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틀 먼지도 싹싹 봄을 맞아 집안 구석구석을 대청소하는 것은 무엇보다 봄이면 더욱 심해지는 알레르기의 원인물질을 제거하는 효과가 크다. | ||
깨끗한 집안을 만드는 청소는 가족들에게 건강에 좋은 주거 환경을 만드는 가장 중요하고도 손쉬운 방법이다. 구석구석 먼지를 제거하고 이불을 털거나 햇볕에 말리는 것은 무엇보다 알레르기 원인물질을 제거하는 효과가 크다. 청소가 끝난 뒤에는 일상적인 청소와 함께 쾌적한 실내공기를 유지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바깥 공기가 깨끗한 시간을 골라 틈틈이 환기를 잘하고 햇볕도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되, 주택의 입지상 먼지가 많거나 건조한 공기를 피할 수 없다면 먼지 제거가 가능한 공기 청정기와 가습기 등으로 쾌적한 공기를 만들어보자.
생명에 지장을 줄 정도로 치명적이진 않지만 전체 인구의 20~25%가 경험할 정도로 흔한 것이 알레르기 질환이다. 일단 알레르기가 생기면 증상이 오래 가고 재발이 잦아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다. 알레르기성 비염이나 피부질환, 결막염, 천식, 곤충·꽃가루 알레르기 등 봄이면 더욱 기승을 부리는 각종 알레르기 질환으로부터 벗어나려면 평소 깨끗한 환경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집안 어느 곳에 어떤 알레르기 요인들이 숨어있을까.
가정에서 호흡기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주범은 뭐니뭐니 해도 바로 집먼지 진드기다. 경희대한방병원 안이비인후피부과 김윤범 교수는 “소아천식의 90% 이상, 알레르기성 비염의 50% 이상 환자들이 집먼지 진드기에 과민성을 보이고, 아토피성 피부염에도 중요한 원인으로 작용한다”고 설명한다.
집먼지 진드기는 0.2~0.4mm 정도로 크기가 너무 작아 육안으로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때문에 그것에 물려서 괴로운 일은 없지만, 피부와 호흡기 등에 들어가 알레르기를 일으킨다.
집먼지 진드기가 가장 좋아하는 식량은 바로 사람 또는 애완동물의 피부에서 떨어지는 때나 비듬 같은 ‘인설’이다. 성인 한 사람에게서 하룻동안 나오는 인설은 집먼지 진드기 수천 마리가 3개월 정도 넉끈히 먹고 살 수 있는 양이다.
다행히도 집먼지 진드기는 체내에 수분을 유지하는 시스템이 없어서 건조한 환경에는 잘 살지 못한다. 실내온도가 25℃ 습도가 75%일 때 가장 빨리 성장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우리나라의 보통 가정에서는 8월에 가장 잘 번식한다. 하지만 개체수가 가장 적어지는 5월에도 일반 가정의 집먼지 진드기 수는 사람에게 알레르기 질환을 유발하기에 충분한 양이다. 1년 내내 유해 수준을 유지하는 셈이다.
집먼지 진드기가 특히 많이 서식하는 곳은 밍크담요나 베개, 요, 이불, 카펫, 천 소파, 장롱 밑(먼지속) 등이다. 지은 지 오래되어 음습한 집과 아파트처럼 밀폐되고 난방이 잘 되는 환경도 집먼지 진드기가 좋아하는 조건이다.
집먼지 진드기를 집안에서 말끔히 없애려면 실내온도를 15℃ 이하, 습도를 50% 미만으로 유지하여 집먼지 진드기에게 열악한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이처럼 차고 건조한 환경은 사람에게도 불편하므로(비염이나 천식 등의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 실내온도는 18~20℃, 그리고 적당한 습도를 유지하는 게 가장 좋다.
알레르기 환자가 있다면 카펫이나 천 소파, 봉제인형, 커튼, 담요, 침대 등을 모두 없애거나 자주 고온세탁을 해야 하겠지만, 보통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다. 건강한 사람에게 적당량의 먼지는 오히려 알레르기에 대한 저항력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청소법: 침구는 볕이 좋은 날 잘 털어내고 햇볕에 말리는 것으로 집먼지 진드기를 크게 줄일 수 있다. 커버를 뜯어내 세탁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침대의 매트리스는 청소기를 이용해 표면의 먼지를 강하게 빨아들이고, 물로 닦을 수 있는 재질인 경우 뜨거운 물로 빤 천을 이용하여 닦아낸다. 최근 등장한 스팀 청소기를 이용하면 침대 매트리스나 천 소파에 숨어있는 집먼지 진드기를 없앨 수 있다. 집먼지 진드기는 60℃ 이상의 온도에서 제거된다.
