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뚜렷한 원인을 알 수 없는 전신 무기력증이 올 때는 병원 진단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 ||
이럴 때 직장인이라면 업무 스트레스로 인한 전신 무기력증을 의심해볼 수 있다. 중년 여성들은 갱년기 장애일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이외에 자신도 모르는 숨은 질병일 가능성도 있어 결코 가볍게 보아넘기지 않는 게 좋다”고 충고한다. 갑상선질환이나 전립선염, 우울증, 기면증 등의 증상이 있을 수도 있다.
사람이 무기력해지는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정신적 스트레스나 쇼크, 좌절 같은 정신적 이유가 원인이 될 수도 있고, 다른 질병의 결과로서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요즘 같으면 시기적으로 ‘봄철 무기력증’을 빼놓을 수 없다. 평소 소화가 안 되고 아침잠이 많은 사람, 기운이 약한 사람, 피로가 누적된 사람일수록 더 시달리게 된다. 한방에서는 소화기가 차고 약한 소음인이나 몸속에 열이 많은 소양인들이 춘곤증으로 인한 무기력증으로 고생하기 쉽다고 본다. 마르고 신경질적인 사람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단순 춘곤증인 경우는 질병이 아니므로 균형 있게 영양을 섭취하면서 가벼운 운동으로 신체에 활력을 주면 차츰 좋아진다.
매년 여름 찾아오는 장마철도 무기력증으로 고생하기 쉬운 때다. 불쾌지수가 높아지고 햇볕이 적어지면서 불안, 우울증 같은 정서적 장애가 오기 쉽다. 고온 다습한 환경에서는 외부 자극에 대한 신체반응이 떨어지고 체온조절 등 생리적 기능이 저하된다. 따라서 고혈압, 당뇨병 등의 만성질환이 악화되거나 잦은 기압 변화로 관절내부 압력이 변해 관절의 통증이 악화되기도 한다.
직장에서의 업무나 대인관계로 인한 스트레스 역시 무기력증을 만든다.
자신의 적성이나 목표와 다른 직장을 선택했거나 치열한 경쟁을 뚫고 입사한 경우, 성취 목표가 높을수록 반복적인 무기력증에 시달릴 위험이 높다. 업무가 너무 많거나 적은 경우, 대인관계에 갈등이 있는 경우, 업무에 만족하지 못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계절적인 무기력증과 마찬가지로 질병은 아니지만, 업무상의 실수나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고 심하면 우울이나 불안, 적응장애 등으로 진전될 수 있다.
이 같은 무기력증을 해소하려면 스트레스가 쌓이지 않도록 그때그때 풀어주는 것이 최선이다. 자신만의 해결방법을 개발하고 대인관계에서는 적절하게 자기주장을 해야 한다. 영양관리도 필요하다.
이처럼 질병으로 볼 수 없는 무기력증과 달리 다른 신체 질환으로 인해 파생되는 무기력증도 있다. 가장 흔한 원인 몇 가지를 알아본다.
전립선염
50세 이하의 청장년층 남성에게서는 전립선염이 무기력증의 원인이 되는 수가 있다. 전립선염 환자에게 전신 무기력증이 흔히 나타나는 이유는 눈에 보이지 않는 염증이 몸의 방어체계를 가동해 에너지를 과도하게 소비하기 때문이다. 이때는 전립선염 치료와 함께 걷기나 등산 같은 적절한 운동을 하는 것이 도움된다.
한 조사에 따르면 비뇨기과를 방문하는 환자의 15~20%가 전립선염 환자일 정도로 흔한 편이다. 증상이 좋아졌다 나빠지는 것을 반복하면서 만성이 되기 쉬우므로 주의해야 한다. 삼성서울병원 비뇨기과 이현무 교수는 “만성이 되어 치료가 잘 되지 않으면 우울증을 보이는 경우가 있다. 만성전립선염 환자의 약 60%가 우울증에 시달린다는 통계도 있다”고 설명한다.
전립선에 염증이 생기면 배뇨 곤란이 주된 증상. 소변을 자주 보게 되고 소변을 볼 때 아프거나 소변을 보고 나서 소변이 남아 있는 느낌이 들고, 소변량이 적고, 소변 줄기도 약해진다. 회음부나 고환, 치골 등에 통증이 있거나 조루증이 심해지고 성욕 감소, 발기 유지능력 감소, 성교시 통증 같은 성기능 장애도 나타난다. 때로는 증상이 없는 전립선염도 있다.
전립선염은 세균성이거나 비세균성이거나 항생제 치료를 기본으로, 배뇨 이상을 해결하는 약이나 항우울제 등을 쓴다. 특히 급성 세균성 전립선염의 경우에는 오한이 나면서 39℃ 이상의 고열이 발생해 몸살감기로 잘못 판단되는 경우가 있다.
만성 전립선염으로 진행되지 않게 하려면 완치될 때까지 약을 꾸준히 먹는 게 중요하다. 적어도 4주 정도는 약을 계속 먹어야 하고, 치료받는 동안에는 술은 마시지 않도록 해야 한다.
평소 소변을 오래 참는 습관이나 의자에 오래 앉아 있는 습관은 전립선 건강에 좋지 않다. 반면 카페인, 술을 줄이고, 스트레스를 적당히 해소하며, 적당한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는 것은 좋다. 주기적인 성생활로 정액에 포함되어 있는 전립선액을 배출해주는 것도 필요하다.
