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즐거운 휴가가 되려면 피서지에서의 건강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차로 장거리 이동을 할 때에는 특히 중간중간 차를 멈추고 스트레칭을 하면서 쉬어가는 것이 좋다. | ||
그러나 평소의 익숙한 일상에 변화가 생길 때는 심신에 새로운 충격이 올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 변화는 심신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주겠지만 자칫 적응이 안되면 건강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여행 중 일어날 수 있는 여러 상황들을 되도록 충분히 예상하고 그에 대비하는 것은 만약에 생길지 모를 피해나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한 지름길이다.
교통사고나 익사 등 사고의 위험은 물론 타지에서 물과 음식이 바뀌고 기후조건도 달라진다는 점을 충분히 감안해야 한다. 해외로 가는 경우 풍토병이 예상된다면 적어도 1∼2주 전 예방접종을 받는 등의 대비도 필요하다.
여행자들이 알아두어야 할 의학적 주의점은 우선 어떤 교통수단을 이용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자동차
비행기나 배와 달리 꼼짝달싹 못하는 교통체증이 복병. 이 때는 한두 시간마다 근육의 긴장을 풀어주는 게 요령이다. 잠깐씩 차에서 내려 목 허리 어깨 등을 스트레칭하고 심호흡을 하는 것이 좋다. 범퍼에 한쪽 다리를 올려놓고 상체를 다리 쪽으로 굽혀 15초 동안 멈추는 자세를 다리를 바꿔가며 반복하는 동작도 좋다.
에어컨을 튼 상태에서 차창을 오래 닫고 있으면 실내에 산소가 부족해지고 근육피로가 심해진다. 하품이나 깊은 한숨이 자주 나오는 것은 이산화탄소가 축적되었다는 신호. 자주 창문을 열고 신선한 공기를 마시도록 한다.
만약 운전자가 멀미약을 마셨을 때는 졸리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으므로 다른 사람과 교대하는 게 바람직하다. 교통사고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는 지도를 미리 살펴보고 출발하며 운전 중 방어운전에 신경쓴다. 아무리 휴가 중이더라도 음주운전은 절대불가. 안전벨트와 어린이용 안전좌석도 잊지 말도록 하자.
배
배를 운전할 기회는 거의 없을 테고, 가장 걱정되는 것은 역시 멀미다.
멀미약을 이용할 때, 마시는 약은 배타기 전 적어도 30분 이전에, 붙이는 멀미약은 최소한 4시간 이전에 붙여야 효과가 있다. 붙인 멀미약은 배에서 내린 뒤 바로 뗀다. 그러나 임신부는 태아를 생각해 멀미약을 쓰지 않는 게 좋고, 노인은 붙이는 것이라도 반쪽만 사용하는 식으로 양을 줄인다. 배에 오르기 전 과식으로 위에 부담을 주거나 술을 마시는 것도 불리하다.
배 안에서는 벨트나 단추를 풀어 몸을 편하게 해주고, 독서나 뜨개질 등 시력을 집중시키는 행동은 삼가는 게 좋다. 심한 멀미를 한 후에는 탈진을 막기 위해 물을 마시는 것이 좋다.
비행기
배보다는 멀미가 덜하겠지만 혹 걱정된다면 붙이는 멀미약을 사용한다. 그러나 처음 사용하는 사람은 여행 전 한번 시험해 보는 것이 좋다. 입안이 마르고, 시력장애, 의식상실 등의 부작용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특히 노인은 녹내장이 악화되거나 소변 보기가 불편해지는지를 먼저 알아보고 써야 한다.
비행기가 오르내릴 때 귀가 멍멍해지는 것은 기압의 변화에 따라 귓속의 유스타키우스관이 막혀 생기는 증상이다. 코를 손으로 막고 입을 다문 채 숨을 코로 내쉬어 고막이 밖으로 밀리게 하는 방법, 껌 씹기, 물 마시기, 코 막고 침 삼키기, 하품하기 등이 도움이 된다.
고정된 자세로 장시간 좌석에 앉아 있으면 혈액순환에 지장이 생겨 발이 붓는 느낌이 온다. 심장과 연결된 심부 정맥의 혈액 순환이 안돼 피가 굳어지면서 혈관을 막아 종아리에 통증과 부종이 생기는 증상으로 좌석 간격이 좁은 일반석 승객에게 많다고 해서 이코노미클래스 증후군(심부정맥 혈전증)이라 부른다.
삼성서울병원 감염내과 백경란 교수는 “심혈관 질환, 만성 폐쇄성 폐질환, 고혈압이 있는 40대 이후 연령자에게 주로 생기고 큰 외과수술을 했거나 당뇨병 환자, 호르몬 치료중인 여성에게도 나타날 수 있다”고 말한다.
