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우태윤 기자 wdosa@ilyo.co.kr | ||
과자 외에도 빵이나 피자, 도넛, 팝콘 같은 음식에는 마가린이나 쇼트닝 같이 식물성 기름을 고체, 또는 반고체로 굳힌 기름이 들어간다. 값이 싸면서도 바삭하고 고소한 맛과 형태를 유지해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굳히는 과정에서 산패를 막기 위해 수소를 첨가하면 몸에 해로운 트랜스 지방이 만들어진다. 트랜스 지방이 어떻게 나쁜지, 몸에 좋은 지방을 섭취하려면 요령 등에 대해 알아본다.
패스트푸드의 대명사인 미국 맥도날드사가 지난해 법원의 명령에 따라 미 심장학회에 ‘트랜스 지방’ 연구비로 700만 달러를 기부하는 등 850만 달러의 합의금을 냈다. 환경운동가 겸 변호사인 스티븐 조지프가 맥도날드사가 프렌치 프라이와 튀김 닭 등에 트랜스 지방을 사용하고 있다며 제기한 소송에서 졌기 때문이다. 이 판결로 인해 트랜스 지방의 유해성에 대한 경각심이 한층 높아졌다.
사실 알고보면 트랜스 지방의 유해성이 처음 제기된 것은 1970년대로 이미 오래 전이다. 하지만 패스트푸드는 물론 과자업계에서는 바삭하고 고소한 맛을 내기 위해 트랜스 지방을 계속 사용해 왔다. 그러다가 미국의 경우 2002년 미국의학원(IOM)이 트랜스 지방의 위험을 경고한 뒤 미국식품안전국(FDA)이 올해부터 가공식품마다 트랜스지방 함유량을 표시하도록 의무화했다. 캐나다도 마찬가지다. 덴마크 역시 2003년부터 제품당 트랜스 지방 함유율을 2%로 제한하고 있다.
지방에는 크게 동물성인 포화지방과 식물성인 불포화지방이 있다. 그동안 주로 포화지방산이 비만이나 심혈관질환의 주요 원인이 되는 반면 불포화지방산은 혈관 건강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하지만 트랜스 지방의 경우에는 식물성이면서도 포화지방산 못지않게 해가 된다.
실제로 트랜스 지방을 많이 섭취하면 HDL 콜레스테롤(혈관을 깨끗하게 청소하는 좋은 콜레스테롤) 수치를 떨어뜨리고 LDL 콜레스테롤(혈관을 좁게 만드는 나쁜 콜레스테롤)을 증가시켜 협심증, 심근경색 같은 심장병과 뇌졸중 발병 위험을 높인다. 트랜스 지방 섭취를 2% 늘리면 심장병 발생위험이 25%나 급등한다는 보고도 있다. 1999년 발표된 하버드의대 공공보건연구소의 ‘트랜스 지방과 관상동맥 질환’보고서는 트랜스 지방을 줄이면 미국에서만 연간 3만∼10만 건의 심장병 사망을 예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을지병원 가정의학과 손중천 교수는 “흔히 식물성 기름 하면 무조건 동물성 포화지방산보다 좋은 것으로 아는 경우가 많다”며 “하지만 마가린, 쇼트닝처럼 트랜스 지방이 많은 기름은 식물성이라도 동물성 포화지방산보다 더 해로울 수 있다. 포화지방산은 최소한 HDL 콜레스테롤을 저하시키지 않는다”고 경고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트랜스 지방이 간암, 위암, 대장암, 유방암 같은 일부 암과 당뇨병의 발생에 관련이 있다는 연구결과도 나오고 있을 정도다.
세계보건기구가 권고하는 트랜스 지방 하루 섭취량은 총 칼로리의 1%, 성인의 경우 하루 2.2g 정도이다. 하지만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여러 가지 가공식품을 통해 알게 모르게 섭취하는 양이 적지 않다. 지난 2004년 식약청이 210여 가지 제품에 든 트랜스 지방 함량을 조사한 결과 100g당 마가린이나 쇼트닝은 평균 14.4g, 비스킷 종류는 2.8g, 초콜릿 가공품은 3.2g, 감자튀김 4.6g 등으로 나타났다.
