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을지대학병원 호흡기 내과 이양덕 교수의 진료장면. | ||
황사기간 중 한 사람이 흡입하는 먼지의 양은 평상시의 3배 이상인데, 유해 금속 등 물질은 종류에 따라 2~10배나 많아진다. 이런 미세먼지는 호흡기 외에 눈, 코, 피부에까지 나쁜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황사가 심하게 불어오는 날은 기관지염이나 천식환자, 평소에 눈 코 피부 등이 예민한 사람, 노인과 어린이는 특히 주의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가급적 외출을 삼가고, 외출시 황사에 노출되지 않도록 긴소매 옷을 입고, 귀가 후에는 반드시 손과 발을 깨끗이 씻는 등 개인위생에 철저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황사로 생기거나 나빠지기 쉬운 질환의 대처요령을 알아본다.
해마다 봄철이면 우리 나라를 찾아오는 황사가 올해는 더욱 빨리 시작된 데다 발생 빈도나 농도가 어느 해보다 심할 것이라고 한다. 황사 발원지인 내몽골고원의 훈산다크사막과 중국 커얼친사막의 강수 강설량이 특히 적었고 기온도 평년보다 높아 많은 양의 모래 먼지가 생성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보통 1~1천㎛의 입자를 모래라고 하는데, 그 중에서도 1~10㎛의 크기의 작은 입자는 먼지라고 부른다. 우리 나라와 일본에서 주로 나타나는 황사의 크기는 약 1~10㎛로, 황진(黃塵)이라고 부르는 게 더 알맞다.
‘아시아 먼지’라고도 부르는 황사는 입자가 워낙 미세하기 때문에 기관지나 눈 코 피부의 점막을 막고 염증을 일으키며 가려움증, 호흡불편 등을 유발한다. 특히 빠른 공업화로 유해물질이 많이 배출되고 있는 중국을 지나면서 유해 오염물질이 많이 섞여 건강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 한 연구에 의하면 해마다 봄철에 중국에서 황사가 날아 올 때 대기 중 발암 물질인 다이옥신의 농도는 평소의 3배로 증가하기도 한다.
인체뿐 아니라 산업에도 피해를 끼친다. 컴퓨터 모니터 등 반도체 산업에서의 불량률이 증가하고 정밀기계도 잘 손상된다. 농작물이나 활엽수가 숨쉬는 기공을 막아 성장에 장애를 일으키기도 한다.
호흡기가 황사에 노출되면 가장 위험한 사람은 만성 호흡기 질환자. 기도점막을 자극해 기관지천식, 만성 기관지염이나 폐기종 같은 만성 폐쇄성 폐질환, 폐결핵 등의 만성 호흡기질환의 증상을 더 악화시킨다.
을지대학병원 이양덕 교수(호흡기내과)는 “황사철이 되면 많게는 2~3배 정도 병원을 찾는 환자가 증가한다. 특히 만성 호흡기질환이 있을 때는 황사로 인해 호흡이 곤란해지는 등의 급성 악화에 대비해 의사와 상의해 적절한 약물을 처방받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건강한 사람도 황사에 들어있는 세균이나 유해 금속성분 등을 흡입하면 감기나 급성기관지염에 걸리기 쉽고 폐활량이 줄어들 수 있다. 특히 호흡기의 면역기능이 약하고 폐활량이 적은 노인, 영아에게는 폐렴 등의 호흡기감염을 만들 수 있으므로 주의한다.
따라서 만성 호흡기질환 환자나 어린이, 노인들은 황사가 심해지면 외출을 삼가고 가급적 실내에 있는 것이 좋다. 실내에도 외부의 황사가 들어올 수 있으므로 황사가 날리는 날에는 되도록 창문을 열지 말고 걸레질을 자주 하는 것이 좋다. 공기정화기를 이용해도 미세한 황사먼지를 제거하는 데 도움이 된다. 실내가 건조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가습기를 틀거나 젖은 수건을 널어두는 것도 좋다.
