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의외성은 항상 존재한다. 비슷한 나이에다 증상까지 비슷한 환자들에게 똑같은 치료법을 쓰는 경우, 대개 치료의 속도나 성과는 비슷한 유형으로 나타나지만 간혹 색다르게 나타나는 일도 얼마든지 있다.
한의학의 태두인 이제마 선생은 ‘동의수세보원’ 첫머리에서 ‘의학은 변통이다’라고 적고 있다. 같은 조건 같은 질병의 환자라 하더라도 치료법은 항시 같을 수 없다는 뜻이다.
모든 치료가 그렇지만 사람에 따라서는 치료 자체가 병 못지 않게 고통스런 일이 될 수도 있다. 어린아이들이 똑같은 감기로 똑같은 주사를 맞는데 어떤 아이는 자지러지게 울고 어떤 아이는 잠깐 따끔한 자극을 싱긋 웃으며 간단히 견뎌내는 것과 같은 차이라 할 수 있다.
전립선의 세척요법은 요도를 통해 천연성분의 특수약물을 전립선에 주입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약물은 오랜 임상경험을 통해 환자에게 불쾌감이나 거부감을 최대한 줄일 수 있도록 개선되어 왔지만, 환자에 따라서는 유난히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 경우도 있다.
60대의 한 남성 환자는 세척치료를 받는 동안 유난스레 불안스런 반응을 보였다. 얼굴이 붉어지면서 추위를 타는 것 같았는데, 특히 속이 메스껍다는 반응은 전립선에 대한 투약으로서는 좀처럼 나타나지 않는 특이한 현상이었다. 환자는 겁을 잔뜩 먹고 신음을 해댔다. 치료를 서둘러 종료하고 몸을 따뜻하게 보살피자 30분 정도 후에 환자의 맥박과 체온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치료하는 의사로서는 환자를 상담하면서 지난밤에 어떤 꿈을 꾸고 왔는지까지를 물어볼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이런 사례는 적어도 환자가 어떤 기대감 혹은 불안감을 갖고 있는지 등 그의 심리상태를 느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새삼 일깨워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위약효과(placebo effect)라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환자가 심리적으로 안정되고 또 약을 믿는다면, 아무런 약효가 없는 가루약만으로도 병을 고칠 수 있다는 의미인데 그만큼 환자의 심리상태는 중요하다는 것이다.
전립선에 대한 세척요법 치료는 벌써 10년 가까이 임상경험을 쌓으면서 그 성과에 제법 확신도 있고, 환자마다에 적응하는 노하우도 충분히 알게 되었지만 아무리 그래도 역시 새로운 상황은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 아무리 익숙한 치료법이라 하더라도 환자의 특성에 따라, 치료의 조건에 따라, 유연하게 방법을 적용해 나가야 한다. 이제마 선생의 말처럼 ‘의학은 변통’인 것이다.
치료에 믿음을 갖는 환자들에게서는 기대 이상의 성과가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의사는 환자가 어떤 경위로 찾아오든 최선을 다해 치료하지만, 기대와 믿음을 보이는 환자를 대할 때 좀더 자신감이 생기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이럴 때는 환자만 의사로부터 도움을 얻는 것이 아니라 의사 역시 환자로부터 힘을 얻는 것이라 말해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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