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이 어려워서 끼니 한번 자유롭게 건너뛰지도 못하고 청소 한번 거르지 못하며 살다보니 하루 종일 가사노동의 연속이었다.
그런 그녀를 집안 어른들과 주변 사람들은 ‘착실하고 일 잘하는 맏며느리’라고 칭찬했지만 P씨의 마음속에는 언젠가부터 그늘이 드리우기 시작했다. 문득 허리가 아프기 시작했던 것이다. 아이를 낳고 나서 마음 편하게 충분한 몸조리를 못한 것도 원인이 된듯했다.
가사노동이 고되다는 걸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아무리 피로와 통증을 호소해도 말로만 위로하는 척할 뿐 그 고통을 실감하지 못하는 듯했다. 워낙 젊어서부터 건강체를 과시했던 터라 이제 나이 들고 꾀도 나기 때문일 거라고만 받아들였던 것이다.
그러다가 마침내 누운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할 지경이 되고 남편이 손만 대도 비명을 지를 정도가 되어서야 병원에 갈 수가 있었다. 병원에서는 허리 디스크 진단을 내렸고 수술을 권유했다.
가족들은 진심으로 수술을 받고 완치되기를 권했지만 P씨는 참았던 설움이 몰려와 수술을 미루고 누워지냈다. 마냥 그럴 수 없어 수술을 각오하던 날, 고향 친구 중에 누군가가 수술하지 않는 디스크 치료법 얘기를 들었다고 알려와 수소문 끝에 바이오메카닉 척추치료를 받게 됐다.
P씨는 승용차 뒷좌석에 누운 채 눈물을 닦으며 병원으로 향했고 20년 가까이 하루도 쉬지 않고 가사노동에 매달려온 주부로서는 꿈만 같은 20여일간의 입원치료 끝에 허리를 반듯이 펴고 앉아 친지들의 병문안을 받게 되었다.
이후 통원치료까지 마친 P씨는 “입원비 등으로 부담은 적지 않았지만 건강한 몸을 되찾고 나니 세상을 다 얻은 것 같다”고 즐거워 했다.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