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 성분의 진통제로는 아세틸살리실산 성분의 아스피린,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의 타이레놀, 이부프로펜 성분의 부루펜 등이 대표적이고, 복합성분으로는 아세트아미노펜과 카페인을 섞어 만든 게보린, 펜잘, 사리돈, 암씨롱 등이 대표적이다. 파스처럼 붙이거나 뿌리는 소염진통제도 진통제에 속한다. 먹는 약보다 효과는 떨어지지만 어느 정도 진통효과가 있고 부작용이 적다.
참기 힘든 각종 통증을 줄여주는 약, 진통제는 대부분 2∼3가지 작용을 함께 한다. 진통효과는 물론 염증을 줄이는 소염, 열을 내리는 해열효과가 있다. 일반 의약품인 비마약성 진통제는 필요하면 언제든지 약국에서 구할 수 있다. 그만큼 잘못 사용될 우려가 크다.
서울대 의대 약리학교실 장인진 교수는 “소염진통제를 함부로 쓰는 경우 위염이나 속쓰림 같은 소화기 부작용 외에도 출혈, 신장이나 간기능 이상, 빈혈 등의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며 “국내에선 정확한 통계가 없지만 미국의 경우 매년 7천 명 이상이 소염진통제와 관련한 부작용으로 사망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국내에서도 진통제와 감기약을 먹은 후 사망하는 사건이 없지 않지만, 의학적으로나 법적으로 그 연관성이 인정된 예는 없다. 진통제 사용에 따른 부작용은 성분별로 다르게 나타난다.
▲아스피린이나 아세트아미노펜, 카페인, 코데인 등이 들어 있는 진통제를 장기간 복용하면 ‘진통제 신병증’이 생길 수 있다. 신장이 섬유화되어 만성신부전을 만드는 병으로, 상대적으로 여성에게 많이 일어난다. 진통제를 자주 먹는 사람이 세균 감염이 없는 데도 요검사에서 백혈구, 혈뇨, 단백뇨가 보이고 고혈압이 나타나면 주의해야 한다.
▲관절염이나 감기약을 먹고 있는 경우, 이 약에는 이미 진통제가 들어 있기 때문에 진통제를 겹쳐 먹으면 과다복용의 부작용이 생기거나 치료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
▲고혈압이나 간질 당뇨 통풍 치료제, 이뇨제, 항암제인 MTX 등을 사용하면서 진통제를 복용하면 효과가 떨어지거나 부작용을 만들 수 있다.
▲경구 항응고제와 아스피린처럼 출혈을 일으킬 수 있는 진통제를 함께 쓰면 뇌혈관이 터진다든지 저절로 멍이 드는 등의 부작용이 우려된다.
▲임신중에는 어떤 약이든 주의해야 한다. 타이레놀이나 저용량의 아스피린은 비교적 안전하지만, 피를 묽게 하는 성분이 담겨 있는 아스피린은 분만 전 과량 복용하면 분만지연이나 분만 후 과다출혈 등의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모르핀 성분이 들어있는 코딘은 소량 복용으로도 태아에게 해가 될 수 있다.
▲진통제를 복용하고 알코올을 섭취하면 위장 자극이나 출혈의 위험이 높고, 만성적으로 반복되면 간이 나빠진다.
▲무분별한 진통제 복용이 만성 편두통, 만성 긴장성 두통을 만든다는 보고도 있다. 단일 성분의 진통제를 1주일에 5일 이상 한 달 넘게 복용하거나, 카페인이 함유된 두통약을 1주일에 3일 이상 한 달 넘게 복용하면 두통이 만성화된다.
▲진통제를 복용해도 통증이 계속되거나 심해진다면 의사에게 보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진통제 한두 알로 생리통이 멎지 않거나 생리 양이 너무 많다면 자궁 이상도 의심해볼 수 있다.
▲진통제에 습성을 들이지 않으려면 되도록 적은 양으로 최대한의 효과를 얻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진통제는 식사 후 바로 먹으면 위장장애가 적고, 술과 같이 복용하는 일은 삼가라”는 조언이다.
▲진통제는 종류에 상관없이 물로 마시는 게 좋다. 오렌지 주스와 복용하면 위장 흡수를 방해해 약효가 떨어지고, 철분이 든 영양제와 같이 복용하면 속쓰림이 생길 수 있다.
▲카페인이 들어있는 진통제(게보린 펜잘 판콜 등)를 복용한 후 커피 콜라 녹차 등 카페인 음료를 많이 마시면 손이나 눈가가 떨리고 두근거리는 등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
▲유소아나 어린이 감기에는 아세트아미노펜 제제를 사용하는 게 좋다. 장 교수는 “가격이 싸면서도 효과가 좋아 아스피린을 많이 사용하지만, 소아의 경우에는 1백만 명의 한 명꼴로 심하면 간이 망가져 사망할 수도 있는 ‘라이증후군’이라는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한다.
송은숙 건강전문라이터
도움말=서울대 의대 약리학 교실 장인진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