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운동량은 적고 식사량은 많은 현대인들에게 많이 발생하는 대사증후군은 성인병을 부르는 전단계로 허리가 굵어지기 시작하면 경계해야 한다. 사진은 을지대학병원의 비만도 검사 장면. | ||
대사증후군은 고지방 고칼로리의 식사, 과음과 과식, 흡연, 운동부족 등이 부르는 일종의 생활습관병이다. 모두 직장인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요소들이다. 성인 당뇨병 환자의 40∼50%에서 고혈압이, 60∼70%에서 고지혈증, 전신 비만, 복부 비만이 함께 나타나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30대 중반 이후의 연령이면서 회식이나 술자리가 잦고 정기적으로 운동을 하지 않는 직장인이라면 한번쯤 대사증후군은 아닌지 체크해봐야 한다. 특히 최근 배가 나오기 시작해 35인치를 넘었다면 더욱 의심된다.
대사증후군을 보이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전 국민의 23.7% 즉, 5명 중 1명이 대사증후군 환자이다.
식생활이 서구화되면서 우리나라의 상황도 심각하다. 최근 을지의대 예방의학교실 신영전 김명희 교수팀이 국민건강 영양조사(98년) 자료를 바탕으로 25세 이상 성인 남녀 6천1백47명의 대사증후군 유병률을 분석한 연구에서 대사장애에 해당하는 사람의 비율이 26.6%로 나타났다고 한다. 네 명 중 한명꼴이다.
20대가 9.4%, 30대가 19.5%로 젊은 층의 유병률도 의외로 높았다. 전문의들은 우리나라 40∼50대 남성의 사망률이 높은 데에는 20∼30대에 시작된 대사증후군의 영향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대사증후군은 남자는 40대, 여자는 50대 이후에 더욱 증가한다.
대사증후군인지 알 수 있는 기준은 허리 둘레와 혈압, 혈당, 중성지방, 고밀도 콜레스테롤 다섯 가지. 이중 3개 이상이 정상치보다 높다면 대사증후군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미 이 기준의 여러 항목에 해당되는 사람이라면 병원을 찾아 혈압을 체크하고 혈액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특히 평소 과음, 과식, 흡연을 자주 하는 사람, 운동을 하지 않고 움직이기를 싫어하는 사람이 요주의 대상이다.
비만인 경우도 마찬가지. 우리나라 대사증후군은 20∼30대의 경우 전신성 비만과 복부 비만이 함께 있지만 40대 이상에서는 전신성 비만보다 복부 비만이 많다는 것이 특징이다.
따라서 겉보기에는 비만이 아니더라도 배만 나온 복부비만이 심한 중년 남성은 대사증후군일 가능성이 크다. 을지대학병원 가정의학과 김용철 교수는 “살이 찔 때 피하지방이 늘어나는 서양인이나 여성과 달리 배에 집중적으로 살이 찌는 한국 남성은 대사증후군 위험이 더욱 크다”고 설명했다.
복부지방은 컴퓨터 단층촬영(CT) 등으로 정확히 측정할 수 있다. 술을 많이 마시는 사람들의 복부를 CT로 찍어 보면 내장지방이 과다하게 축적돼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왜 비만이 대사증후군을 만들까. 지방세포가 분비하는 물질이 대사능력에 나쁜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인슐린 기능이 떨어진다고 해서 대사증후군을 인슐린저항증후군(IRS)이라고도 한다. 따라서 대사증후군이 있으면 인슐린이 제 기능을 못해 당뇨병이 잘 생긴다.
대사증후군을 그대로 두면 협심증 같은 심장병이 생길 위험이 크다. 예를 들어 혈중 중성지방의 수치가 높은 고지혈증을 그대로 두면 심혈관 질환의 발생률이 3배나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협심증으로 심장 주위 관상동맥이 굳어지면 흉통이 나타나고, 위급한 심근경색으로 진행될 수도 있다”는 것이 일산 백병원 순환기내과 남궁준 교수의 설명이다.
뇌졸중도 생기기 쉽다. 미국 보스턴대학 연구팀이 얼마 전 발표한 연구보고에 따르면 대사증후군인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뇌졸중 위험이 남성은 78%, 여성은 2배 이상 높다고 한다. 대사증후군이 혈관을 경화시켜 심장이 뛸 때마다 혈관의 수축, 확장기능을 저하시키기 때문이다.
