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씨가 소장과 함께 제출한 자료에는 박유환과의 사실혼 관계를 입증할 구체적인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증거 자료까지 제출한 점에 비춰보면 이들의 관계가 일반적인 연인 관계를 넘어서 최소한 동거의 수준에 이른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박유환 측은 어떠한 공식적인 답변도 하지 않은 상태다. 2011년 MBC TV 주말드라마 <반짝반짝 빛나는>으로 데뷔한 이래 단 한 차례의 열애설도 없었던 만큼 갑작스럽게 불거진 사생활 문제에 당혹스러울 뿐이라는 것. 박유환의 소속사인 씨제스엔터테인먼트 역시 “재판 판결이 나온 후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소송에 대한 답변을 피했다. 현재까지 외부에 확실하게 공개된 사실은 “박유환과 사실혼 관계에 있었다”는 A 씨 측의 주장뿐이다.
이에 따라 이번 소송의 쟁점은 A 씨가 사실혼 관계를 어떻게 입증할 것인지 여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사실혼 관계는 혼인신고를 하지 않아 법률상으로는 혼인으로 인정받기 어렵지만 ‘사실상’ 혼인 관계로 판단할 수 있는 경우를 말한다. 법적으로 혼인하지 않은 남녀가 함께 거주하며 생활을 공유한다는 공통점 때문에 동거와 유사하다고 보기 쉽다. 그러나 동거와는 달리 사실혼 관계 성립에는 ‘혼인 의사’의 존재 여부가 명확히 드러나야 한다. 결혼식까지 치렀지만 아직 혼인 신고는 하지 않은 부부가 대표적인 사실혼 관계다. 최근에는 결혼식을 치렀음에도 법적인 조치인 혼인신고는 1~2년 뒤에 하는 경우가 흔하다.
박유환. 사진출처=MBC ‘그녀는 예뻤다’ 홈페이지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사실혼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당사자들에게 서로 결혼의 의사가 있어야 한다. 또 이들의 생활이 사회 통념상 부부 공동생활로 인정할 수 있는 객관적인 증거도 필요하다. 당사자들이 가족이나 친구 등 지인에게 자신들의 관계나 혼인 의사를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면 사실혼으로 인정받기 어렵다.
박유환의 경우는 주변인들이 혼인 의사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거나 부정적으로 받아들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일 한 언론매체는 이번 소송과 관련해 박유환의 측근 인터뷰를 실었다. 그는 박유환의 전 여자친구 A 씨가 “박유환의 나이가 어려 아직 결혼은 이르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그의 말에 신빙성이 있다면 최소한 주변 인물들에 의해 인정된 사실혼 관계도 아니었다고 볼 수 있다.
이와 더불어 객관적인 혼인생활의 실체가 존재하는지도 사실혼 관계 인정에 있어 중요하다. 예를 들어 A 씨가 박유환과 경제생활을 통일해 가계를 꾸렸거나 부부 공동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함께 거주를 했는지, 얼마나 오랫동안 거주했는지에 대한 사실을 확인하는 일이다. 단지 어느 한쪽이 상대방의 집에 상당기간 묵으면서 연인 관계로 지낸 것만으로는 사실혼 관계로 인정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A 씨 측이 사실혼의 증거로 제출한 자료에 박유환과의 동거 및 공동 경제 생활 등과 관련한 증거가 포함됐을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만일 사실혼 관계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이를 박유환의 부당 파기로 볼 수 있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사실혼 관계는 법률이 아니라 ‘사실상의 관계’를 기초로 존재하는 것이기 때문에 관계 당사자 어느 한쪽의 의사에 따라 해소될 수 있다. 사실혼 관계를 더 계속할 수 없는 상태가 객관적으로 인정된다면 관계가 해소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정당한 사유가 없다면 유책자가 상대방에 대해 손해배상의 책임을 지도록 돼 있다. A 씨의 주장대로 박유환이 법적으로 인정될 만한 이유 없이 사실혼 관계를 일방적으로 파기했다면 박유환은 손해배상의 책임을 지게 된다.
한 민사소송 전문 변호사는 “대법원 판례에 사실혼 부당파기로 인한 손해배상에는 재산적 손해와 정신적 손해가 포함되는데, 특히 재산적 손해는 사실혼 관계의 성립 및 유지와 관련된 모든 손해를 아우른다”고 말했다. A 씨가 요구하고 있는 직접적인 정신적·물질적 피해와 더불어, 박유환과 사실혼 관계를 맺고 유지하기 위해 지출한 비용이 있다면 이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박유환의 소속사인 씨제스엔터테인먼트 측은 “박유환 관련 소송 건은 민사소송으로 법원을 통해 시비가 가려질 것”이라며 “재판을 통해 배우의 명예훼손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며, 상대 측이 일반인이고 사생활 관련된 내용이므로 보도를 자제해 달라”며 말을 아꼈다. 이번 소송의 조정기일은 이달 9일로 예정돼 있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