이코노미클래스 증후군을 예방하려면 기내에서는 편안하고 넉넉한 옷을 입고 좌석에서 자주 일어나 기내 복도를 걸어 다니고 앉은 자리에서도 발과 무릎을 때때로 주물러 주는 것이 좋다.
만성질환자
건강한 사람이라도 여행 중에는 생체리듬이 바뀌어 피로하기 쉽지만, 평소에 당뇨병이 있어서 인슐린 주사를 맞는다거나 심장병, 호흡기 질환 등 만성질환이 있는 사람은 주의할 점이 더욱 늘어난다.
여행 기간이 길 때는 여행 전에 미리 의사와 상의하여 구체적인 주의사항을 듣고 복용할 약을 준비하며, 여행지에서 증상이 악화되는 만일의 경우 응급 대처방법까지 알아두어야 한다. 특히 해외여행일 때는 약을 잃어버릴 수도 있으므로 복용중인 약에 대한 처방전을 영문으로 준비해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임산부나 소아가 동행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눈병과 귓병
보통 여름휴가 중에는 눈병이나 귓병이 흔하다. 눈병에 걸리면 증세에 따라 해열진통제 염증억제제 등을 복용하면서 항생제 안약을 눈에 넣어 2차 감염을 예방해야 한다. 자외선으로 눈의 각막이 손상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선글라스를 끼는 것이 좋다.
여름철 귓병 하면 수영 중에 귀에 물이 들어가서 생기는 경우가 많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오히려 비위생적인 방법으로 귀를 후비는 것이 원인이 되는 경우가 더 많다. 원래부터 귀지가 축축한 사람은 수영 후 오염된 물로 귀가 곪고 심하게 가려울 수 있다. 풀(Pool)병이라고 하는데 통증이 아주 심하지 않다면 대부분 자연스럽게 해소된다.
햇볕 화상과 일사병
햇볕 화상도 요주의 대상. 요즘처럼 햇볕이 강할 때는 한낮에 1∼2시간만 직사광선에 노출돼도 피부가 붉어지고 얼얼한 1도 화상을 입기 쉽다. 화끈거리는 부위에 찬 물을 붓거나 찬 우유, 오이로 팩을 해주면 바로 열을 내릴 수 있다. 피부가 후끈거릴 정도라면 비누나 화장품을 쓰지 않는 게 좋다. 만약 피부가 검은색 또는 하얀색으로 변하거나 물집이 생겼다면 2도 이상의 화상이므로 병원을 찾아야 한다.
강한 햇볕에 노출될 때는 긴 소매 옷이나 챙이 큰 모자, 선글라스 등을 이용하고 외출 1시간 전에 미리 자외선 차단 크림을 바른다.
보기 좋은 구릿빛 피부를 만들기 위해 선탠을 할 때도 요령이 필요하다. 무조건 살을 태우다가는 피부를 손상시킬 수 있다. 선탠을 하고 싶다면 한낮을 피해 오전 11시 이전이나 오후 3시 이후에 하는 것이 좋다.
체온조절 기능이 약한 어린이나 노인, 당뇨병 같은 만성질환이 있는 사람들은 일사병에도 주의해야 한다. 햇볕이 강한 한낮에 활동하다가는 땀을 많이 흘리면서 몸 안의 수분과 염분이 부족해 일사병에 걸릴 수 있다. 두통이나 구토, 메슥거림, 식욕부진 등이 나타나는데, 심하면 의식을 잃기도 한다.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가장 좋은 예방법. 만약 일사병으로 갑자기 쓰러졌을 때는 우선 시원한 곳에 눕힌 다음 상자나 담요를 이용해 다리를 몸보다 높여 뇌로 가는 혈액의 양을 늘려줘야 한다. 의식을 찾으면 연한 소금물을 먹인다.
물놀이 사고
물에 빠졌을 때는 의식이 없더라도 호흡이나 맥박이 괜찮으면 금방 생명이 위태롭지는 않다. 이 때는 머리를 몸보다 약간 낮게 눕히고 얼굴은 물을 토할 때 폐로 들어가지 않도록 옆으로 돌린 다음 담요나 외투로 덮고 온몸을 주물러준다. 호흡이 없을 때는 건진 다음 인공호흡을 얼마나 빨리 하느냐에 따라 생명이 좌우된다. 물을 토하게 하는 것보다 인공호흡이 우선이다.
송은숙 건강전문 프리랜서
도움말/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박용우 교수, 삼성서울병원 감염내과 백경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