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 체중인 경우보다 비만일 때 기도가 좁아져 코골이의 발생 빈도가 3배 정도 높다. 또 술·담배를 즐기는 사람일수록 요주의 대상이다.
한 통계에 의하면 전체 남성의 24%, 여성의 9% 정도가 코골이를 보인다고 한다. 숨을 쉴 때 공기가 기도와 폐로 들어가기 전에 지나가는 목의 인후부가 좁아지면서 공기가 쉽게 드나들 수 없을 때 생기는 현상이 바로 코골이. 수면 중에 호흡곤란이 있음을 알려주는 증상이다. 잠을 자는 동안에는 공기가 지나가는 입천장, 목젖, 편도선, 혀 등의 근육이 이완되어 늘어지기 때문에 공기 통로가 좁아지는 특징이 있다.
코를 고는 사람들은 잠결에 자신의 코고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숙면을 취하지 못한다. 중간 중간 숨을 쉬려고 자꾸 깨게 된다. 따라서 7∼8시간 이상 충분히 잠을 잔 것 같아도 숙면을 취하는 시간이 짧으므로 항상 잠이 부족하다.
단순한 코골이라도 그대로 두면 점점 심해져서 수면무호흡증이 된다. 수면 중 코를 골다 잠시 숨을 쉬지 않다가 갑자기 숨을 몰아쉬기를 반복하는 경우가 있다. 이때 10초 이상 호흡이 멈추는 경우를 수면무호흡이라고 한다. 수면무호흡이 시간당 5회 이상 나타나거나, 7시간 동안의 수면 중 30회 이상 일어날 때를 가리켜 수면무호흡증이라 한다. 수면무호흡증이 심한 사람은 수면시간의 절반 이상을 기도가 완전히 막혀 호흡이 멈춘 상태로 보내게 된다.
수면무호흡증이 있으면 체내 산소 공급이 중단돼 여러 가지 문제를 일으킨다. 고대안산병원 수면장애센터 신철 교수는 “수면무호흡 환자의 50%에서는 고혈압이 나타나고, 무호흡으로 심장에 산소가 잘 공급되지 못하면 협심증, 부정맥, 심장마비가 생길 수 있다. 드물게는 수면 중에 원인 모르게 사망하는 돌연사에 이르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그런가 하면 소리 없는 조용한 코골이도 있다. 코골이 환자 4명 중 1명은 코를 안 고는 것이다. 고려대 안암병원 코골이클리닉은 최근 병원에서 수면다원검사를 받은 1백31명을 분석한 결과, 31명(24%)이 ‘상기도저항증후군’을 보였다고 밝힌 바 있다.
코골이 없이 입만 벌리고 자는데도 호흡 노력이 증가해 자신도 모르게 자주 깨면서 푹 자지 못하는 것이 상기도저항증후군이다. 입을 벌리고 자면 얼굴 구조상 혀가 뒤로 빠져 저호흡 상태를 만든다. 이것이 계속되면 체내에 산소가 부족해지므로 자신도 모르게 호흡이 빨라지게 된다. 그래서 상기도저항증후군을 ‘소리 없는 코골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코를 골지 않는데도 다음날 아침이면 머리가 무겁고 아픈 경우, 하루 종일 피곤하고 특히 오후가 되면 졸음이 심할 때 상기도저항증후군이 의심된다.
단순 코골이나 가벼운 수준의 수면무호흡증이라면 생활습관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많은 도움이 된다.
▲체중을 줄인다=날씬한 사람보다는 비만인 경우에 코골이가 많고, 코를 고는 사람들은 체중을 감량하면 코골이 증상도 줄어든다. 민이비인후과 민원식 원장은 “체중을 10% 줄이면 수면무호흡증과 코골이가 30~50%까지 줄어든다는 보고가 있다”고 밝혔다.
식생활에서는 우선 끼니를 거르거나 과식하는 습관을 버리고 매끼 식사를 규칙적으로 해야 한다. 반찬은 육류 섭취를 줄이는 대신 생선과 야채, 해조류 위주로 먹는 게 좋다.
또 매일 30분 이상 운동을 하되, 꾸준히 해야 효과적이다. 운동은 체중감량에 도움을 주고, 근육을 보다 탄력 있게 유지하며 폐의 활동력을 증진시켜 준다. 따로 운동을 할 시간이 부족하다면 버스 한두 정거장 정도는 미리 내려서 걸어가는 식으로 생활 속에서 운동량을 늘리면 좋다.
▲술과 담배는 가능한 한 멀리=평소보다 인후 주위의 근육을 이완시켜 코골이를 악화시키는 술, 담배 같은 요인은 삼가야 한다.
술은 다이어트의 적이기도 하다. 코골이 때문에 살을 빼기로 했다면 더욱 술을 멀리하는 게 좋다. 술을 마시다 보면 흡연욕구가 강해져 참기 어려워지고, 간접흡연에 노출되므로 코골이로 고생하는 이들에게는 백해무익이다.
▲원인 질환을 치료한다=드물게는 만성 비후성 비염이나 비중격만곡증 등의 질환 때문에 코를 고는 경우도 있다. 이때는 원인 질병을 치료해야 증상이 사라진다.
참고로 코골이가 심한 경우에는 수면제를 마음대로 복용해서는 안 된다. 수면제가 호흡을 억제하고 목구멍 근육을 이완시키므로 수면무호흡증을 악화시키기 때문이다. 불면증 등으로 수면제 처방을 받을 때는 의사에게 코골이 증상이 있음을 알린 다음 처방을 받는 것이 좋다.
▲옆으로 자는 게 낫다=옆으로 누워서 자면 심장과 허리에 무리를 주지 않고, 폐의 산소공급이 원활해 한결 숨을 쉬기가 편하다. 만약 자는 동안 자세를 많이 바꾼다면 잠옷의 등 부분에 탁구공 등을 붙이는 방법으로 바로 누워서 자는 것이 불편하도록 하면 된다.
베개는 너무 높지 않은 것을 사용하고, 침대의 머리 쪽을 30° 정도 높이면 더 좋다. 잠자기 두 시간 전에는 코골이를 더 악화시키는 술이나 감기약, 진정제 등을 피한다.
▲필요하다면 약물·수술치료를 고려한다=자는 동안 뇌파나 안구운동, 혈압 등 인체의 변화를 체크하는 수면다원검사를 통해 치료가 필요한 코골이라는 진단이 나왔다면 의사와 적절한 치료방법에 대해 상의하도록 한다.
우선 잠자는 동안 호흡을 편하게 해주는 장치를 사용하는 방법이 있다. 즉 마스크처럼 된 장치를 쓰고 자거나 구강 내에 장치를 넣고 자는 것이다. 구강 내 장치에는 혀만 앞으로 당겨 주거나 아래턱 전체를 앞으로 내밀어 주는 장치, 목젖 부분을 위로 들어 올려 주는 장치 등이 있다.
수술은 목젖이나 편도선 등 주위 조직을 잘라내 기도를 넓혀주는 방법이다. 메스를 이용하면 전신마취를 해야 하지만 레이저를 이용하면 부분마취만으로 가능하다. ‘코블레이터 수술’이라고 부르는 고주파 온열 수술도 많이 이루어지고, 최근에는 ‘임플란트 코골이 시술’이 등장해 더욱 간편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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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은숙 건강전문 프리랜서
도움말=고대안산병원 수면장애센터 신철 교수, 민이비인후과 민원식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