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뇨병은 초기에는 증상이 없어서 거의 모르고 지내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사진은 혈당검사 장면. 사진제공=삼성서울병원 | ||
모르고 있었지만 이미 당뇨에 걸린 지 6개월 이상은 되었을 것이라는 소리를 들었다. 그러고 보니 밤에 자다 깨서 주스 한 병을 통째로 마셔야 갈증이 좀 가시는 듯하고, 8kg 가까이 살이 빠진 것도 당뇨병이 원인이었다.
배가 많이 나와 살을 빼려던 참에 살이 빠진다며 좋아했던 것을 생각하며 쓴웃음을 지어야 했다.자신이 당뇨병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가 정기검진 등을 통해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는 의외로 많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우리나라에서는 30대 이상 성인의 10% 정도는 당뇨병인 것으로 본다.
따라서 대략 3백만~5백만 명 정도의 당뇨병 환자가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전문가들은 “치료를 받는 환자는 30~40%에 불과하고, 나머지 60% 이상은 당뇨병이라는 사실조차 모르고 지내는 실정”이라고 경고하고 있다.당뇨병은 초기에는 증상이 거의 없어서 모르고 지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전혀 증상이 없는 것은 아니다. 우선 당뇨병 환자는 병이 생기는 초기에 식욕이 증가한다. 또 식사를 해도 쉽게 허기증이 생겨 자주 그리고 많이 먹게 된다. 따라서 체중도 증가하게 된다. 이러한 단계가 몇 년 지난 후에는 증세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심한 피로감과 체중 감소 등이 그것이다. 식사를 통해 섭취한 열량이 이용되지 못하고, 소변으로 당이 배설되기 때문이다. 당뇨병은 크게 인슐린 분비기능 자체가 떨어지는 인슐린 의존형(제1형 또는 소아당뇨라고 한다)과 인슐린이 잘 분비되는데도 제 기능을 못하는 인슐린 비의존형(제2형 또는 성인당뇨)의 두 가지로 나뉜다. 인슐린 비의존형 즉, 성인당뇨는 유전적인 요인에 비만이나 과식 과음 스트레스 약물남용 등의 요인이 더해질 때 주로 생긴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1형 당뇨는 1~2%에 불과하고(서양은 5~10%), 2형 당뇨가 85%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나머지 14% 정도는 1.5형 당뇨(인슐린 요구형)라고 해서 서양에는 없는 병형이다.
1.5형 당뇨병은 인슐린 분비가 1형보다는 잘 되지만 2형보다는 안 되는 당뇨병으로, 주로 20~30대에 많이 오며 체중은 낮고 공복혈당이 2백50mg/dL 이상으로 높은 것이 특징이다.또 우리나라 당뇨환자 중에는 전신 비만보다는 복부비만이 훨씬 많다. 서양은 당뇨 환자의 70~80%가 전신 비만이지만 우리나라는 20~30%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정상 체중이거나 그보다 저체중인 경우다. 따라서 팔다리는 가늘어도 배가 많이 나온 ‘거미형 비만’에 속한다면 당뇨에 걸릴 위험이 높은 타입이다.
보통 남성은 허리둘레가 90cm(36인치), 여성은 80cm(32인치) 이상이면 주의해야 한다. 거꾸로 말하면 운동을 통해 배를 날씬하게 넣고, 팔다리를 강화시키면 당뇨병 예방에 많은 도움이 된다.당뇨병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오래 방치하면 어떻게 될까. 흔히 당뇨병 자체보다는 그 합병증이 훨씬 무서운 병이라고 말한다. 당뇨 합병증으로 다리를 잘라냈지만 결국 최근에 작고한 탤런트 김진해씨(64)나 당뇨라는 사실을 알고도 방치하다 두 눈의 시력을 잃은 탤런트 홍성민씨(65)의 예가 잘 말해준다.
정상인의 경우 공복시에 잰 혈당은 1백10mg/dL 이하이고, 식후 두 시간 후 혈당은 1백40mg/dL 이하다. 하지만 공복혈당이 1백26mg/dL 이상이거나 식후 두 시간 후 혈당이 2백mg/dL 이상이면 당뇨병으로 본다.고혈당의 피가 흐르는 혈관은 쉽게 망가진다. 그래서 눈의 망막혈관이 상하면 시력을 잃게 되고, 신장이 나빠지면 노폐물을 걸러내지 못하는 만성 신부전증이 되고, 동맥경화로 인한 심장병, 뇌졸중 등이 찾아오게 된다.
10년 이상 당뇨를 앓으면 50%가 신경의 합병증으로 고생하고, 20~30%는 눈, 10~15%는 신장에 합병증이 온다는 보고도 있다.최근 당뇨병이 있으면 급성 심근경색이나 협심증 같은 심장병에 걸릴 가능성이 네 배나 높아진다는 고대 구로병원의 연구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급성 심근경색증은 우리나라 성인의 돌연사 주범으로 손꼽힌다.또 노인의 경우에는 혈액이 끈적끈적해져 뇌로 가는 혈액이 줄어들면 ‘고 삼투압성 혼수’라고 해서 응급치료를 하지 않으면 생명이 위험한 경우도 있다.