외출에서 돌아온 뒤에는 양치질, 손씻기 등 개인위생을 기본적으로 지켜야 한다. 물은 많이 마시는 게 좋다. 수분이 충분해야 기관지의 점액섬모가 미세한 먼지를 배출하는 데 도움이 된다.
최근 환경청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황사철 황사로 인해 각종 질환을 앓은 사람은 10명 중 4명꼴로 40%대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는 20~40대 연령층도 40%대 안팎으로 포함돼 있어 황사의 피해가 연령을 불문하고 나타나는 것으로 분석됐다.
황사와 관련해 발생할 수 있는 질환들에 대해 증상과 예방법을 알아본다.
▲안과질환=눈 황사현상이 지속되면 가장 붐비는 곳 중의 하나는 안과. 황사와 봄철의 건조한 공기가 자극성 결막염과 알레르기성 결막염 같은 눈병을 쉽게 일으키기 때문이다.
외출을 삼가는 것이 좋다. 부득이 외출해야 할 경우에는 보호안경을 끼고 집에 돌아오면 미지근한 물로 눈과 콧속을 잘 씻어주도록 한다.
“평소 눈이 예민하거나 라식, 라섹, 백내장 등 수술을 받은 적이 있는 사람, 렌즈 착용자는 더욱 주의해야 한다. 안구 건조증이 있는 사람도 취약하므로 인공눈물을 자주 점안해야 한다.” 서울 윤호병원 안과 박영순 원장은 황사가 있을 때는 렌즈보다는 안경을 끼는 게 안전하다고 조언한다.
결막염 초기 증세가 의심되면 깨끗한 찬물에 눈을 대고 깜빡거리거나 얼음찜질로 눈을 차게 해주면 증세가 완화된다. 그러나 심할 때는 즉시 안과를 찾는 것이 좋다. 마음대로 안약을 쓰면 녹내장이나 백내장 등 더 큰 병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이비인후과 질환=황사는 알레르기성 비염을 발생 또는 악화시킨다.
“황사로 인해 알레르기성 비염이 재발하는 사람은 국민 10명 중 1명 정도로 본다. 숨을 쉴 때 유해물질이 콧속 점막으로 들어가 과민반응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하나이비인후과 박상욱 원장의 설명이다.
대부분 어린이와 노인 환자가 많으며, 기관지 천식과 아토피성 피부염, 알레르기성 결막염을 동반하는 경우도 있다.
증상이 심하면 항히스타민제로 콧물, 코막힘을 줄이고 코점막의 충혈을 완화시키기 위해 혈관수축제를 콧속에 뿌리기도 한다. 크로몰린 소디움이라는 약을 미리 코에 뿌리면 증상을 예방할 수도 있다.
▲피부과 질환=황사가 나타나면 피부건강에도 적신호가 켜진다. 여드름이나 접촉성 피부염, 아토피 피부염 등이 발생하거나 악화되기 십상이다.
봄철에는 겨우내 닫혀있던 땀샘과 피지선의 활동이 왕성해져 땀과 피지가 다량 분비된다. 그러나 황사, 꽃가루 등으로 피부가 더러워지고 바람이 피부의 수분을 빼앗아가 건조해지면 모낭이 잘 막힌다. 경희대병원 피부과 김낙인 교수는 “모낭이 막히면 피부에 있는 세균이 염증을 일으켜 여드름, 모낭염이 생기거나 악화된다. 따라서 비누나 클린싱 크림 등으로 피부를 청결하게 씻어주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황사에 섞인 납, 실리콘 등의 유해물질이 피부를 자극하면 접촉성 피부염이 생기기도 한다. 만약 황사에 노출된 다음 피부가 가렵고 따가운 증상을 느낀다면 아픈 부위에 냉습포를 해주는 것이 좋다.
심하면 수포가 생기면서 진물이 나고 가렵다. 발열, 부종이 생길 수도 있다. 이때는 피부과를 찾아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가려움증을 없애는 항히스타민제, 소염작용이 있는 스테로이드 연고나 크림 등이 주로 사용된다.
체질적으로 알레르기인 아토피 피부염이 있으면 황사에 더욱 주의해야 한다. 황사먼지로 악화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