트랜스 지방 섭취를 줄이는 방법은 간단하다. 트랜스 지방이 많은 음식들의 섭취를 최대한 줄이면 된다. 트랜스 지방이 많은 기름으로는 마가린, 쇼트닝이 대표적이다. 딱딱한 마가린일수록 포화지방산의 함량이 높고 콜레스테롤을 증가시킬 위험이 있다.
외식을 할 때는 튀김류를 피하고 집에서 음식 조리를 하는 경우에는 가급적이면 기름으로 튀기거나 볶는 메뉴를 줄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한번 튀긴 기름을 다시 튀기거나 같은 기름을 여러 번 가열하면 트랜스 지방이 더 많이 만들어지는 만큼 한번 쓴 기름은 다시 쓰기보다는 과감하게 버리는 것이 좋다”는 것이 서울백병원 비만센터 강재헌 교수의 설명이다.
그렇다고 탄수화물, 단백질과 함께 우리 몸에 꼭 필요한 영양소인 지방을 아예 섭취하지 않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필수지방산이 부족하면 성장 저하, 피부와 생식기 기능 등에 이상이 생길 수 있다. 성인의 경우에는 지방조직에 필수지방산이 저장돼 있어 음식으로 먹는 양이 적더라도 저장된 성분을 활용한다. 하지만 저장량과 먹는 음식이 적은 영유아나 노인은 쉽게 결핍증이 생길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문제는 어떤 지방을 어느 정도 먹느냐 하는 점이다. 우선 ‘나쁜 지방’인 트랜스 지방과 포화지방산은 가능하면 줄이는 게 좋다. 포화지방은 소고지, 돼지고기 등의 육류와 식물성 식품 중에서는 코코넛유, 야자유 등에 많다. 반면 ‘좋은 지방’으로는 오메가-3 계열의 불포화지방산과 올리브유 같은 단일불포화지방산이 있다.
오메가-3 지방산은 심장병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므로 고등어나 삼치, 꽁치와 같은 등푸른생선을 일주일에 두세 번가량 먹는 것이 좋다. 될 있으면 기름에 튀기거나 굽는 것보다는 조리거나 찌는 것이 좋다. α-리놀렌산도 오메가-3 계열로 들기름, 카놀라유 또는 건강보조식품으로 나와 있는 아마씨유, 캐놀라유, 호두 등에 많고 흔히 먹는 콩기름에도 들어 있다. 참기름은 단일과 복합 불포화지방산이 고루 많다.
오메가-6 불포화지방산은 혈중 콜레스테롤을 떨어뜨리긴 하지만 심혈관질환 위험을 감소시키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하지만 성장과 피부, 생식기 기능에 필요한 만큼 적정량을 섭취하는 게 좋다. 주로 옥수수기름이나 달맞이꽃기름, 해바라기기름, 땅콩기름, 홍화유, 포도씨오일 등에 많다.
오메가 지방산을 섭취할 때는 적정 비율로 섭취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보통 오메가-6 지방산과 오메가-3 지방산을 10 : 1 정도의 비율로 섭취하면 적당하다. 불포화지방산의 많은 생선이나 식물성 기름을 적당히 먹는다고 생각하면 된다.
어떤 기름이든 보관할 때는 산화를 막기 위해 냉장보관을 하고, 한 번 개봉한 제품은 3개월 내에 모두 사용하는 것이 좋다. 만약 개봉한 지 3개월이 넘은 경우에는 과감히 버려야 한다. 불포화지방산은 이중결합이 많을수록 공기 중에서 산화되기 쉬운 특징이 있다. 지방산이 산화되면서 자유라디칼 즉, 활성산소가 만들어진다. 올리브유는 이중결합의 개수가 하나인 데다 비타민E 등의 항산화제를 포함하고 있어 보존 기간이 더 긴 편이다. 생선기름의 경우에는 비타민E의 함량이 적으므로 비타민E나 항산화 성분이 풍부한 다른 음식들과 함께 먹는 것이 좋다. 건강보조식품으로 먹는 경우에는 비타민E 등을 같이 섭취하면 도움이 된다.
마지막으로 많이 섭취하면 살이 찌는 것은 몸에 나쁜 지방이든, 좋은 지방이든 마찬가지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강재헌 교수는 “올리브유나 참기름, 들기름 등 아무리 몸에 좋은 웰빙 기름이라 해도 많이 먹으면 섭취 칼로리가 늘어나서 살이 찌는 데 일조하게 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