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래픽=장영석 기자 zzang@ilyo.co.kr | ||
지난 17일과 18일 KBS, MBC, SBS 등 방송 3사는 나란히 여론조사를 발표했다. MBC 조사에서 이 전 시장은 39.0%, 박 전 대표 19.7%, 고 전 총리 17.9%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KBS 조사에서는 이 전 시장 36.0%, 박 전 대표 20.6%, 고 전 총리 16.3%를 기록했고 SBS에서는 이 전 시장이 처음으로 40%대를 돌파, 40.8%를 기록했다. 이어서 박 전 대표 18.4%, 고 전 총리 17.2%로 나타나 이 전 시장이 박 전 대표를 20% 이상 앞선 것으로 조사됐다.
일반적으로 이 전 시장의 핵심 지지층이 수도권과 젊은 층, 박 전 대표는 TK를 중심으로 한 영남권과 충청권, 50대 이상의 연령층으로 인식됐으나 최근 여론조사를 살펴보면 이 전 시장이 전 지역, 전 연령층에서 지지율이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 전 총리의 기반인 호남에서도 이 전 시장은 두 자리 수의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MBC 조사결과 서울 지역에서 이 전 시장 45.8%, 박 전 대표 11.6%, 고 전 총리 19.1%를 기록했고, 대구 경북에서는 이 전 시장 44.8%, 박 전 대표 27.3%, 고 전 총리 6.4%로 나타났다. 또한 광주 전라 지역에서 이 전 시장 25.2%, 박 전 대표 6.7%, 고 전 총리 35.6%로 나타났다. 대전 충청 지역은 이 전 시장 30.6%, 박 전 대표 32.8%, 고 전 총리 10.4%를 기록했다. 이 전 시장이 TK 지역에서 박 전 대표의 아성도, 호남 지역에서 고 전 총리의 아성도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대선 민심의 바로미터로 불리는 40대 지지율을 살펴보면 이 같은 현상은 더욱 뚜렷하다. 40대 지지율은 이 전 시장 46.2%, 박 전 대표 15.6%, 고 전 총리 17.8%로 나타났다. 역대 대선에서 40대의 지지율 순위가 대선 전체결과와 일치했다.
이 같은 이 전 시장의 고공행진의 요인은 무엇일까.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처음에는 ‘경제 CEO’ 등 이미지 선점 효과에다 경부대운하 등 콘텐츠 강화, 북핵 실험 사태 이후 강력한 리더십의 요구 등이 주요한 상승 이유였다면 지금은 ‘이명박 대세론’에 의해 다시 지지율이 상승하는 ‘밴드왜건 효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박 전 대표 측도 이를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박 전 대표 측의 신동철 공보특보는 “박근혜 전 대표는 당 대표로서 재임기간 중 모든 정치 현안에 대해 입장을 표명하며 정체성에 대해서도 분명한 색채를 드러냈다. 따라서 반한나라당 층으로부터 지지를 얻기가 힘든 반면 이 전 시장은 정치권 밖에 머물며 비정치적 이슈에 대해 말씀을 많이 했다. 이 차이로 이 전 시장이 반한나라층으로부터도 지지를 얻은 결과로 본다”고 전했다. 박 전 대표 측의 이 같은 분석은 여론조사에서도 일부 드러났다.
KBS는 2002년 대선에서 이회창 후보에게 투표한 사람들과 노무현 후보에게 투표한 사람들에게 현재 어느 대선 주자를 지지하는지도 물어봤다. 조사결과 지난 대선에서 이회창 후보에 투표한 사람들 중 45.3%가 현재 이 전 시장을 지지하고 있고 박 전 대표는 30.6%, 고 전 총리는 9.4%의 지지를 얻었다. 그러나 지난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에게 투표한 사람들 중 31.3%가 현재 이 전 시장을 지지하고 있고 박 전 대표는 11.9%, 고 전 총리는 25.9%의 지지를 얻고 있었다. 이 전 시장은 보수와 진보 성향 유권자들에게서 고른 지지를 얻고 있었다.
반면 박 전 대표의 지지율은 20% 전후를 꾸준히 지키고 있다. 이 전 시장이나 고 전 총리의 지지율이 급등 또는 급락하는 것과 달리 박 전 대표의 지지율은 상당히 안정적이다. 그러나 최근의 여론조사에서는 그의 핵심 지지층이라 할 수 있는 영남, 50대 이상에서 서서히 지지율이 빠지고 있다. 당내 한 인사는 “박 전 대표가 대선주자 중 가장 보수적이고 오른쪽에 위치해 있다. 그래서 박 전 대표의 지지율은 더 이상 확장하지 못하고 폐쇄성을 띠고 있는 것”이라며 “한나라당의 전통적 지지층만 가지고는 대권을 차지하기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 전 총리는 지난 지방선거 때까지만 하더라도 지지율 선두를 달렸다. 여권의 뜨거운 러브콜을 받으며 한껏 몸값이 치솟았지만 이젠 예전만 못하다. 고 전 총리는 정치권 밖에 머물며 특별한 이슈거리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고 그나마 자신을 지지하던 여권의 전통적인 지지층도 돌아서고 있다. 이를 두고 한 정치컨설턴트는 “고 전 총리가 여권 후보로 인식되면서 한나라당 지지자들은 다 빠져나갔고 애매모호한 정치적 입장으로 여권의 전통적 지지층도 돌아섰다. 이젠 모두로부터 관심권 밖으로 밀려난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고 전 총리 측은 “유권자들이 고 전 총리를 여당후보로 인식하고 있다. 게다가 정부여당의 지지율이 떨어지자 고 전 총리의 지지율도 동반하락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저평가 우량주’인 손학규 전 지사는 민심대장정으로 짭짤한 효과를 누렸지만 결국 마의 5%를 돌파하지 못하고 3~4%대에 머물고 있다. 그런가 하면 여권의 정동영 김근태 두 주자의 지지율도 한자리수 초반을 넘지 못하고 있다.
연말에 접어들며 여권에서는 정운찬 전 서울대총장 이야기가 갑작스레 커지고 있고 야권에서는 이회창 전 총재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이들이 지지도 조사에 가세할 경우 기존 주자의 지지도 추이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연초 정국이 궁금해진다.
김지훈 기자 rapie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