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무대로 복귀한 유럽파 설기현. 사진제공=포항스틸러스 | ||
#유럽파 복귀 까닭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유럽파의 K리그 복귀는 좋지 않은 이미지를 남겼다. 대부분이 ‘실패’ 또는 ‘팀내 부적응’ 등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아온 게 사실. 하지만 2010남아공월드컵이 열리는 올해는 월드컵 출전이란 큰 꿈을 위해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스나이퍼’ 설기현(31)도 월드컵 대표팀 합류라는 측면이 컸지만 가족이란 개인적 사유도 하나의 이유로 작용했다. 2000년 광운대 재학 시절 벨기에 주필러리그 로열 안트워프로 떠나 해외 무대에 첫 도전장을 낸 설기현은 잉글랜드 사우디아라비아 등지를 거치며 최근 2년가량을 가족과 떨어져 지냈다. 설기현은 포항 입단 기자회견에서 “가족이 (복귀의) 가장 큰 요인은 아니었다”고 말했지만 설기현의 측근은 “오랜 시간 가족과 따로 지내 많이 외로워했다”고 귀띔했다. 부인 윤미 씨가 몸이 좋지 못해 지속적인 치료를 요하는 점도 국내 복귀의 큰 계기가 됐다. 이런 까닭에 설기현의 한 측근은 “선수 본인과 가족들을 위한 최선의 선택”이라 말한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위건 애슬레틱에서 수원에 임대된 조원희(27)도 월드컵 때문에 복귀를 결심한 케이스. 주전 경쟁에 밀려 출전 기회를 많이 잡을 수 없다는 게 결정적인 이유였다. “너무 뛰고 싶었다. 미치도록 달리고 싶었다”는 게 그의 얘기.
위건의 마르티네스 감독은 영국 현지 언론에서 조원희의 챔피언십 시리즈(2부 리그) 클럽 임대설이 불거졌을 때만 해도 “조(Cho)가 타 구단으로 떠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거듭 강조해 왔다. 그러나 수원 차범근 감독의 삼고초려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 새 시즌을 앞두고 큰 폭의 팀 리빌딩을 추진한 차 감독은 조원희를 복귀시키기 위해 위건을 두 차례나 찾아갔고 마르티네스 감독에게는 직접 작성한 장문의 편지를 보낼 정도로 지극 정성을 보였다. 위건의 좋지 못한 환경도 일부 작용했다. 최고급 시설을 갖춘 수원에 익숙해 있던 조원희는 EPL에서도 최하위 수준이던 위건의 선수단 시설에 만족할 수 없었다.
또한 러시아 프리미어리그 제니트 상트페테르부르크를 떠나 울산에 새 둥지를 튼 김동진(28)은 건강 문제라는 현지 러시아 언론의 보도와는 달리 군 문제 해결과 월드컵 출전이란 두 마리 토끼몰이를 위해 복귀 결심했다고 한다.
▲ 조원희. 사진제공=수원삼성(왼쪽), 김동진. 사진제공=울산현대 | ||
지난 시즌 K리그에 신선함을 안긴 주인공은 단연 신태용 성남 감독이다. 국내에서 가장 큰 타이틀이라는 FA컵과 K리그 준우승을 일궈낸 신 감독은 어려움 속에서 일궈낸 성과를 인정받아 최근 1년간 달고 다닌 ‘감독대행’ 꼬리표를 떼고 새 출발을 하게 됐다.
올해도 크게 다르지 않다. 감독 직함을 달고 K리그에 나설 사령탑은 모두 4명이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우승 등 한국 프로축구에 혁혁한 공을 세우고 떠난 세르지오 파리아스 전 감독의 후임으로 포항 지휘봉을 잡은 레모스 올리베이라, 세뇰 귀네슈 후임인 넬로 빙가다 서울 감독, 박경훈 제주 감독, 이영진 대구 감독 등이 그 주인공. 굳이 한 명을 더 꼽자면 수석코치에서 정식 감독에 임명된 왕선재 대전 감독이 있다.
이들 ‘새내기’들은 우승 자체보다 신선한 축구를 목표로 삼았다. 개막에 앞서 지난달 18일 열렸던 K리그 개막 미디어 데이 행사에서 이들은 “팬들에 감동을 줄 수 있는 축구, 가장 아름다운 승부를 펼치겠다”고 입을 모았다. “그간의 경험으로 축적된 노하우를 K리그에 접목시키겠다”(빙가다 감독), “결과보다 충실한 내용으로 인정받고 싶다”(이영진 감독), “열정과 감동 어린 축구를 보이고 싶다”(박경훈 감독), “포항이 그간 해온 ‘감동 축구’를 올 시즌에도 이어가겠다”(레모스 감독), “한 자릿수 순위 진입이 목표이며 팬들과 호흡할 수 있도록 하겠다”(왕선재 감독) 등이 신임 감독들의 출사표다.
#스타 용병들의 귀환
구관의 복귀도 커다란 관심거리다. 데닐손, 스테보(이상 포항) 등 K리그를 대표하는 외국인 선수로 각광받았던 몇몇 용병이 떠난 대신 한때 국내 판도를 주름잡았던 모따(포항)가 돌아온다. 전남, 성남에서 활약하다 작년 5월 발목 부상을 이유로 모국 브라질로 돌아갔던 모따는 불과 7개월 만에 포항맨이 돼 돌아왔다.
브라질 2부 리그 세아라SC에서 팀을 1부 리그로 승격시키는 등 맹활약을 펼친 모따지만 한국에 대한 애착이 대단히 강했다. 자세한 내막이야 알려지지 않았지만 세아라 클럽이 재정적으로 탄탄하지 않은 점도 일부 작용한 것으로 알려진다. 모따를 오랫동안 지켜본 한 구단 관계자는 “모따는 별도 적응 시간이 필요없는 전형적인 한국형 용병”이라며 “한때 모따의 귀화까지 고려할 정도였는데 막상 적이 돼 만난다니 아쉽다”고 씁쓸해 했다.
이밖에 부산에서 활약했던 콜롬비아 용병 하리, 수원과 성남 등지에서 최고 용병으로 꼽힌 데니스(귀화명: 이성남) 등도 국내 유턴을 재추진하거나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남장현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