갑상선 호르몬을 분비하는 목 아래 갑상선에 이상이 생겨도 무기력증이 나타날 수 있다. 성장과 발육을 촉진시키고 몸의 대사과정을 촉진시켜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하는 곳이 갑상선이다.
우리 몸에 갑상선호르몬이 부족해지면 대사작용이 둔화되고 몸의 모든 기능이 저하되고 처진다. 즉, 매사에 무기력해지며 기억력이 감퇴되고, 몸이 쉽게 붓거나 입맛이 떨어지는데도 불구하고 체중이 증가하며 체온이 낮아져 추위를 잘 탄다. 성장기 어린이와 청소년은 뇌와 신체의 성장 발육을 더디게 만들어 지능지수(IQ)가 떨어지며 키가 잘 자라지 않는 등을 후유증을 남길 수도 있다.
무기력증의 원인이 되는 갑상선기능저하증은 그대로 두면 혈압이 높아지고 핏속 콜레스테롤이 증가해 동맥경화, 심부전을 만드는 만큼 치료를 조기에 해야 한다. 평생 복용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따르긴 해도 부족한 갑상선호르몬만 보충해주면 된다. 하지만 산후 갑상선염이나 아급성 갑상선염 등으로 인한 일시적 증상은 상태가 좋아지면 약을 끊을 수도 있다.
우울증
잠을 설치는 날이 많아지고 쉬 피곤해진 주부 J씨(53). 만사가 귀찮고 소화도 잘 되지 않는다. 증상이 길어져 병원을 찾은 결과 갱년기 우울증이란 진단을 받았다.
단순한 갱년기 우울증에서 찾아오는 무기력증은 잡곡밥에 야채, 과일을 충분히 섭취해 비타민, 미네랄의 양을 늘려주면 개선효과가 있다. 기운이 떨어진다고 육식을 더 늘리기보다는 생선 해물을 충분히 먹는 게 좋다.
우울증이 있으면 보통 식욕을 잃어 체중이 줄어드는 경우가 많지만 증상이 가벼울 때는 활동량은 줄고 먹는 양은 늘어 살이 찌기도 한다. 뚜렷한 이유 없이 여기저기가 아프거나 소화가 안되며 성욕도 없어지고 만성적 피로감을 호소하기도 한다. 두통, 불면증 등도 생긴다.
우울증을 계속 방치하면 사회생활, 대인관계에 여러 가지 심각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삶에 대한 극단적인 허무함과 절망감을 경험하면 극한 상황에서는 자살을 시도하는 경우도 있다.
우울증은 가족력과도 관계가 있으며, 사랑하는 사람과의 사별 또는 이별, 성장과정에서 부모와 오랫동안 떨어진 경험이 있는 경우도 보다 취약하다. 성격적으로 의존적이고 열등감이 심한 사람, 지나치게 양심적인 사람들에게 흔하다.
갱년기 우울증 외에 노인 우울증도 요주의 대상이다. 강북삼성병원 정신과 오강섭 교수는 “겉으로 보기에는 건강해 보이는 사람에게도 쉽게 올 수 있는 것이 노인 우울증이다. 두통 복통 등을 계속 호소하거나 불안 불면 등에 시달리는 증상을 보일 수도 있다”고 조언한다.
노인 우울증을 예방하려면 주변 사람들과의 대인관계를 유지하면서 취미활동을 적극적으로 즐기는 게 좋다. 만약 어려움이 생기면 가족이나 친구와 자주 상의하도록 한다. 수면이나 운동 등은 규칙적으로 하고 과음은 삼간다.
기면증
주로 활동하는 시간대인 한낮에 졸음이 너무 심하다면 기면증을 의심해 보자. 밤에 충분히 잠을 자도 낮에 이유 없이 졸리고 무기력한 증세가 나타난다.
잠이 오면 의지만으로는 참을 수가 없어서 아무 장소에서든 잠을 자게 된다. 업무나 운전 중에도 졸고, 식사 회의 심지어 대화하는 도중 잠에 빠져 들기도 한다. 하지만 치료를 받으면 거의 불편없이 생활이 가능하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업무중 자주 졸기 때문에 업무가 느려지고 실적이 떨어져 직장생활이 어려워진다. 동료들에게 따돌림을 받거나 우울증에 빠지기도 한다. 특히 가만히 앉아서 하는 직종이라면 졸음 때문에 더 힘들다. 참을 수 없는 졸음이 갑자기 오기 때문에 운전 중 사고, 작업장 사고 등 각종 안전사고를 일으킬 수도 있다. 학생은 학습장애 따돌림 성격변화 등이 오게 되고, 느리고 게으른 아이로 오해를 받기도 한다.
‘탈력발작’이라고 해서 기면증 환자의 70%는 웃거나 화내거나 흥분하는 등 심한 감정의 변화가 있을 때 몸의 힘이 갑자기 빠지는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얼굴근육이 풀려 입이 갑자기 벌어지거나 양쪽 다리의 힘이 갑자기 빠져 주저앉거나 몸 전체의 힘이 없어지면서 쓰러질 수도 있다.
따라서 낮잠이 유난히 많을 때는 단순히 ‘잠이 많은 사람’이려니 여기지 말고 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 히포크레틴 호르몬의 부족이 주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멜라토닌은 잠들게 하는 호르몬인데 반해 히포크레틴은 사람을 깨어 있게 하는 각성 호르몬이다.
송은숙 건강전문 프리랜서
도움말=강북삼성병원 정신과 오강섭 교수, 삼성서울병원 비뇨기과 이현무 교수·내분비대사내과 정재훈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