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름이 다 가기 전에 상쾌한 삼림욕을 해보자. 사진은 경기도 가평의 한 식물원 오솔길. | ||
최근 한 인터넷사이트에서 남녀직장인 1천7백여 명을 대상으로 올 여름휴가 계획을 앙케이트 조사한 결과, ‘사람이 없는 조용한 곳이나 휴양지에서 삼림욕을 즐기고 싶다’는 의견이 해변이나 유원지를 제치고 35.5%(6백 명)로 1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을 위해서는 바다도 좋고 숲도 좋지만, 북적대는 인파로부터 좀더 멀어지고 싶다면, 먼 길을 오갈 시간적 경제적 여유도 빠듯한 실정이라면, 가까운 숲을 찾아 떠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휴식이 될 것이다.
돈과 시간이 많이 들지 않으면서 마음만 먹으면 쉽게 할 수 있는 것이 삼림욕이다. 가까운 숲이라도 찾아가 숲 내음을 가슴 깊숙이 들이마시면 일상에서 쌓인 스트레스가 멀리 도망간다.
잎이 무성한 여름 나무에서는 흥분한 신경을 진정시키는 피톤치드라는 성분이 나온다. 심폐기능이 좋아지고 살균작용, 피부의 노폐물 분비를 돕는 효과도 기대된다.
나무가 울창한 숲 속에 들어서면 심호흡을 하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상쾌해지고 마음이 차분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물론 숲을 천천히 거니는 운동 자체가 신체 리듬을 회복하도록 도와주고 산소공급을 원활히 해 운동신경을 단련시키는 데 도움을 준다. 그러나 삼림욕이 좋은 것은 무엇보다도 나무들이 내뿜는 테르펜이나 멘톨 같은 정유성분 피톤치드(Phytoncide) 성분 때문이다.
“테르펜이라는 정유성분은 공기 중의 작은 먼지와 함께 들이마실 경우 먼지의 80%를 정화하는 등 심폐기능을 강화시키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멘톨이라는 정유성분은 피부나 점막에 닿으면 시원한 느낌을 주고 기관지 강화, 신경안정 효과가 있어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을 준다.”
산성체액(양성체질)에 효과
경희대병원 한방재활의학과 이종수 교수의 설명이다.
숲의 맑은 공기를 마음껏 호흡하는 삼림욕을 영어로는 그린 샤워(green shower)라고 한다. 해수욕, 햇볕을 직접 쬐는 일광욕과 함께 건강 삼욕(健康三浴)으로 불린다.
이종수 교수는 “산성체액(양성체질)인 사람에게는 삼림욕이 효과적이고, 극알칼리성 체액(음성체질)인 사람은 바닷바람을 맞으며 산책 등을 하는 해풍욕이 좋다”고 말한다.
숲은 몸뿐 아니라 정신적 스트레스를 푸는 데도 효과가 있다. 을지병원 산업의학과 오장균 교수는 “숲은 우리의 오감(五感)을 모두 만족시켜 준다. 즉 눈으로는 초록색을 봐서 눈의 피로가 적고, 코와 입으로는 나무나 풀 내음을 맡으며 귀로는 벌레소리, 바람소리, 계곡의 물소리 등을 듣다 보면 스트레스가 개운하게 사라진다”고 말한다.
피톤치드라는 명칭은 피토(phyto=식물)와 치드(cide=죽인다)라는 뜻의 합성어. 나무가 각종 세균과 곰팡이, 해충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발산하는 방향성 성분을 일컫는다. 식물마다 각기 다른 고유의 피톤치드를 내뿜는데, 숲 특유의 향과 신선함은 이런 피톤치드 때문에 생긴다.
피톤치드는 박테리아 등 미생물을 죽이는 살균, 살충효과가 우수하며 사람에게는 심폐기능을 강화시키고 신체 각 부위에 활력을 불어넣어 준다. 또 노폐물의 배설, 호르몬의 분비를 원활히 해 피부에 탄력을 주고 노화를 억제하는 효과도 있다. 중추신경계의 흥분을 진정시켜 스트레스를 푸는 데도 좋다고 한다.
신선한 음이온도 가득
자폐증 어린이가 1주일간 삼림욕을 계속한 결과 적극성과 자신감을 기르는 데 빠른 효과가 있었다는 연구 발표도 있다. 우울증에 빠진 노인에게도 삼림욕이 좋은 효과가 있다.
피톤치드 외에도 숲 속에는 음이온이 많다. 음이온이 많으면 공기가 상쾌해진다.
