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퇴행성 관절염을 앓고 있는 한 노인이 계단을 힘들게 오르는 모습. | ||
관절염은 전 인구의 10∼15%가 앓고 있을 정도로 흔하며 특히 노년층으로 갈수록 늘어나는 노인성 질환이다. 지속적인 관절 사용으로 관절 사이의 완충 역할을 하던 연골이 닳아 없어지고 연골 밑의 뼈가 비정상적으로 증식하면서 관절이 변형되어 통증을 불러온다. 어찌 보면 노화와 함께 겪어야 하는 피해갈 수 없는 과정 같지만 젊어서부터 평소 관절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관절염의 고통도 큰 차이가 있다.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관절이 뻣뻣해지고 아프다면 관절염이 시작된다는 신호다. 초기에는 가끔 그러다가 질환이 진행되면서 증상은 더 심해진다. 관절 부분이 닳아 뼈끼리 직접 닿게 되고, 고통이 심해지면서 소리가 나기도 한다. 이 때에도 적절한 치료를 해주지 않으면 관절 부위가 부은 것처럼 커지며 점차 관절이 손상되어 움직일 수 없는 상황에까지 이른다. 따라서 관절염은 시작 초기에 치료하고 더이상의 진행을 막는 적절한 조치를 취해주어야만 한다.
다음과 같은 현상이 나타나면 관절염의 초기 증상을 의심해야 한다. 이같은 증세가 나타나면 전문의를 찾아보는 것이 좋다.
▲걸을 때 관절에서 무언가 비비는 것 같은 소리가 난다
▲앉아 있거나 서 있는 등 한 자세로 오래 있으면 관절이 쑤시고 아프다
▲앉았다 일어날 때 무릎이 잘 안 펴진다
▲저녁 때면 관절이 붓고 열이 나면서 아프다
▲체중이 실리는 무릎, 엉덩이, 발 및 척추 관절 등에 통증이 나타난다
▲관절을 사용하면 아프고, 점차로 조금만 움직이거나 휴식을 취해도 통증이 있다
▲아침보다 저녁에 더 아프다
▲자신도 모르는 새 ‘O자형 다리’가 된다.
관절염에도 여러 종류가 있고 종류마다 원인도 다르다. 겉으로 드러나는 증상은 유사하지만 발병 경로에 따라 치료법도 다를 수밖에 없다.
운동선수나 특정 관절을 많이 쓰는 사람, 과다체중인 사람은 나이와 관계없이 관절염이 생길 수 있다. 비만일 경우는 정상인보다 발병률이 2배 더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반적으로 관절 연골은 파괴되었다가도 다시 생성된다. 하지만 생성되는 것 보다 파괴되는 연골이 더 많으면 연골의 양이 줄어들어 결국에는 아예 없어진다. 연골이 뼈 사이의 마찰과 충격을 막아주지 못하게 됨으로써 관절을 움직이기 어렵게 되는 것이다.
파괴와 생성의 균형이 왜 깨지는지에 관해서는 명확한 원인이 밝혀져 있지 않지만, 노화로 인한 신체기능 저하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것이 유력한 설명이다.
연령이 높아졌다는 것이 직접적이고 유일한 원인은 아니지만 나이가 들면 연골기질이 변화하고 연골 세포의 대사기능 및 대사 조절 인자 등도 변화를 일으킨다. 또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않고 말초신경의 기능도 감소하여 전반적으로 관절염의 악화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관절염의 고통이 극심한데 반해 속시원한 치료법은 아직 없다. 한양류머티스내과 이승원 원장은 “관절염은 해부학적으로 완치가 불가능하다고 보아야 한다. 완치보다는 통증을 조절하고 악화를 막는 것이 치료의 주안점”이라고 말한다.
일시적 방편으로 진통제나 항염증제를 처방하지만 이는 통증을 멈추게 할 뿐 관절염의 진행을 막는 데는 역부족이다. 그래서 통증을 덜고 진행을 늦추기 위한 약물요법, 운동요법, 물리치료 등이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상태가 심각한 경우에는 연골을 대체할 수 있는 인공 보조물을 관절에 삽입하는 수술요법이 지금까지는 가장 적극적인 치료법이다.
그렇다고 아예 치료를 포기하고 방치하는 것은 곤란하다. 증상이 좀더 빨리 악화되고 한번 악화되면 손쓰기가 더욱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류머티스성 관절염은 뼈와 뼈 사이의 공간을 감싸고 있는 활막에 염증이 생겨 연골을 파괴하고 관절을 변형시켜 일어난다. 활막이란 관절액을 분비하고 관절에서 생기는 노폐물을 흡수 처리하는 역할을 한다. 여기에 염증이 생기면 연골을 파괴하고 관절의 변형을 가져올 뿐 아니라 뼈까지도 약화시킨다.
