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카 선도도시·광주형 일자리 창출 ‘주춧돌’
-광주 미래먹거리·광주형 일자리 시험대
-고부가·하이테크화, 일자리 창출방식 등 과제
광주시청 전경
[광주=일요신문] 정성환 기자 = 광주 산업계 지형을 바꿔 놓을 프로젝트인 ‘자동차 100만대 생산기지 및 클러스터 조성사업’이 일단 예비타당성 조사라는 정부의 깐깐한 관문은 통과했다.
대선 공약이자 광주시의 숙원인 이 사업이 국가사업으로 확정되면서 미래 먹거리 산업과 친환경차 메카로서의 주춧돌을 놓았다는 평가다.
노·사·민·정 협업과 전담부서 신설, 조례 제정, 서명운동 등이 견인차 역할을 하면서 ‘광주형 일자리’ 창출에도 새로운 성장엔진이 장착되게 됐다.
그러나 넘어야 할 과제는 아직도 첩첩산중이다. 예타를 통과했지만 이게 자동차 100만 대 사업의 실현 가능성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엄밀히 말해 사업을 추진할 ‘타당성’을 정부로부터 인정받고, 이를 통해 국비를 지원받을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 것뿐이다.
그런 만큼 무엇보다 추진 동력 확보가 관건이다. 무엇보다 현재 62만 대에 머물고 있는 광주지역 자동차 생산능력을 100만 대까지 끌어 올려야 한다.
단순 제조업 위주의 지역 내 자동차 부품산업을 업그레이드시켜 부가가치를 높이는 것도 숙제다.
고부가 하이테크 핵심 부품산업 육성과 제3지대 법인화를 골자로 한 광주형 일자리 양산, 신규 생산라인 유치, 글로벌 무한경쟁 등은 반드시 넘어야 할 산들이다.
◇ 자동차 100만대 생산기지 조성 사업이란?
국책사업으로 추진 될 자동차 100만대 생산기지 및 클러스터 사업은 도대체 뭘까.
간단하다. 광주에서 연간 100만대 ‘규모’의 차량을 생산하겠다는 것이다. 이 부분에서 분명히 할 것은 완성차 100만대 생산기지가 아니라는 점이다.
현재 기아차 광주공장의 연간 생산량은 62만대. 여기에 전기차와 수소차 등 환경차로 불리는 미래형 자동차 38만대를 추가 생산 할 수 있는 부품단지 등을 구축하겠다는 것이 이 사업의 요지다.
결론적으로 말해 ‘자동차 100만 대 생산기지’는 ‘광주형 일자리’ 실험을 위한 하드웨어 격이다.
‘제3지대 3법인’을 만들어 여기서 노사민정의 대타협을 통해 임금과 노동조건 등을 결정하는 공동 책임 시스템을 구현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를 통해 4천만 원 수준의 연봉을 받는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것이 광주시의 구상이다.
광주 광산구와 함평군 월야면에 걸쳐 조성된 자동차 전용산단인 빛그린국가산업단지를 주 무대로 쓰겠다는 계획이다. 규모만도 406만8천㎡에 달한다.
산단에는 2021년까지 국비 2천억원 등 3천30억원을 들여 완성차와 부품기업 전용단지가 조성된다.
주거·문화·에너지 등 기능을 갖춘 자족형 첨단 복합 산단 형태로 근로자 삶의 질을 높이고 광주형 일자리 모델을 실현하는 본거지로 삼는다는 게 시의 목표다.
특히 평균연봉 1억원에 달하는 고임금 일자리 대신 연봉 4천만원 선의 ‘적정임금’ 일자리, 일명 ‘광주형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복안인 것이다.
노사민정 합의를 근간으로 노사가 갈등이 아닌 파트너십 관계를 유지하는 모델을 실현하겠다는 것이다.
산단은 기술지원센터와 글로벌비즈니스센터가 산단의 두 축이다.
2천877억원이 투입될 기술지원센터에는 기술지원동, 부품차량 테스트베드가 구축돼 기술개발을 이끈다.
글로벌비즈니스센터는 573억원을 들여 원스톱 지원체계를 갖춰 기업지원과 인력양성을 맡는다.
2012년 10월 당시 박근혜 대통령 후보가 내세운 공약으로 출발한 이 사업은 2014년 3월 국가기획사업으로 선정되면서 구체화됐다.
지난해 1월에는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예비타당성 조사에 착수했으며 석달 후에는 광주시가 자동차산업 육성 지원조례를 제정하면서 보조를 맞췄다.
