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때문에 바깥 활동에 제한을 받다 보니 건강한 사람도 기운없이 무기력하고, 우울증을 느끼기 쉬운 때가 바로 장마철. 장마가 끝나자마자 또 무더위가 기승을 부린다. 숨이 턱턱 막히는 한여름 날씨에는 불쾌감이 심해져 사소한 일에도 짜증이 나거나 피로가 쉬 풀리지 않는다. 평소 피로가 쌓여 있는 경우라면 증상은 한층 심각하다.
피로가 쌓이면 병에 시달리기 쉬운 만큼 피로 자체를 사소히 여기지 말고 잘 대처해야 한다. 반대로 질병으로 인해 심한 피로감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질병과 피로 서로 상승작용]
평소 일과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중년. 심한 피로감이 엄습해도 그저 ‘날씨가 더워서 그러려니’ 혹은 ‘여행을 다녀온 탓이려니’하고 무심코 지나치기 쉽지만 혹시 건강에 문제가 있다는 ‘경고’가 아닌지 체크해야 한다.
삼성서울병원 이정권 교수는 “피로가 쌓이면 여러 질병에 잘 걸리게 되므로 피로에 잘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다. 반대로 질병으로 인해 생기는 피로도 있으므로 원인부터 아는 것이 치료의 지름길”이라고 설명한다.
아침에 유난히 일어나기 힘든 경우라면 몸이 지나치게 피로한 상태가 아닌지 체크해 보자. 흔히 나른하다, 무기력하다, 의욕이 없다, 기운이 없다고 이야기할 때가 바로 피로한 상태. 일할 기운은 물론 놀 기운도 없다.
통상적인 일상생활을 한 후 지나치게 지치거나 원기가 부족해 전반적인 활동능력이 감소한 상태를 피로상태로 볼 수 있다. 40대 이상에서 과로와 만성피로는 돌연사의 위험을 내포하는 적신호다. 뇌졸중이 무더운 한여름에도 겨울 못지 않게 자주 발생한다는 데도 주의해야 한다.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김경문 교수팀이 최근 조사한, 지난 7년 동안의(1996~2002년) 뇌졸중 환자 6천여 명의 발병시기 분석 결과에 따르면 한여름인 7~8월 발생 환자가 한겨울인 12~1월에 비해 오히려 많거나 비슷했다.
여름에도 기온이나 기압의 변화가 커 신체적 정신적인 피로가 심하고, 활동량 증가에 따른 체력 손실 때문에 심혈관계 이상이 발생하기 쉬운 게 주원인이다.
[오래 가는 피로는 적신호]
물론 누구나 무리한 휴가를 보낸 후나 잠이 부족한 경우, 심한 운동이나 일 등을 하고 난 후에는 피로를 겪는다. 그러나 이것은 일시적인 현상으로 충분히 쉬면 쉽게 해소되므로 걱정할 필요가 없다. 문제는 과로에서 오는 생리적인 피로가 아닌 질병이나 스트레스, 불안장애 같은 정신적인 원인으로 오는 피로다.
아무리 충분한 휴식을 취해도 좋아지지 않는 피로는 신체 기능에 이상이 있음을 알리는 신호다. 이 교수는 “일시적인 과로로 인한 생리적인 피로가 대부분이지만, 피로를 호소하는 환자의 20∼30% 정도는 신체적인 질병이나 정신적 원인을 갖고 있는 경우”라고 말한다. 이런 경우 특히 의심할 수 있는 질병은 간 질환이나 당뇨, 결핵 등의 신체적인 원인과 우울증, 불안증 같은 정신적인 원인들이다.
쉽게 해소되지 않는 심한 피로가 계속되면 더 심각한 상황이 되기 전에 원인을 찾아내 적당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주변 사람들은 전혀 피로를 느끼지 않는 정도의 상황에서 뚜렷한 이유 없이 혼자만 기운이 없거나 지치는 등 피로를 느끼는 것도 좋지 않는 징조다.
[피로를 만드는 원인들]
평소보다 많은 운동과 노동을 했거나 신경을 많이 쓰거나 잠을 적게 자는 경우 찾아오는 생리적인 피로는 정상적인 현상이다. 피로한 만큼 충분히 쉬고 나면 곧 정상 컨디션을 회복할 수 있다.
물론 정상적인 피로현상이라도 이런 상태가 자주 계속되고 누적되면 몸의 면역력이 떨어져 감기에 쉽게 걸리고 여러 질병의 위협에 취약해질 수 있으므로 피로회복에 신경을 써야 한다.
그러나 충분히 쉬어도 피로감이 계속된다면 주의해야 한다. 자신도 모르는 질병이 숨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체중이 갑자기 줄거나 식욕이 떨어지고 두통이 있거나 열이 나는 등 증상이 따른다면 반드시 의사의 진단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자신도 알지 못하는 다른 질병이 피로의 원인일 수 있기 때문이다.
