요. 하루 하루 경기를 통해 실력이 업그레이드되는 거죠.
며칠 전 우연히 한국의 인터넷을 보다가 어떤 배구선수의 얼굴이 뻘겋게 피멍이 든 사진을 보고 가슴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어요. 그 사진 한 장에는 많은 얘기들이 담겨 있었습니다. 저도 많이 맞았지만 그렇게 얼굴이 피멍이 들 정도로 맞진 않았어요. 엉덩이 뒤통수, 종아리… 등등이었죠. 같은 운동선수로서 너무 마음이 아팠고, 여전히 체벌문화가 존재하는 스포츠계가 안타까웠습니다. 만약 제 아들 무빈이가 한국에서 야구를 한다면, 과연 맞지 않고 운동할 수 있을까요?
클리블랜드에서 추신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