소아당뇨도 방치하면 혈액이 산성화돼 ‘당뇨병성 케톤산혈증’으로 혼수상태에 빠지므로 주의해야 한다.당뇨병이라는 사실을 빨리 발견해서 혈당을 잘 조절할수록 여러 가지 합병증은 쉽게 예방이 가능하다. 일단 당뇨병이라는 진단을 받으면 식사와 운동요법 또는 먹는 혈당강하제 또는 인슐린 주사를 맞는 등의 적절한 약물치료가 필요하다. 흔히 한번 당뇨병 약을 먹으면 평생 먹어야 한다거나 당뇨병은 절대 낫지 않는다는 생각으로 치료를 미루거나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하지만 공복시 혈당이 1백26~1백80, 식후 두 시간 후 혈당이 2백~2백50인 초기당뇨병은 환자의 노력 여하에 따라 잘 치료된다. 당뇨병치료의 권위자인 서울 허내과 허갑범 원장은 “식사와 운동에 충실하면서 3~6개월 정도 약물치료를 하면 나중에는 약을 끊고 식사와 운동만으로도 혈당이 잘 조절된다”고 말했다.
당뇨병이 되기 전인 공복 혈당장애(공복시 혈당 1백10~1백25)나 내당능장애(식후 2시간 후 혈당 1백40~1백99) 단계에서 발견하면 약을 쓰지 않고 식사와 운동만으로 당뇨병이 되는 것을 60% 정도는 막을 수 있다는 외국 보고가 있다.이처럼 식사와 운동을 기본으로 하면서 약물치료를 하는 방법으로 95% 정도의 환자는 혈당조절이 가능하다. 식사에서는 무조건 소식보다는 활동량에 맞추어 영양을 고르게 섭취하되, 총칼로리 중 탄수화물 60%, 단백질 20%, 지방질 20%로 한다. 특히 포화지방의 경우는 총 칼로리의 10% 미만으로 줄인다. 반면 식이섬유는 많이 섭취하는 게 좋다. 운동을 하루에 40~60분씩 하면 당뇨병을 예방·개선시키고 합병증을 막는 데 효과적이다. 스트레스를 잘 해소하는 자신만의 방법도 필요하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음식을 먹지 않아도 혈당이 올라가는 만큼 주의해야 한다.1형 당뇨병 환자에서 드물게는 인슐린주사를 맞아도 혈당이 조절되지 않는 경우에는 인슐린 펌프를 달거나 췌도이식을 하는 경우도 있다. “췌장 전체를 이식하거나 췌장 중 인슐린을 분비하는 베타세포만을 이식하는 방법으로 이루어지는 췌도이식은 아직까지는 성공률이 낮고, 이식 후에 다시 재발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 삼성서울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김광원 교수의 설명이다.
또 지난 6월 말에는 서울대의대 산부인과 문신용 교수팀이 단백질을 사람 배아줄기세포에 직접 넣는 방식으로 췌장세포 직전 단계인 ‘인슐린 분비세포’를 분화시키는 데 성공, 줄기세포를 이용한 당뇨병 치료에도 한 발 다가섰다.한방치료로 좋은 효과를 보는 경우도 있다. 한방에서는 심한 갈증이 난다고 해서 당뇨병을 소갈(消渴)병이라고 하는데, 주로 폐장이나 비장 신장의 기능장애와 열에 의해 진액, 혈액이 부족해 나타나는 것으로 본다.서울 신명한의원 김양진 원장은 “한약으로 망가진 췌장의 기능을 회복시켜 주면서 부족한 진액을 채워주는 방법으로 치료한다. 또 침이나 적외선 조사, 운동 등으로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만들어 주면 합병증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김 원장은 ‘소당고’라는 한방당뇨병 치료제를 개발해 미 의약품전문 투자회사로부터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물론 어떤 경우든 생활습관병인 당뇨병은 고지방식, 과식, 불규칙한 식사 등의 잘못된 식습관을 바로잡으면서 운동을 생활화하는 등 생활습관 자체를 바꿔야 치료가 가능하다.
당신의 당뇨 위험도는?
1. 다음의 경우에 하나라도 해당된다면 1년에 2회 정도 꾸준히 당뇨병 검사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 나이가 40세 이상이다.
□ 비만이다. 또는 체중은 정상이더라도 배만 볼록 나온 복부비만형이다.□ 부모나 형제 등 가족 중에 당뇨병으로 고생하는 사람이 있다.
□ 고혈압이나 고지혈증이 있다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
□ 과거에 4kg 이상인 아이를 낳은 적이 있다
2. 현재 나타나는 당뇨병 증상이 있는지 주의해서 체크해 보자.
□ 식사를 잘해도 쉽게 배가 고파서 자주, 그리고 많이 먹는다.
□ 갑자기 체중이 많이 감소하고 피로감이 심해 의욕이 떨어진다.
□ 소변의 양이 늘었고, 소변에 거품이 많이 생긴다.
□ 자다 깨서 갈증이 나서 물이나 주스를 마시는 경우가 많다.
□ 피부가 자주 가렵다. 여성의 경우 음부에 가려움증이 있다.
□ 특별히 눈을 혹사하지 않는데도 시야가 흐려지고 시력이 약해진 증상을 느낀다.
□ 손가락 또는 발가락의 가장자리가 붉게 피가 모이는 듯하며 저린 느낌이 잦다.
송은숙 건강전문 프리랜서도움말=삼성서울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김광원 교수, 허내과 허갑범 원장, 신명한의원 김양진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