몸을 피로하게 만드는 전형적인 질병에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간 질환:::간 관련 질환이 있을 때의 피로감은 오후가 될수록 심해지는 경향이 있다. 간 질환은 중년 남성이 특히 경계해야 하는 질병. 간암 환자의 약 95%가 과거 간염을 앓았거나 바이러스 보균자라는 통계가 있다. 예전에 간염을 앓은 적이 있거나 간염 바이러스 보유자로서 비정상적 피로가 계속된다면 그동안 별 탈이 없었더라도 간기능 검사를 받아보는 게 좋다.
■당뇨:::자꾸 허기가 져서 많이 먹는데도 살은 안 찌고 늘 갈증이 나는 경우, 늘 피로하고 밤에 소변을 보기 위해 자주 깨어나면 당뇨병을 의심해볼 수 있다.
■결핵:::한국은 OECD 가입국 중 결핵 발병률이 가장 높은 나라. 결핵이 옛날 질병이라고 방심해서는 안된다. 결핵은 대표적인 소모성 질환으로, 피로감 때문에 병원을 찾았다가 결핵 진단을 받는 사람이 적지 않다.
중년기 결핵은 주로 폐에 나타난다. 피로감과 함께 특히 기침이 2주 이상 지속되면서 가래가 있고 옆구리 결림 등 증상이 있다면 더욱 의심된다.
■우울증 불안증:::건강검진에서 신체적으로는 특별한 병이 없는데도 피로가 오래 계속되고 감정에 기복을 보이는 경우에는 정신적 원인일 가능성이 높다. 심한 스트레스를 받거나 강박적인 성격인 사람, 우울증, 불안증, 적응장애 등도 피로를 만드는 원인이 된다. 필요하다면 전문의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만성피로증후군:::특별한 병이 없고 고된 일을 하지 않는데도 6개월 이상 피로가 지속되는 경우를 만성피로 증후군으로 부른다. 뚜렷하게 원인이 밝혀지지 않아 영양섭취나 운동 등을 권고받게 되는데, 실제로는 원인 없는 피로는 흔한 편이 아니다.
■기타:::약물 부작용으로 피로감을 느끼는 경우도 있다. 일부 항고혈압제나 대부분의 신경안정제, 소염진통제, 항경련제, 부신피질스테로이드, 감기약 등은 몸을 일시적으로 지치게 할 수 있다.
뚜렷한 의학적 원인을 찾을 수 없다면 과음이나 흡연이 원인일 수도 있다. 중년의 피로와 무기력, 기억력 감퇴를 가중시키는 주범이 바로 과음과 흡연이다. 운동 부족, 심한 비만, 과식, 영양 결핍 등도 피로를 부추기는 원인이 된다.
피로는 원인에 맞는 치료와 함께 좋은 생활 습관을 갖는 노력이 필요하다. 건강 상태에 맞는 규칙적인 운동과 균형 잡힌 식사, 충분한 수면 등이 그것이다. 45세 남자가 하루 7~8시간의 수면, 적절한 체중 유지, 규칙적인 식사, 금연, 적당한 음주, 운동 등을 한다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11년 정도 더 오래 살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그러나 말은 쉬워도 실천하기는 쉽지 않다. 적극적인 스트레스 관리도 필수적이다. 스트레스 상황을 능동적으로 받아들이고, 마음이 편한 가족, 동료와 함께 솔직한 대화를 자주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1.과일을 많이 먹는다
수박은 포도당과 과당 등 쉽게 흡수되는 당분으로 이루어져 피로회복에 좋은 대표적인 여름 과일. 갈증을 풀어주고 더위로 긴장된 신경을 안정시켜 준다. 해열, 해독작용과 함께 뜨거운 햇볕을 쬔 후 구토가 날때 먹어도 효과가 있다. 비타민F가 많아 육식을 자주 하는 사람들에게 좋다. 토마토는 비타민B, C와 인, 칼륨 등의 미네랄, 구연산, 사과산 등이 풍부해 몸 안에 쌓인 피로물질을 제거해 준다. 더위를 잘 타고 몸이 뚱뚱한 경우에 좋다. 레몬의 신맛은 더위로 잃은 식욕을 촉진시키고 신경을 안정시켜 준다.
2. 신선한 야채도 피로회복제
수분이 많은 오이는 영양보다는 식욕 증진, 갈증 해소에 도움이 된다. 갈증이 나거나 더위를 탈 때 햇볕에 말린 오이를 달인 즙을 마시거나 반찬으로 먹는다.
비타민C가 풍부한 피망은 피로회복, 피부 미용에 좋다. 양송이는 탄수화물 대사에 필요한 비타민B1의 공급원이고, 항암효과까지 밝혀진 마늘은 여름 스태미나식으로 특히 좋다. 식욕증진, 피로회복과 함께 변비 등을 개선한다.
송은숙 건강전문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