지금까지의 연구에 의하면 음이온은 혈액을 정화시켜 약알칼리 상태로 만들고 체세포의 작용을 활성화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자율신경을 조절하고 면역력에 관계되는 감마 글로블린이 혈액 중에 증가해 저항력이 커진다.
공기 중 음이온의 양이 적은 흐린 날에는 신경통이나 천식, 뇌졸중 등의 발생률이 높아진다는 보고가 있다. 반대로 음이온이 공기 1cc당 1천 개 이상으로 늘어나면 사람의 뇌에서 알파파의 활동이 활발해져 천식과 편두통의 원인인 걱정 긴장이 완화된다는 보고도 있다.
음이온은 공기 중에서 담배 연기나 각종 유해가스, 악취, 꽃가루 등을 제거해줘 오염된 공기로 인한 질병의 치료와 예방에 도움이 된다.
겨울보다 여름이 10배
산림욕 장소로는 잎이 넓은 나무가 많은 활엽수림보다는 소나무 전나무 잣나무 삼나무 등의 침엽수가 우거진 곳이 더욱 우수하다. 침엽수가 활엽수보다 피톤치드를 2배나 더 내뿜기 때문이다.
중부지방에서는 잣나무 소나무 낙엽송, 남부지방에서는 삼나무 편백나무가 많은 삼림지역이 적합하다. 참고로 식물의 탄소동화작용으로 산소를 제일 많이 배출하는 나무는 아카시 나무다. 또 어린 나무보다는 수명이 오래된 나무일수록 피톤치드 방출량이 왕성하다.
계절적으로는 겨울보다 여름철에 피톤치드가 10배 많고, 흐린 날보다는 맑은 날이 좋다. 시간상 오후보다는 오전에 많이 나온다. 무더운 한낮을 피해 오전 10∼12시, 또는 새벽 6시 정도에 숲을 찾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그러나 새벽 시간대는 나무들이 밤새 내뿜은 이산화탄소가 아직 숲 바닥에 잔류해 있고. 분비되는 테르펜 양도 아직 적으므로 해가 뜬 이후가 적당하다.
삼림욕의 위치는 산 밑이나 꼭대기보다는 중턱이나 습도가 높고 움푹 패여 테르펜과 음이온이 오래 머무는 계곡 지형이 이상적이다. 산 중턱 숲 가장자리에서 1백m 이상 들어간 깊은 계곡 주변이 가장 좋다.
산림욕을 할 때에는 통기성이 좋고 노출이 많은 옷, 땀 흡수가 잘되는 편한 옷차림이 좋다. 챙이 있는 모자도 준비하고 신발은 운동화나 등산화를 신는다. 향수나 향이 강한 화장품은 사용하지 않도록 한다.
중장년 5~8km 적당
산책이나 조깅, 심호흡, 사색을 하며 최소 1∼3시간 이상 충분히 삼림욕을 즐기는 것이 요령. 질병 치료를 위해 요양을 하는 경우라면 매일 1시간 정도 꾸준히 하는 것이 좋다. 숲을 거니는 횟수나 거리는 각자의 체력에 따라 적정량이 다르지만, 대개 청소년은 10∼15km, 중장년은 5∼8km 노년층은 4∼6km가 적당하다.
걷다가 피로가 느껴질 때는 멈춰서서 큰 나무를 향해 심호흡을 하며 테르핀과 음이온을 들이마신다. 호흡을 할 때는 가슴에서 목까지 공기를 가득 채우는 기분으로 깊이 들이마신 상태에서 잠시 숨을 멈추었다가 조금씩 내쉬는 복식호흡을 하면 좋다. 걷거나 조깅을 시작할 때는 먼저 간단한 맨손제조나 스트레칭 등으로 준비운동을 한다.
소나무 숲에서 목욕을 하듯 맨피부를 마찰하면서 솔잎이 떨어진 곳을 맨발로 걷는 것도 좋다. 발바닥의 용천혈이 자극되어 전신의 혈액순환을 촉진하고 피로를 풀어주며 마음이 안정된다.
그러나 신체의 기능이 많이 떨어져 있는 중환자나 허약한 사람, 노인은 심한 운동은 삼가고 가벼운 산책을 하면서 대화를 나누는 정도가 좋다. 일단 걸으면서 가쁜 숨을 몰아쉴 정도면 무리한 상태로 봐야 한다. 송은숙 건강전문 프리랜서
도움말=강남경희한방병원 이경섭 병원장, 경희대 한방재활의학과 이종수 교수, 을지병원 산업의학과 오장균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