지난해 6월에는 광주형 일자리 창출 모델 용역이 추진돼 일자리 정책과도 맞물렸다.
광주형 일자리는 특정 기업의 평균보다 낮은 임금의 일자리를 만들어 구직자들에게 제공하고 인건비를 줄여 대기업 투자를 유인해 일자리를 더 늘리는 선순환 구조를 지향한다.
산·학·민·관의 새로운 협력 모델로 자동차 100만대 생산도시 조성사업의 예비타당성 조사에서도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게 됐다.
지난해 9월 예타 1차 점검회의를 거쳐 계획은 한차례 수정됐으며 같은 해 11월 2차 점검회의에서는 보완 의견이 제시돼 사업추진이 한때 지체됐다.
정부는 예타 통과 전인 지난해 12월 국비 30억원을 배정해 지원 의지를 보였다.
광주시는 지난 2월 보완계획서를 제출했으며 상반기 예타 통과를 목표로 100만인 서명운동을 벌여 기재부에 서명부를 전달하기도 했다.
◇광주시의 혜안·노력 ‘결실’
예타가 통과되기까지 광주시의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과 노력을 빼놓을 수 없다. 당초 이 사업은 앞서 언급한대로 박근혜 대통령이 광주지역 최대 공약사업으로 출발했다.
총선을 전후한 정치권의 초당적 협력 약속, 시의 의지 등이 맞불려 광주 핵심 전략사업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국내 완성차 기업 등의 무관심으로 자칫 서랍 속에 묻힐 뻔했다. 그러던 차에 이 사업을 광주시가 자동차 산업밸리 조성을 민선 6기 핵심공약으로 내걸고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게 된 것이다.
시는 우선 민선6기 조직개편을 통해 자동차 100만대 생산기지와 ‘광주형 일자리’의 콘트롤 타워로 자동차산업과와 사회통합추진단을 신설했다. 둘 다 전국 최초다.
2014년 11월에는 사회 각계 인사 120여명이 참여하는 ㈔자동차산업밸리 추진위원회‘를 출범시켰다.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자동차산업 육성지원 조례도 만들었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위해 민주노총과 사회공공협약을 맺고 노·사·민·정 대표들의 결의문도 이끌어냈다.
기아차노조는 자동차 100만대 생산기지 조성을 노조 공약으로까지 내걸었다. 100만명 서명운동도 성공리에 마무리됐다.
청와대를 비롯해 정부 부처, 여·야 정치권, 자동차 기업들을 만나 협조를 요청하고 전국 최초로 중국 자동차사와 2500억원 규모의 국내 공장 유치에 합의한 점, 광산업과 전자산업을 융합한 친환경차 산업의 기틀을 마련한 점도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1조원대 생산, 1만여명 고용 기대
이 사업이 본격 추진되면 전국적으로는 1조5천억원의 생산과 4600억원의 부가가치, 1만1000여명의 일자리가 창출되고, 광주에서만 7900억원의 생산과 2300억원의 부가가치, 7000여 명의 고용창출 효과가 있을 것으로 산업연구원은 내다봤다.
지역 내 취약한 산업 구조에도 긍정적 변화가 예상되고, 광주형 일자리를 통해 적정임금의 일자리가 양산될 경우 고향을 등지는 젊은이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전기차와 수소차 등 친환경차 인프라도 탄탄히 구축될 것으로 기대된다.
’예타 문턱‘을 통과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외면 받아온 국비 지원에도 더 없는 윤활유가 될 전망이다.
◇실행계획 수립·네이밍·위원회 출범 박차
광주시는 예타가 통과됨에 따라 본격적인 실행계획 수립에 들어갈 예정이다.
올해 반영된 국비 30억원과 시비 18억원 등으로 구체적 청사진을 마련하고 지역 부품기업 역량 강화를 위한 기업지원과 연구개발 사업을 본격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또한 ‘자동차 100만대 사업’이라는 명칭이 지나치게 수치에 매몰된 인상을 줄 수 있다는 지적에 따라 사업명도 현실적으로 고칠 방침이다.
특히 광주시는 자동차 100만대 사업의 주요 부분인 ‘광주형 일자리’ 모델 구축을 위해 ‘광주시 더 나은 일자리위원회’를 출범시키는 등 일자리 모델 정립, 사회적 합의 도출, 새로운 노사관계 파트너십 형성 등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따라서 자동차 100만대 생산기지 조성사업 예타 통과와 함께 그동안 실체가 없고, 추상적이라고 지적되어온 ‘광주형 일자리’ 모델 사업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지난해 투자의향협약을 맺은 중국 지우롱(九龍)자동차의 투자유치가 실제로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는 한편 쌍용자동차의 대주주로 알려진 인도 마힌드라 그룹의 투자유치 등에도 심혈을 기울일 계획이다.