침대 밑이나 방구석, 가구 위와 틈까지 먼지를 잘 털어내도록 한다. 집먼지 진드기의 잔해와 배설물까지 잘 제거하는 데는 진공청소기와 물걸레가 충분한 역할을 한다. 고성능 HEPA 필터가 들어있는 공기정화기를 사용하는 것도 좋다. 자기 전에 머리를 감고 젖은 채로 잠자리에 누우면 베개에 곰팡이가 생기기 쉽다.
알레르기성 비염이나 천식, 아토피성 피부염 등의 알레르기 질환은 유전적 요인도 크다. 예를 들어 부모가 모두 천식이 있는 경우 자녀에게 생길 확률은 70%, 한쪽 부모에게 있는 경우는 30%며, 부모가 모두 건강한 경우는 자녀가 천식이 생길 확률이 3% 미만이다.
따라서 부모 중 어느 한쪽이라도 알레르기성 질환이 있을 때는 아이가 알레르기 질환에 걸리지 않도록 특히 신경을 써야 한다. 알레르기는 한번 발생하면 여러 가지 알레르기성 질환이 겹쳐서 나타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가족 중에 알레르기가 있을 때는 애완동물에도 주의해야 한다. 개나 고양이 같은 애완동물의 털 비듬 타액 소변 등도 알레르기를 일으킨다. 따라서 환자가 있는 집에서는 애완동물을 실외에서 기르거나 기르지 않는 것이 좋다.
털이 길든 짧든 토끼나 고양이, 설치류는 특히 피한다. 반면 양서류나 어류, 파충류, 절지류 등은 알레르기와는 별 관련이 없다.
습하고 불결한 곳에는 반드시 곰팡이와 바퀴벌레가 찾아든다. 가장 주의해야 할 곳은 주방과 다용도실 욕실 등이다.
집안의 곰팡이는 집먼지 진드기의 먹이가 될 뿐만 아니라 공기 중에 퍼지는 포자가 알레르기의 직접 원인이 될 수 있다. 원래 고온 다습한 여름 장마철에 번식이 왕성하지만 현대인의 주거환경에서는 계절의 구분이 무의미해졌다. 우선 환기를 자주 하고 실내 습도를 낮추는 것이 필요하다. 습도는 40% 정도, 최소한의 습도를 유지한다.
주방에 곰팡이와 바퀴벌레가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음식 쓰레기를 발생하는 즉시 처리해야 한다.
서울대병원 알레르기내과 김유영 교수는 “바퀴벌레의 허물, 몸에서 떨어지는 가루, 배설물들이 먼지에 섞여 기관지로 들어오면 천식이 생길 수 있다”고 경고한다. 바퀴벌레는 어둡고 습기가 많고 음식찌꺼기가 많은 곳을 좋아한다.
주방이나 욕실에서 물이 새면 바로 수리해야 곰팡이를 막을 수 있다. 실내에 둔 화분도 받침대에 물이 고여 썩지 않도록 깨끗하게 관리한다.
▲청소법: 습기가 많은 냉장고는 평소에도 곰팡이가 생기기 쉬운 환경. 냉장고 안에 음식물을 흘려 고이거나 묻으면 그때그때 식초를 묻혀서 닦아내고 고무 패킹에 습기가 보이면 즉시 닦아준다. 잘 안 닦일 때는 교체하는 것이 좋다. 한번쯤은 내용물을 모두 꺼내고 깨끗이 닦아줄 필요가 있다. 선반과 서랍 등은 모두 끄집어내서 뜨거운 물에 담가두고 세제로 닦아준다.
싱크대의 청소는 밀가루나 베이킹소다를 이용할 수도 있다. 스테인레스 부위와 개수구 부위 등, 재질에 따라 각각의 다양한 전용세제가 나와 있다.
송은숙 건강전문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