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반주사제를 만들기 위해 앰플에 태반주사액을 채우고 있다. 사진제공=녹십자(주) | ||
특히 태반주사제는 내과에서는 간염 간경화에, 부인과에서는 갱년기 장애를 다스리는 데, 정형외과에서는 퇴행성관절염 치료에 쓰는 등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반신반의하며 태반주사를 맞은 이들 중에는 전과 같은 활동을 해도 피로한 줄 모르고 부부관계가 몰라보게 달라지는 등 활력이 넘친다고 말하기도 한다. 지금까지 밝혀진 태반주사의 효능은 무엇이고, 별다른 문제점은 없는지 짚어본다.
여성이 임신을 하면 14~15주 무렵에 모체의 성분과 태아의 성분이 합해져서 태반이 만들어진다. 탯줄(제대)을 통해 태아에게 산소와 영양을 공급하고, 자체적으로 호르몬을 분비해 임신을 유지시키는 역할을 한다. 쉽게 말하면 태아의 성장에 필요한 기본물질을 저장하고 있는 임시 장기로 이해하면 된다. 태반에는 3대 영양소인 단백질, 지질, 당질은 물론 각종 비타민, 미네랄, 효소, 핵산 등의 생리활성 성분이 매우 풍부하다.
이 태반을 원료로 해서 혈액과 호르몬을 제거한 뒤 단백질을 아미노산으로 분해한 것이 태반주사다. 역사적으로 기원전 3세기에 이집트의 클레오파트라가 태반을 미용에 사용했는가 하면, 중국에서는 진시황이 태반을 불로장생의 묘약으로 이용했다는 기록이 있다.
지금까지 입증된 태반주사의 효능은 무엇일까. “임상사례나 동물실험 연구는 많은 반면 아직까지는 대조군 비교연구에 의한 논문이 적어 더 연구가 필요한 상태”라는 것이 강남차병원 바이오메디컬센터 이영진 교수의 설명이다.
원래 일본에서 먼저 개발돼 간 기능 개선, 갱년기 장애 치료제로 우리나라에 수입이 허가된 만큼 이 부분에 대한 효과는 어느 정도 근거가 있다. 따라서 간염, 간경화, 갱년기 장애, 생리통 등을 치료하는 데 많이 쓰고 있다.
퇴행성관절염의 통증을 개선시킨다는 국내 연구결과도 있다. 강동가톨릭병원 정형외과 장종호 박사는 2003년 10월부터 2005년 10월까지 퇴행성관절염 환자 3백58명에게 1주일 간격으로 10차례에 걸쳐 태반주사를 처방한 결과, 말기 환자 57명을 제외한 초기와 중기 환자 3백1명 중 77% 이상에게서 통증이 크게 완화됐다고 밝혔다. 특히 초기 환자들은 80% 이상이 ‘통증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한다.
최근에는 피부미용에 대한 효과도 기대할 수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영진 교수는 “여성 60명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 비타민 C와 태반주사제를 처방했을 때 복부에 태반주사를 놓은 그룹에서 얼굴피부의 습도와 주름탄력도가 크게 증가한 반면 기미색소는 줄어들었다. 또 전신피로나 무력감, 식욕부진 등의 증상도 뚜렷하게 개선됐다”고 밝혔다.
분당서울대병원 피부과 허창훈 교수 역시 얼굴 부위에 태반주사를 처방했더니 기미, 주근깨 등이 엷어지는 미백효과가 입증되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아토피성 피부염 치료에 태반주사를 처방하기도 하고, 정신과에서는 불면증을 개선시키는 데도 쓴다.
▲ 태반 채취에 대해 산모에게 미리 동의서를 받고 있다. | ||
그렇다고 태반주사를 마치 만병통치약처럼 생각하는 것은 곤란하다. 예를 들어 태반주사를 맞은 사람들이 남성의 성기능 강화에 효과가 있다고 하지만, 아직까지는 연구가 부족해 의학적으로 효능이 입증된 상태는 아니다.
또 모든 환자에게 같은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고, 사람마다 필요한 투여량도 다르므로 주의해야 한다.
태반주사의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최소한 일주일에 2번씩 4주 이상 맞아야 한다. 가격은 병·의원에 따라 천차만별인데 1회에 2만~5만원 많게는 8만원 정도다. 보통 배에 피하주사를 놓는데, 퇴행성 무릎관절염이라면 통증 부위인 무릎에 직접 투여한다. 또 한의원에서는 질환에 따른 혈자리에 태반주사를 놓는다.
율한의원 정주화 원장은 “한방에서는 태반을 자하거라고 하는데 간이 약하면 간과 관련되는 혈자리에 태반주사를 놓고, 요실금으로 고생하는 여성이라면 관련 혈자리에 주사를 놓으면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태반을 활용한 의약품을 생산하는 국내 업체는 대략 26개 정도. 일본에서 태반주사제를 가장 처음 수입한 녹십자의 경우, 작년 6월부터는 국내 태반을 안전하게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라이넥’이라는 제품을 자체 생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태반주사의 수요가 급증하면서 안전성에 대한 문제가 많이 지적돼 왔다. 예를 들어 산모가 B형 간염, C형 간염, 후천성면역결핍증 등의 질병을 앓고 있으면 태반도 이런 병원체에 감염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미국의 경우 산모의 건강상태를 철저하게 체크해서 건강한 태반만을 이용하도록 하는 수혈자 선정 기준이 있고, 일본도 마찬가지다. 윤리적인 문제는 산모에게 태반을 재활용하는 데 대한 동의를 미리 구했느냐 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태반을 단순히 폐기물로 규정하고 있어 태반관리에 허점이 있다. 따라서 법적 구속력이 있는 태반 관련법을 만들어 의약품 차원에서 관리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다행히 여러 시민단체에 의해 문제가 꾸준히 제기되면서 최근에야 식약청에서는 산모의 동의가 있어야 태반을 의약품으로 제조할 수 있도록 한 ‘인태반 유래 의약품 안전관리방안’을 내놓았다. 여기에서는 의료업체 기관의 바이러스 미감염 증명서가 첨부된 깨끗한 태반만 사용하도록 했다. 하지만 아직 구체적인 시행령이 나오지 않은 상태다.
다행히 앞으로는 태반을 활용해서 만드는 의약품 관리가 더욱 강화된다. 지난 1월 12일 식품의약품안전청이 발표한 ‘신고대상 의약품 지정’ 개정안 입안예고에 따르면 ‘인태반 유래 의약품’이 신고대상 의약품 지정에서 제외돼 허가대상으로 전환, 관리되기 때문이다.
송은숙 건강전문 프리랜서
도움말=강남차병원 바이오메디컬센터 이영진 교수, 율한의원 정주화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