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앓이를 호소하는 환자를 진찰하고 있는 을지대 윤수진 교수. | ||
기상 예보를 보면 이번 장마 후 기온을 급격히 올라가 10년 만의 무더위를 예고하고 있다. 식약청 발표에 따르면 올 상반기의 식중독 발생건수는 이미 6천74명으로, 2002년 같은 기간 발생한 2천9백80명에 비해 2배를 넘었다.
식중독은 염증이 있거나 더러운 손으로 음식을 다룰 때 포도상구균이 음식에 오염되거나, 세균이 번식된 상한 음식을 먹어 생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가정이나 단체급식을 하는 곳에서는 음식에 주의하고 손을 잘 씻는 등 개인 위생과 음식물 관리에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
상한 음식을 먹은 다음 설사 구토가 나고 복통이 찾아오는 식중독은 대표적인 여름 질병이다. 보통 상한 음식을 먹은 후 72시간 내에 증상이 나타난다.
여름 식중독의 원인은 세균에 오염된 음식에서 비롯되는 ‘세균성 식중독’이 80% 이상으로 가장 흔하다. 이 외에 독버섯 같은 식물독, 복어 등의 동물독을 먹어 생기는 ‘자연독 식중독’, 농약 중금속 등 화학물질에 오염된 음식을 먹어 생기는 ‘화학성 식중독’이 있다.
세균성 식중독은 다시 음식물을 통해 몸안에 들어온 세균 자체가 탈을 일으키는 감염형과 세균이 만들어낸 독소에 의해 탈이 나는 독소형으로 세분된다.
감염형은 음식물을 잘 끓이면 대부분 세균이 소멸하여 위험성이 상대적으로 적지만, 독소형은 먹기 전의 식품에서 세균에 의해 이미 독이 만들어진 경우 아무리 끓여도 독소는 없어지지 않으므로 식중독을 피하기 어렵다.
감염형 식중독은 독소형 식중독보다 잠복기가 더 길지만 증상은 덜하다. 이와 함께 열이 나는 등의 전신 증상이 있고 대변에 섞인 백혈구나 혈액 등을 검사해보면 염증이 생긴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감염성 식중독으로는 살모넬라 식중독, 이질, 병원성 대장균 식중독, 비브리오 패혈증 등이 있고, 독소형 식중독으로는 콜레라, 포도상구균 식중독 등이 대표적이다.
포도상구균 식중독(독소형)
포도상구균에 의한 식중독은 이미 음식을 먹기 전에 독소가 만들어져 몸 안에 들어오는 것이므로 잠복기가 2시간 이내로 짧다는 것이 특징. 즉 음식을 먹은 직후 2시간이면 복통 구토 설사 등 증세가 나타난다.
포도상구균은 사람의 피부에 기생하는 경우가 많다. 이 세균이 음식을 조리하는 사람의 손이나 코 점막 등에 붙어있다 손을 통해 음식에 옮겨진 후 음식물이 실온에서 방치돼 균이 급격히 증식하면 장 독소를 뿜어낸다. 장독소는 열에 강해 끓여도 없어지지 않는다. 오염된 음식을 먹으면 식중독에 걸리게 된다.
이 독소가 잘 발생하는 식품은 단백질이 풍부하고 수분이 많은 크림, 샐러드, 육류(햄 등의 돼지고기 제품) 등이다. 예방을 위해서는 식품을 취급하는 사람이 항상 손을 깨끗이 씻고 상처가 있을 때는 조리를 하지 말아야 한다.
살모넬라균에 오염된 육류나 계란 메추리알 등을 먹은 지 8∼48시간 후에 발병한다. 배꼽 주변이 아프고 설사가 나며, 38℃ 전후의 미열이 생기기도 한다. 조리하기 전에 손을 잘 씻고 원인이 되는 육류는 차게 냉동 보관하고, 음식물을 조리할 때는 충분히 가열하면 예방에 도움이 된다.
