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가 비만이거나 비만이 걱정되는 상태라면 아이와 함께 살이 찌기 쉬운 습관부터 체크해보고, 방학 동안 날씬해지는 습관으로 하나씩 바꾸어 보자. 방학을 이용해 병원에서 여는 비만캠프처럼 같은 고민을 가진 친구들과 어울릴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초등학교 4학년인 아들 진우가 조금 통통한 편이라고만 생각하던 주부 J씨(38)는 어느 날 학교에서 보내준 건강검진표를 받아보고 깜짝 놀랐다. 진우가 비만이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하고 오히려 마른 것보다는 조금 통통한 게 낫다고 생각했는데, 건강검진 결과 경도비만을 넘어 중등도비만이라는 통보를 받았기 때문이다.
그때서야 슬슬 걱정이 된 J씨는 무엇이 문제인지부터 체크하기 시작했다. 진우는 워낙 야채를 싫어해서 잘 먹지 않는 데다 햄, 소시지 같은 반찬이 없으면 밥을 잘 먹지 않는 편이었다. 학교와 학원만 오가는 것 외에는 몸을 움직이는 것도 싫어했다. 어쩌다 가족끼리 외출이라도 한번 하려면 한참을 설득해야 겨우 따라 나설 정도였다.
요즘 이 같은 중등도 혹은 고도 소아비만 환자들이 크게 늘고 있다. 서울시가 해마다 실시하는 학생 체격검사에 의하면 2002년 조사에서 서울 지역 초중고생 중 남아는 17.9%, 여아는 10.9%가 비만(신장별 표준 체중의 20% 이상 초과)인 것으로 드러났다. 즉, 10명 중 3명이 소아비만 환자라는 이야기다.
문제는 소아비만은 성인과는 달리 비만세포만 커지는 게 아니라 비만세포 수 자체가 늘어나 그대로 두면 성인비만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이다. 대한비만학회 소아비만위원회 박진경 간사(순천향대학교병원 소아과 비만클리닉)는 “비만 청소년이 35세가 됐을 때 비만일 확률은 남자 78%, 여자 66%에 달한다는 외국의 연구 결과가 있다”며 “소아비만을 예방, 개선하려는 노력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겨울방학 동안 비만을 잘 관리하기 위해서는 올바른 식생활과 함께 활동량을 늘리기 위한 운동, 잘못된 생활습관을 교정하는 노력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병원 등에서 여는 소아비만 캠프에 참여해도 도움이 된다. 대한비만학회의 경우 매년 여름, 겨울방학에 소아비만 캠프를 여는데 이번에는 오는 1~2월에 실시할 예정이다.
▲식생활 = 흔히 비만인 아이가 있는 가정에서는 무조건 식사량을 줄이느라 아이에게 많은 스트레스를 준다. 하지만 성장과정에 있는 만큼 무조건 섭취량을 줄여서는 안 된다. 서울백병원 비만센터 강재헌 교수는 “만일 경도비만이라면 현재 체중만 유지하더라도 매년 키가 성장하면서 비만이 치료될 수 있다”며 “이때는 체중을 적극적으로 줄일 정도로 식사량을 제한할 필요는 없다”고 조언했다.
칼로리를 줄이고 싶다면 식사량을 비슷하게 유지하더라도 조리법을 바꾸면 된다. 튀기고 볶는 대신 삶고 무치는 것이다. 물론 어떤 식품을 먹는가도 중요하다. 밥 1공기와 호떡 1개는 같은 3백kcal의 음식이지만 호떡을 1개를 먹을 때는 배가 부르다는 느낌이 없다. 간식으로 흔히 먹는 케이크 1조각(2백20~3백30kcal)이나 새우깡 1봉지(4백60kcal), 피자 1조각(라지의 경우 3백20kcal) 등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같은 칼로리를 섭취하더라도 배가 부르다는 신호를 빨리 주는 밥을 잘 챙겨먹는 것이 낫다.
가공식품이나 냉동식품, 인스턴트식품, 패스트푸드는 가능하면 줄이고 매끼 신선한 야채를 충분히 먹는 입맛으로 바꾸어야 한다. 육류는 살코기 위주로 먹되, 육류보다는 생선을 자주 먹도록 한다.
