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정우가 대학교 3학년 때부터 인연을 맺었던 소속사와 결별하고 새로운 활동을 시작한다. 이미 1~2년 전부터 소속사 독립과 이적 등을 둘러싸고 여러 시선을 받았던 그는 9월 현 소속사 판타지오와 전속계약이 만료됨에 따라 ‘잔류’ 대신 ‘독립’을 택했다. 하정우는 지난해 설립된 신생 매니지먼트회사 UL엔터테인먼트로 이적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정우와 오랫동안 호흡을 맞춘 또 다른 매니저가 세운 회사다. 양측은 이적에 필요한 준비와 협의도 마무리했다.
사실 연예계에서 데뷔 때부터 단 한 곳의 소속사와 일을 하는 연예인을 찾기는 어렵다. 대표적으로 배우 손예진이 꼽힐 뿐이다. 10년 넘도록 같은 매니저와 일하는 차태현, 송윤아 등 배우가 있지만 어디까지나 소수다. 인기를 얻고 위치가 올라가면 자신과 뜻이 맞는 곳으로 소속사를 옮기기 마련이다. 때문에 10년 넘도록 한 자리에 머무는 연예인들은 ‘의리파’에 속한다.
영화 <터널> 스틸 컷
하정우가 그렇다. 중앙대학교 연극학과 3학년 때 지금의 매니저를 처음 만났다. 당시 학교 연극 활동에 주력하던 하정우는 영화와 드라마 등에 엑스트라로 출연하고 있던 단역 연기자였다. 그런 하정우를 발견한 매니저는 당시 유력 엔터테인먼트사인 싸이더스HQ에 하정우를 적극 추천했다. 누구도 신인이던 하정우의 앞날을 장담하지 못했을 때다. 이후 2004년 전속계약을 맺고 연기자로 첫 발을 내디딘 하정우는 영화 <추격자>의 성공에 힘입어 충무로를 대표하는 배우 중 한 명으로 성장했다.
하정우 역시 “지금의 나를 있게 한 주인공”으로 13년간 함께해온 매니저를 첫 손에 꼽는다. 이번에 독립을 확정한 이후에도 그는 “대학 3학년, 누구도 나에게 확신을 갖지 않을 때 연기를 할 수 있도록 나를 도와줬다”고 매니저에 공을 돌렸다. 그러면서 “시나리오를 보는 탁월한 안목으로 영화 <용서받지 못한 자>에 출연하게 해줬고, SBS 드라마 <프라하의 연인> 출연 기회도 갖게 해줬다”는 설명도 했다.
실제로 하정우를 대중에 알린 두 작품은 윤종빈 감독이 연출한 <용서받지 못한 자>와 배우 전도연과 함께한 <프라하의 연인>이 꼽힌다. 하정우는 “영화 선택에서 큰 영향을 받았다”며 “나를 이끌어준 회사이자 매니저”라고 인정했다. 하지만 이별은 결정된 일. 하정우 역시 소속사 이적을 통해 새로운 무대에서 다양한 활동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하정우가 소속사를 옮김에 따라 그가 주연으로 거론되는 영화들 역시 변화를 맞을 가능성이 커졌다. 충무로를 대표하는 ‘다작’ 배우답게 출연을 예정한 작품이 여러 편이지만 새롭게 출발하는 만큼 자신의 일정표를 재정비할 가능성이 높다.
하정우는 현재 2부작 판타지 영화 <신과 함께> 촬영에 한창이다. 내년 1월까지 이 영화에 자신의 시간을 쏟아 부을 생각이다. 한 번에 촬영해 1, 2부로 나눠 개봉하는 영화인 만큼 하정우 역시 어느 때보다 심혈을 기울여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 이후 하정우는 영화 <앙드레김>과 <PMC>에 연이어 참여할 생각이었다. 올해 초 이 같은 계획을 직접 공개하기도 했다.
영화 <터널> 홍보 컷
특히 <앙드레 김>을 둘러싼 영화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하정우의 전 소속사가 제작하는 작품으로, 현재 시나리오 마무리 작업 단계에 와 있다. 당초 “디자이너 앙드레 김의 젊은 시절을 그리고 싶다”는 하정우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영화이지만, 예상보다 기획 기간이 길어진 데다 하정우가 소속사를 옮기면서 현재로서는 참여 여부를 가늠하기 어렵다. 이런 가운데 ‘틈’을 노리는 또 다른 영화의 제작진도 있다. 실제로 내년 상반기 촬영을 계획 중인 100억 원대 블록버스터 등 몇 편이 이미 하정우에 러브콜을 보내고 ‘답’을 기다리고 있다.
영화계의 관심이 하정우의 독립에 집중되는 까닭은 그가 발휘하는 막강한 티켓파워 덕분이다. 현재 상영 중인 하정우 주연의 영화 <터널>은 흥행 1위를 기록하며 빠르게 관객을 모으고 있다. 개봉 6일 만에 손익분기점(320만)을 돌파하면서 하정우 역시 흥행 배우로서 그 이름값을 또 한 번 증명하고 있다.
사실 하정우가 출연한 영화 가운데 손해를 본 영화를 찾기가 어렵다. ‘대세’라는 별칭으로 불리기 시작한 2012년 이후 출연한 대부분의 영화가 전부 손익분기점을 넘었고 흥행에도 성공했다. 이번 <터널> 역시 사실상 혼자 이야기를 이끄는 책임을 맡아 흥행 가능성에 회의적인 시선이 제기됐지만 하정우는 우려를 보란 듯이 불식시키고 이름값을 증명하고 있다.
이해리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