비브리오 장염 식중독
균이 있는 어패류를 먹은 뒤 10∼18시간 이내에 설사가 나면서 위쪽 배가 아프다. 설사가 심한 편이다. 대부분 2~3일 지나면 좋아지지만 설사가 심할 때는 위험하므로 병원을 찾아야 한다.
비브리오 패혈증
비브리오 장염 식중독과 마찬가지로 어패류를 날로 먹은 후에 발생한다. 오염된 어패류를 먹고 16∼20시간 후에 갑자기 오한 발열 의식혼탁 등 전신증상으로 시작된다. 발병 36시간 이내에는 팔 다리에 출혈, 수포, 궤양 등 피부에 이상이 생긴다. 일단 발병하면 치사율이 매우 높아 치명적이다.
평소 간 질환이 있거나 심한 알코올 중독인 경우에 특히 취약하므로 이런 사람들은 여름철에 어패류를 날로 먹지 않는 게 가장 안전하다.
장 독소성 대장균 식중독
흔히 물을 바꿔 먹을 때 생긴다 하여 ‘여행자 설사’라 부르는 식중독이다. 부패한 음식이나 물을 먹고 12∼24시간 뒤에 설사 복통이 생기거나 12∼74시간 뒤 설사 혈변 등의 증상이 생긴다. 대장균이 장내 상피세포에 붙어 설사를 유발하는 장 독소를 만들어 식중독을 일으킨다. 오지나 저개발국가를 여행할 때 안전하지 않은 식수가 흔히 문제가 되므로, 개인위생을 철저히 하고 물은 2분 이상 끓여서, 음식은 충분히 익혀서 섭취하는 것이 예방법이다.
O-157대장균 식중독
병원성 대장균의 하나로 상한 햄버거나 주스 등을 먹은 뒤 1~9일이 지나 배가 뒤틀리면서 설사가 난다. 환자의 2~7%는 감염후 4~15일 사이에 적혈구가 쉽게 파괴되고 체내에 노폐물이 쌓여 콩팥이 망가지는 ‘용혈성 요독증후군’으로 진행돼 생명의 위협을 받기도 한다.
캠필로박터 식중독
균에 오염된 육류와 닭고기 우유 샐러드 등을 먹거나 애완동물과의 접촉을 통해 감염된다. 감염 2~7일 뒤 발열 권태감 두통 근육통 요통이 생긴다. 애완동물을 만진 후에는 반드시 비누로 손을 잘 씻어야 한다.
대부분의 세균성 식중독은 2~3일 견디면 절로 나으므로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저항력이 약한 유아나 노인, 환자의 경우에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설사나 구토, 열이 있으면 수분이 많이 빠져나가 탈수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끓여 식힌 물을 조금씩 자주 마시는 게 좋다. 설탕물이나 이온음료도 도움이 된다.
인하대병원 가정의학과 고희정 교수는 “식중독에 걸린 후에는 장을 쉬도록 하기 위해 식사는 하루 정도 거르다가 미음부터 시작해 차츰 먹는 게 좋다”고 말한다. 이때 과일즙이나 콜라 사이다 같은 탄산음료는 삼가는 것이 좋다. 섬유질이 많은 야채나 우유 유제품 고지방식품 커피 코코아 등도 이 시기에는 피하는 것이 좋다.
대개 식중독은 쉽게 회복되지만 드물게 비브리오 패혈증 같은 아주 위험한 식중독일 수도 있으므로 설사가 시작된지 1∼2일이 지나도 멎지 않거나 복통 구토 열이 아주 심할 때, 대변에 피가 섞여 나올 때는 빨리 병원을 찾아가야 한다.
식중독일 때 항생제나 지사제 같은 약을 함부로 사용해선 안된다. 항생제는 세균성 장염일 때 효과가 있고 지사제나 진경제는 설사와 복통을 가라앉힐 수 있지만, 그 대신 세균과 독소의 배출을 방해하여 증상이 오래 가게 만들 수 있다.
송은숙 건강전문 프리랜서
도움말/을지의대 을지병원 가정의학과 윤수진 교수, 인하대병원 가정의학과 고희정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