하지만 체중감량이 필요한 중등도 이상의 비만이면 6~12개월에 걸쳐 서서히 줄여 나가야 한다. 하루 필요열량 중 3백~5백kcal를 덜 섭취하면 주당 5백g의 체중이 줄어 6개월 안에 10%의 체중감소가 가능해진다. 참고로 6~8세의 하루 영양권장량은 남아 1천6백kcal, 여아 1천5백kcal다. 9~11세는 남아 1천9백kcal, 여아 1천7백kcal이며 12~14세는 남아 2천4백kcal, 여아 2천kcal이다. 15~19세는 남아 2천7백kcal, 여아 2천kcal 정도다.
이때 총 열량의 20%는 단백질, 30%는 지방, 50%는 당질로 섭취하는 게 요령이다. 영양소 구분이 어렵다면 마늘, 양파 등의 양념류까지 포함해 하루에 20가지 정도의 식품을 먹는다는 생각으로 골고루 먹으면 된다.
성장에 필수적인 비타민이나 미네랄 섭취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박진경 간사는 “비만아동들은 대부분의 영양소를 과다섭취하면서도 비타민, 미네랄 섭취가 부족한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운동 = 혈중 지질의 농도를 낮추어주고, 혈압·몸무게 등을 조절해주는 것이 운동이다. 아이의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심리적인 효과도 크다. 비만아동들은 외모 때문에 위축돼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다. 또한 어릴 때부터 운동을 하는 어린이는 근육이나 뼈가 발달해 체력이 좋아지고 성인이 되어서도 운동 습관을 지속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운동만으로 몸무게를 줄이기는 어렵다. 하지만 운동과 함께 식생활, 생활습관을 교정하면 체중을 감량하고, 감량한 몸무게를 유지하는 데는 더할 나위 없이 좋다. 물론 운동을 한 후에는 음료수나 간식 섭취를 제한해야 한다.
운동계획을 짤 때는 단시간에 너무 힘든 운동보다는 규칙적이고 지속적인 운동이 훨씬 효과적이다. 평일에는 하루에 30분 이상, 주말에는 1~2시간 시간을 내어 일주일에 3회 이상 운동을 하도록 한다.
아이 혼자서 운동을 하는 것보다는 가족이 함께 자전거를 타거나 몸을 움직이는 게임 또는 주말 등산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부모가 비만일 경우 그렇지 않은 아이보다 비만이 될 위험이 3배나 높아지므로 평소에 부모가 먼저 운동하는 모습을 보이면 온 가족의 건강을 지킬 수 있다. 굳이 멀리 나가지 않더라도 집 밖에서 배드민턴, 줄넘기, 훌라후프 등으로 몸을 움직이는 것도 좋다.
▲생활습관 = 비만을 부르는 좋지 않은 습관도 빨리 버려야 한다. 먼저 아이의 생활에서 살이 찌는 생활습관을 함께 찾아서 리스트를 작성해 본다. 그런 다음 수정 가능한 목표를 정해 하나씩 없애면 된다. 아이가 잘못된 습관을 고칠 때는 책을 사주거나 함께 놀이공원에 가는 등 아이가 좋아하는 보상을 해주면 효과적이다.
예를 들어 텔레비전 보는 시간을 줄이거나 눕는 대신 바로 앉아서 보는 경우,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고 계단을 이용하는 경우, 한두 정거장은 버스를 타지 않고 걷는 것도 활동량을 늘릴 수 있는 좋은 습관들이다.
[비만탈출 10계명]
1. 하루 세끼 식사를 반드시 하되, 작은 그릇에 담아 20분 이상 천천히 먹게 한다.
2. 튀기거나 볶은 요리보다는 굽거나 데친 요리로 준비한다.
3. ‘무조건 먹지 말라’가 아니라 과일, 채소, 해조류 등 비교적 칼로리가 적은 식품을 권장한다.
4. 음료수나 주스 대신 물을 많이 마시게 한다.
5. 외식, 인스턴트식품, 패스트푸드 섭취를 줄인다.
6. 먹고 바로 잠들지 않게 한다.
7. 군것질에 쓰는 용돈을 제한한다.
8. 자녀들이 좋아하는 운동을 매일 30분 이상 같이 한다.
9. TV 시청과 컴퓨터 사용을 제한하는 대신 친구들과 밖에서 충분히 놀게 한다.
10. 비만이 심할 때는 전문의를 찾아 식사, 운동 등에 대해 상의한다.
자료=서울백병원 비만센터
송은숙 건강전문 프리랜서
도움말=대한비만학회 소아비만위원회 박진경 간사, 서울백병원 비만센터 강재헌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