류머티스성 관절염은 조기 치료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치면 퇴행성 관절염보다 증상이 훨씬 빠르게 악화되며 치료가 더욱 어렵다”는 것이 이승원 원장의 설명이다. 발병 후 2년 내에 약 60~70%까지 관절이 파괴되고, 일단 관절의 파괴가 진행하기 시작하면 진행을 억제시키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초기에는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관절이 뻣뻣해지는 ‘조조강직’ 현상이 생기는데 보통은 30분 이상 계속되다가 결국 몸을 움직일 수도 없게 된다. 심해지면 관절뿐 아니라 피부 혈관 심장 폐 근육 신경계 눈 등 신체 여러 조직이나 장기까지도 이상이 생긴다. 류머티스성 관절염은 인체 면역기능의 이상 때문에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균 등 우리 몸에 침입한 외부 이물질에 대해 몸을 방어하는 면역계가 알 수 없는 이상을 일으켜 우리 자신의 몸을 공격하기 때문에 발생한다는 것.
류머티스성 관절염은 노년층이나 30~40대에 주로 생기지만, 퇴행성 관절염과는 달리 어린이에게 생기기도 해 특정 젊은 층이라고 해서 안심할 수는 없다. 또한 여자가 남자보다 3배 정도 많이 발생한다. 류머티스성 관절염의 증상은 조조강직 현상 등 퇴행성 관절염의 증상과 크게 다르지 않다. 따라서 일단 관절염 증상이 보이면 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고 발병 원인에 따른 치료를 받아야 한다.
그밖에 통풍성 관절염이 있다. 발병원인은 우리 몸 안의 ‘퓨린대사’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인체 내에서는 퓨린이라는 물질이 생성되는데, 이는 보통 신장에서 걸러져 소변과 함께 배출된다. 이 과정에 생기는 요산이 제대로 배출되지 않고 혈액 속에 남을 때 이것이 관절을 침범해 관절의 변형을 가져오게 된다. 주로 발에 있는 관절, 그중에서도 엄지발가락에 가장 많이 생기지만 손이나 무릎, 팔꿈치 등에도 생긴다.
통풍성 관절염이 생길 경우 특히 고단백의 동물성 식사는 좋지 않다. 발병에도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일단 발병하면 고기류는 절제하는 것이 좋지만 식사조절만으로 해결될 수는 없고 적절한 치료가 필요하다. 관절염은 치료도 중요하지만 일정한 나이가 되면 예방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관절염 종류에 따라 치료법은 다르지만 음식조절과 운동은 관절염 예방 및 개선에 필수사항이다.
관절을 충분히 쓰지 않으면 굳어지고 움직이기 힘들어지므로 적절한 운동이 필요하다. 그러나 무릎이나 관절에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다리 근육을 강화시키는 운동이어야 한다. 관절염에 좋은 운동은 수영이나 서 있는 자전거 돌리기, 평지 천천히 걷기, 무릎 굽혔다 펴기 등이다. 특히 관절염에는 수영을 많이 권하는데, 수영이 힘들면 물 속에서 몸을 움직이고 걷기만 해도 효과가 있다.
축구나 달리기 등 격하게 뛰는 운동은 좋지 않다. 계단을 오르내리거나 등산, 볼링 등 무릎에 체중이 실리는 운동은 관절에 무리를 주므로 해롭다.
관절염을 악화시키는 음식은 커피나 인공 감미료 또는 인공 감미료가 함유된 식품들이다. 식용유에 튀긴 음식이나 소고기, 돼지고기, 베이컨, 햄 등 동물성 지방이 함유된 식품도 좋지 않다. 동물성 지방은 관절염을 악화시키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인체가 필요로 하는 지방을 먹지 않고 살 수는 없다. 고등어, 참치, 정어리 등 등푸른 생선을 통해 필요한 지방을 섭취하고 필수 지방산이 풍부한 아마씨유 등도 권할 만하다.
식물성 지방은 관절염의 염증과 통증 개선에 도움이 된다. 그밖에 현미, 뿌리야채(당근, 양파, 무, 우엉)와 녹황색 야채(호박, 배추, 샐러리, 콩나물, 양배추), 콩류 식품, 미역, 김 등이 관절염 예방 및 개선에 도움이 되는 식품이다.
일반적으로 관절염 환자는 영양 상태가 보통의 젊은층보다 취약하다. 따라서 식생활에 보다 세심한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으며 종합비타민과 비타민E, 비타민C 등 항산화제를 복용하는 것도 좋다. 적정 체중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관절염 환자가 비만하거나 살이 불어 체중이 늘면 관절에 무리가 더해지기 때문이다. 윤은영 건강정보작가 gody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