식이 섬유소가 많이 들어 있어 혈당을 천천히 올리는 음식이 저혈당 식품이다. 백미밥보다는 현미밥 잡곡밥이 좋다. 빵도 흰 밀가루로 만든 빵보다는 통밀 보리 등으로 만든 빵이 좋고, 메밀국수 와인 치즈 콩 어패류 과일 야채 등이 여기에 속한다. 보통 혀에서 단맛이 바로 느껴지는 사탕이나 주스, 청량음료 같은 식품은 혈당지수를 높이므로 삼간다.
지방 섭취량도 줄여야 한다. 육류에 많은 포화지방의 섭취를 전체 열량의 7% 이내로 줄이고 불포화지방산을 전체 열량의 10% 이상으로 섭취한다. 불포화지방산은 생선에 많이 들어있다.
총 콜레스테롤 섭취는 1일 200mg 이내가 적당하다. 지방 섭취량을 줄이는 데는 튀김이나 기름기 많은 중국음식을 삼가는 것이 도움이 된다. 반면 섬유소의 섭취량은 늘리도록 한다. 1일 20∼30g이 적당하다.
혈중 중성지방치가 200∼400㎎/㎗인 경우는 이런 식이요법부터 실시한다. 그래도 좋아지지 않을 때는 약물 치료가 필요하다.
살을 뺄 때는 갑자기 이루어지면 무리가 따르는 만큼 1년에 10%의 체중감소를 목표로 서서히 하는 게 좋다.
규칙적인 운동도 중요하다. 걷기, 천천히 달리기, 수영, 고정식 자전거 타기 같은 유산소 운동을 주 3회 이상 30분 이상 하면 인슐린 감수성을 증가시키고 저밀도 콜레스테롤이 좋은 고밀도 콜레스테롤로 변하는 것으로 밝혀져 있다.
특히 하체를 강하게 해주는 운동이 인슐린 저항성을 높여준다. 윗몸일으키기는 뱃살을 빼는 데는 큰 도움이 되지 않지만 복근을 단련시키는 데는 좋다. 마음먹고 운동을 하기 힘들다면 출퇴근 시간에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이용하거나 점심식사 후에 가벼운 산책을 하는 정도라도 좋다.
미 당뇨병협회가 대사증후군 환자 5백52명을 대상으로 지난 3년간 연구 관찰한 분석에 따르면 식습관 개선, 운동 등 생활습관 변화만으로도 당뇨병 발생 위험이 58%나 감소했다고 한다. 혈당강하제를 복용한 그룹에서의 감소율 31%보다 더 나은 효과이다. 이외에도 동맥경화를 예방하는 혈관의 내피 기능이 좋아졌고, 혈액을 끈적거리게 하는 지표들도 함께 개선됐다.
만약 일정기간 식이요법과 운동 등으로 주의해도 좋아지지 않을 때는 약물치료를 고려해야 한다. 남궁준 교수는 “정상치보다 높은 혈압, 혈당, 콜레스테롤 같은 대사증후군의 여러 지표들은 약물치료 등으로 적극 낮춰야 한다”고 조언한다. 혈압을 조절하는 데는 안지오텐신 길항제를, 고지혈증에는 스타틴제제를 많이 처방한다. 이때 심혈관 질환을 예방하기 위해 저용량의 아스피린을 함께 처방하기도 한다.
비만의 정도가 심할 때는 지방흡수 억제제를 의사의 처방에 따라 사용할 수도 있다. 최근에는 인슐린 저항성 자체를 줄여주는 인슐린 증감제를 초기부터 사용하는 방법도 사용된다.
◇대사증후군 진단 체크포인트 : 3개 이상이면 위험 | |
1. 허리 둘레 | 남자는 100cm(더 엄격하게는 90cm 즉 35.4인치부터), 여자는 88cm 이상 |
2. 혈압 | 135/80mmHg 이상일 때 |
3. 혈당 공복시 | 110mg/㎗ 이상일 때(당뇨 기준인 126㎎/㎗보다는 낮다). |
4. 중성지방 | 150mg/㎗ 이상일 때 |
5. 고밀도 콜레스테롤 | 남자는 40mgs, 여자는 50mgs 미만일 때 |
송은숙 건강전문 프리랜서
도움말/을지대학병원 가정의학과 김용철 교수, 일산 백병원 순환기내과 남궁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