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사는 중국의 황하지역이 건조한 매년 3~5월에 자주 발생한다. 인하대 산업의학과 임종한 교수는 “이 시기에는 평상시에는 10~50㎍/㎥인 먼지농도가 100~500㎍/㎥로 크게 증가하고 황사의 주성분인 규소, 알루미늄 등의 농도도 상승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올해는 지난 1월 16일 백령도에 때 아닌 황사가 찾아오기도 했다. 1월에 황사가 발생한 것은 지난 2001년 이후 5년 만의 일이었다.
전보다 황사가 나타나는 기간도 더 길어졌다. 중국 전 국토의 17.6%에 이르는 북부 내륙지역의 사막화 때문이다. 또 중국의 급속한 공업화로 인해 황사 속에 유해물질이 더욱 늘어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리적인 위치 때문에 우리나라에 찾아오는 황사를 애초에 막기가 어렵다. 황사의 발원지인 중국이나 몽골뿐 아니라 황사의 피해를 직접 받는 우리나라와 일본 등에서 각종 대책을 강구하고는 있지만 뚜렷한 대안이 없는 실정이다. 현재까지는 중국의 사막지역에 방풍림을 조성해 황사를 완화시키는 방법이 가장 많이 이용되고 있다. 하지만 사막지역이 워낙 광대해서 방풍림을 완전히 조성하는 데는 한계가 따른다.
뿌연 황사 속에는 납, 구리, 카드뮴 등 인체에 해로운 중금속은 물론 아황산가스 같은 오염물질, 각종 세균, 바이러스, 곰팡이 등이 포함돼 있다.
그렇다면 황사에 자주, 오래 노출되었을 때 쉽게 생기거나 악화되기 쉬운 질환으로는 어떤 것이 있을까. 호흡기질환 외에도 물론 예민한 부위인 눈, 피부질환이 가장 대표적이다.
우선 황사가 폐로 들어가면 기도 점막을 자극해 정상적인 사람도 호흡 곤란이나 목의 통증을 느끼게 된다. 따라서 평소 기관지가 약한 천식환자나 폐결핵 환자,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같은 호흡기질환을 가지고 있는 경우에는 치명적이다. 심한 기침과 호흡곤란 등으로 응급실을 찾는 경우도 많다. 어린이나 노약자도 주의해야 한다.
알레르기성 비염도 황사가 심하면 증상이 악화될 수 있다. 재채기가 계속되고 맑은 콧물이 흐르거나 코막힘 등이 심해져서 더욱 괴롭다. 한 통계에 따르면 초·중·고생의 30%,성인의 10% 정도가 크고 작은 코 알레르기 증상을 갖고 있다고 한다. 따라서 황사에 노출된 다음 비염 증상이 심하면 병원을 찾는 게 좋다. 항히스타민제를 사용해 콧물이나 코막힘을 줄일 수 있다. 코점막 충혈을 완화하기 위해 혈관수축제를 콧속에 뿌리기도 한다.
어느 곳보다 민감한 부위인 눈도 황사 피해를 입기 쉬운 곳이다. 황사먼지가 들어가면 자극성 결막염이 잘 생긴다. 눈이 가렵고 눈물이 많이 나며 붉게 충혈될 때, 눈에 뭔가 들어간 것 같은 이물감을 느낄 때는 결막염을 의심해야 한다.
황사철에는 피부 트러블도 잦다. 황사 속의 유해물질이 피부에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켜 접촉성 피부염을 일으키는가 하면 아토피성 피부염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 건조하고 세찬 황사바람이 피부의 수분을 빼앗아 피부건조증으로 고생하는 경우도 있다. 증상이 가벼울 때는 괜찮지만 만약 피부가 심하게 가렵거나 부어오른다면 병원을 찾는 게 좋다.
황사 자체를 막을 수는 없지만 황사가 예보될 때 다음과 같은 생활수칙을 지키면 황사에 노출되는 시간, 황사로 인한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다. 만약 황사주의보나 경보가 발령되는 기간에는 야외활동을 줄이는 게 좋다.
그렇다고 지나치게 걱정을 할 필요는 없다. 임종한 교수는 “잠깐만 황사에 노출되어도 건강에 나쁠까봐 계속 걱정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건강한 사람이라면 그 정도로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황사관련 예보는 TV, 라디오 등을 통한 일기예보나 기상청 홈페이지(www.kma.go.kr)에서 확인이 가능하다. 전화로는 기상청(841-0011, 831-0365)과 국번없이 131로 예보를 들을 수 있다.