손경종 시 자동차산업과장은 “독일의 자동차 테마파크인 폭스바겐 아우토슈타트와 같은 복합테마관과 자동차 박물관, 새차보관장, 브랜드별 전시장 등을 갖춘 복합서비스단지 조성과 이를 통한 관광객 유치도 장기적인 비전”이라고 말했다.
◇해결 과제 ‘산더미’
아직까진 가시적 성과물이 나오지 않아 이게 정말 가능한 것인지 반신반의하는 목소리가 많다.
애초 1조 원 규모였던 이 사업은 예비타당성 조사 단계에서 사업비가 계속 축소됐다. 이번에 예타 통과와 함께 결정된 총 사업비는 3천30억 원이다.
확정된 사업 내용은 자동차 전용산단 조성, 부품기업 공용장비 구축에 지원시설 설치,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차량 경량화·고효율 전동부품 및 광응용 전장기술·융합형 특수목적차 기술개발 등 4대 전략 기술 개발, 각종 기업 지원 및 인력양성사업 등이다.
이를 통해 ‘자동차 100만 대 생산기지’를 만들어내자면 기업 유치가 필수 과제다.
현재 기아자동차 광주공장의 연간 최대 생산규모는 62만 대로, 단순 계산으로는 38만 대가 필요한 상황이다.
기아차가 광주에 생산 설비를 늘리거나 현대차가 공장을 신설하는 것을 생각해볼 수 있지만,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이에 시는 최근 투자협약을 체결한 중국 조이롱 자동차를 비롯해 인도 마힌드라 그룹 등 국외 완성차 기업들에 눈을 돌리고 있다.
지난 3월 광주공장 설립을 위해 광주시와 MOU를 체결한 중국 조이롱 자동차는 이달 중 한국법인(조이롱 코리아)을 설립할 예정이다.
시는 지난 6월에는 인도 마힌드라그룹을 방문해 투자 유치를 제안하기도 했다.
이외 시는 현대·기아차에도 계속 투자를 권유하는 한편, 테슬라 등 전기차를 생산하는 세계 27개 기업에 서한을 보낸 상황이다.
중국 조이롱, 인도 마힌드라 그룹이 전기차 등 그린카 생산라인을 어느 정도 규모로, 언제부터 가동할 지가 시가 궁극적으로 목표하고 있는 ‘광주형 일자리’가 본 궤도에 오를지 여부의 관건인 셈이다.
값싼 노동력을 찾아 해외로 생산라인를 옮기려는 국내 카메이커들의 발길을 광주로 돌리는 작업 또한 쉽진 않지만 절실하다.
지역 내 자동차 부품산업이 외장이나 차체 등 단순 제조업에 그치고 있어 이를 엔진이나 첨단 전기장치,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 등으로 업그레이드시키고, 경량화와 융합형 특수목적차 기술개발 등을 선도하는 문제도 광주가 풀어야 할 숙제다.
그린카진흥원과 자동차부품연구원, 테크노파크 자동차센터 등 소위 ’독수리 5형제‘로 불리는 유관기관 간 협업과 뒤탈없는 인선도 필수 요건이다.
기아차의 고임금 구조를 자극하지 않으면서 연봉 3∼4천만원 수준에서 연간 수 십만대를 생산할 ’제3지대, 3법인화‘를 어떻게 현실화하고, 기술적으로 연착륙시킬 지도 성패를 가를 중요한 키다.
친환경차 활성화를 위해 고속도로 통행료 감면과 버스전용차로 주행, 전용번호판 도입, 구입 보조금 확대, 충전 인프라 확충 등도 발등의 불이다.
자동차 100만 대 사업 자체로 보면 내년 국비 확도 시급한 과제다. 시는 내년도 국비로 403억 원을 요구했지만, 정부는 예타 미통과를 이유로 5억7천만원만 반영해 놓고 있다.
시는 쟁점사항이었던 예타가 통과대 내년은 올해보다 많은 100억 원 이상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지역 국회의원들과의 공조를 통해 예산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시 관계자는 “예타 통과로 정부 지원이 확정되면서 광주 자동차산업밸리 조성과 이를 통한 넉넉하고 당당한 경제공동체 건설에 파란불이 커졌다”며 “해결해야할 문제도 적지 않은 만큼 차근차근 풀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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