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사스가 처음 발견된 중국과 가장 인접한 나라며 가장 많은 사람이 희생된 홍콩과도 왕래교류가 빈번하다. ‘김치효과’가 사실이라면 한국인에게 아주 다행스런 일이지만 한편으로 의아한 일이기도 하다.
4월17일 현재 사스 환자 발생지역은 전세계 26개국으로 확대된 상태며, 환자수 3천3백89명에 사망자만도 1백65명을 넘어섰다. 유럽 미주에 이어 남미인 브라질과 멀리 호주와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도 환자가 보고됐다. 환자가 없던 일본에서도 3명의 환자가 보고됐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직접 조사해 환자가 2백 명이나 된다고 판정한 베이징에서는 베이징대학에도 환자가 발생해 대학 전체가 사실상 휴교에 들어갔다.
전세계적으로 아직은 사스 환자가 보고되지 않은 나라가 더 많지만 주로 멀리 떨어진 아프리카나 교류가 원활하지 않은 러시아 등이다. 때문에 중국 바로 옆에 있는 한국이 아직 안전한 것은 특이하다.
이에 호기심을 가진 유력 외신 <파이낸셜타임스>가 한국인들 사이에 돌고 있는 여러 추측들 가운데 하나인 ‘마늘과 김치효과설’을 타전하면서 한국인이 먹는 마늘과 김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국내시장에서는 당장 식품회사들의 김치 판매량이 5~10% 늘어났을 뿐 아니라 김치판매 관련 상장회사들의 주식도 시장에서 상승세를 타고 있다.
과연 마늘과 김치에는 한국인이 사스에 걸리지 않는 비밀이 담겨있는 것일까. 아직은 ‘그럴 가능성도 있다’는 정도일 뿐 사스와 마늘 성분간의 직접적인 접촉 실험이 없어 과학적으로 입증된 것은 아니다.
WHO 관계자는 마늘의 항균 면역 효과 등 개연성을 인정하면서도 사스 예방을 마늘이나 김치에 의존하지는 말라고 경고했다. 사스와 마늘간의 ‘대질검증’이 이루어지지 않은 탓이다. 마늘이나 김치만 100% 믿을 수는 없다는 뜻이다.
마늘은 우리나라에서 단군시대부터 먹어온 강정 강장 정장 식품이고 혈압조절 신경안정 항균 살균 효과들이 입증돼 있다. 주요 성분인 알리신은 세포의 신진대사를 촉진하여 피부를 젊게 하고 소화촉진 정장작용으로 설사는 멎게 하고 변비는 묽게 하는 효과가 있다.
항균 작용은 페니실린보다 강하다. 알리신을 12만 배로 희석시켜도 콜레라나 디프테리아 이질 티푸스균들을 이겨내는 힘이 있다고 한다.
피부에 직접 즙을 바르면 무좀 습진 백선균을 죽여 치료 효과를 내며 아토피성 피부염 같은 난치의 만성질환에 대한 활용도 꾸준히 모색돼 왔다.
강력한 항균작용과 항산화작용은 간암 폐암 위암 등 각종 암 예방에 효과가 있다. 일찍부터 마늘의 효능에 주목한 미국 보건부 산하 대체의학연구소는 99년 이 같은 마늘의 동물실험 결과들을 공인한 바 있다.
독감과 관련해서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를 죽이거나 약화시키는 항바이러스 작용이 일찌감치 입증됐다.
따라서 마늘은 이번에 새로 등장한 사스의 원인균, 변종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하여도 그 위력을 입증해보일 것인가가 관심의 대상이다.
그러나 이와 관련해 중국 등 아시아와 이탈리아 등 이미 사스가 번진 많은 나라들에서도 마늘을 즐겨 먹는다는 점으로 볼 때 마늘을 무작정 신뢰할 수만은 없다. ‘마늘의 효과’를 기대한 농촌진흥원 연구원의 언급 가운데 ‘마늘이 많이 들어간 김치’라는 표현이 그래서 주목된다.
마늘효과냐 김치효과냐 아니면 우연이냐. 매서운 사스 바람이 가라앉을 때까지 한국에서 끝내 환자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세계의 영양학자와 의학단체들이 한국의 식품에 좀더 관심을 갖고 찾아들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