현재 기상청에서는 황사 예보와 특보를 운영 중이다. 예보로는 약한 황사(200㎍/㎥ 이상), 보통 황사(300㎍/㎥ 이상), 강한 황사(500㎍/㎥)로 3단계 구분해서 발표한다. 특보로는 500㎍/㎥ 이상의 황사가 2시간 이상 지속되면 황사주의보, 1000㎍/㎥ 이상의 황사가 2시간 지속되면 황사경보가 발령된다.
△외출시 마스크를 착용한다
황사는 일종의 분진이기 때문에 마스크를 착용하면 상당부분을 걸러낼 수 있다. 눈이 예민한 사람이라면 보호안경, 선글라스 등을 쓰면 황사로 인한 결막염 등을 예방할 수 있다. 또 콘택트렌즈를 끼는 경우에는 렌즈를 벗고 안경을 쓰는 것이 좋다.
△황사가 심할 때는 가능한 한 외출을 자제한다
황사가 심할 때는 야외활동 대신 실내활동으로 바꾸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황사주의보나 황사경보가 발령된 날에는 야외활동을 더욱 자제해야 한다.
특히 면역성이 떨어지는 아이들과 호흡기 질환자, 노인은 더욱 주의해야 한다. 황사 속에 묻어오는 미생물이 건강한 사람에게는 별다른 해가 안 되지만 면역성이 떨어지는 경우에는 피해를 줄 수 있다. 신생아, 항암제 치료중인 환자도 마찬가지다.
△외출 후에는 잘 씻는다
얼굴을 씻을 때는 미지근한 물로 눈과 콧속도 깨끗이 씻어내고, 머리도 샴푸로 감아 알레르기 원인물질을 씻어낸다. 이때 소금물로 눈을 씻는 것은 절대 금물이다. 결막염 초기 증세가 의심된다면 깨끗한 찬물에 눈을 대고 깜빡거리거나 얼음찜질을 해주는 것만으로도 증세를 누그러뜨릴 수 있다. 그래도 낫지 않으면 즉시 전문의를 찾아 처방에 따라 안약을 써야 한다. 함부로 자가 진단해 안약을 장기간 사용하면 녹내장이나 백내장 등 더 큰 병을 만들 수 있다.
△실내공기 정화에 신경을 쓴다
황사바람이 강한 날에는 창문을 열지 않는다. 이불이나 베개, 옷 등도 밖에 널어 말리면 안 된다. 실내로 들어온 황사를 제거하려면 고효능 필터나 전자 침전기가 장착된 공기정화기를 사용하면 도움이 된다. 이때 가습기, 젖은 수건 등을 같이 사용해 적절한 습도를 유지하는 것이 좋다. 실내공기가 건조해지면 호흡기까지 건조해진다.
△화장보다 세안에 신경 쓴다
여성들이라면 황사기간에는 화장보다 세안에 몇 배나 신경을 써야 한다. 얼굴을 너무 강하게 문지르기보다는 깨끗한 물에 여러 번 헹구는 것이 좋다. 강남이지함피부과 이유득 원장은 “얼굴에 황사먼지나 꽃가루 등이 남아 있으면 피부알레르기를 일으키기 쉽다”며 “미지근한 물과 저자극성 클렌징폼 또는 미용비누로 세안을 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식염수로 불순물을 닦아내는 것도 좋다. 식염수를 화장솜에 묻혀 반복해서 닦아내면 뾰루지나 트러블을 예방하는 데 좋다. 소금에는 살균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외출 전에 크림을 바르면 피부에 보호막을 만드는 효과도 기대된다.
△증상을 체크한다
만약 심한 황사에 오랜 시간 또는 여러 번 노출된 후에 기침을 3주 이상 하는 등의 증상이 있다면 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 눈이나 피부의 트러블도 쉽게 가라앉지 않으면 적당한 치료를 받도록 한다.
송은숙 건강전문 프리랜서
도움말=강남이지함피부과 이유득 원장, 삼성서울병원 호흡기내과 권오정 교수, 인하대병원 산업의학과 임종한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