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기업 근로자가 거제시청 앞에서 벌이는 1인시위 모습.
[경남=일요신문] 정민규 기자 = 삼성중공업거제조선소 사내 협력사가 경영압박을 견디지 못해 지급불능을 선언하고 청산절차에 들어가 임금을 받지 못한 근로자의 피해가 수십억 원에 이르고 있다.
그동안 조선소 사내협력사들의 연쇄 부도가 예견되고 있는 가운데 발생한 천일기업 사태는 시작에 불가하다는 업계분석이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정부는 조선업종을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해 조선불황에 대해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하지만 협력업체들의 연쇄적인 청산절차를 막지 못하면 총체적인 산업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천일기업 대표는 지난 7월 18일경에 직원들이 모인자리에서 ‘7월말일자로 폐업한다’고 밝혔다.
㈜천일기업은 1999년 설립돼 2004년 삼성중공업 사내협력사로 등록된 이후 주로 해양플랜트 프로젝트에 참여한 직원300여명을 거느린 중소기업이다.
천일은 삼성중공업에 7월말로 사내협력사 등록을 자진 철회하면서 근로자의 퇴직금 30억여 원과 7월분 급여 4억여 원을 지불하지 못했다.
이에 천일 대표는 사재출연을 통해 직원들의 임금을 해결하고 져 노력하고는 있지만, 해결책은 보이지 않아 근로자들의 단체행동이 예고돼 있다.
현재 조선협력사들은 흑자부도 상태로 그 이유로는 원청의 기성금 삭감을 수용할 수밖에 없는 현실과 고 기능공의 수급 어려움으로 인한 높아진 임금이 협력사의 이중고로 파악되고 있다.
천일기업 대표 박 모 씨는 “믿고 따라준 직원들을 생각하면 단 한순간도 청산 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며 “원청의 기성금 삭감요구는 다음을 기약해야하는 하청업체의 입장으로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난도의 작업이 필수인 해양플랜트 작업환경 상 기술자들의 일당은 35여만 원에 육박하는 현실 속에서 작년 8월부터 한 달에 2억여 원씩 적자를 감내하며 기업을 운영했다”고 밝혔다.
이어 “원청이 주는 기성금을 가지고는 기술자를 구할 수 도 없어 작업 자체가 불가능하기에 이번 달이 지나면 나아지겠지 하는 기대가 우려로 바뀌었다”며 “기술자들은 월 천만 원에 육박하는 급여를 받고도 갑근세는 회사 측이 부담하는 요구안까지 감내하며 회사를 지키고 싶었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삼성중공업 사내협력사 A씨는 “일은 협력사가 거의 다하고 돈은 직영직원이 챙기는 구조가 개선되지 않으면 언젠간 터질 문제”라며 “빚이 늘어나기 전에 정리하는 것이 오히려 근로자나 회사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났다”고 말했다.
삼성중공업 사내협력사 B씨는 “요즘 협력사 중에 사재를 털지 않은 대표가 없고 협력사대표들의 사재출연으로 원청이 움직인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심각해 업을 계속해야 하는지 고민에 빠진다”며 “직원들을 생각하면 어떻게 하던지 끌어가지만, 이 상태가 계속되면 회사 청산을 심각하게 고민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천일기업 근로자는 “원청의 협력사지원팀에서 타 협력사로 이직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는 있지만 이 문제를 덮으려고 하는 생각만 들 뿐이다. 기성금 삭감에 따른 근로자들도 임금삭감에 동의 했는바, 타 회사도 기성금으로 급여를 지급하는데 왜 천일기업 박 대표는 안 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임금을 지급하지 않은 박 대표와 원청을 상대로 단체행동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