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몸은 쓰다 남은 잉여지방을 어디에 저장할까. 여성은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의 작용으로 인해 주로 피하에, 남성은 내장 사이에 쌓아놓는다. 피하지방은 두꺼워도 건강에 큰 피해를 주지 않는 반면 내장지방은 여러 가지 문제를 일으킨다는 큰 차이가 있다. 단 여성들도 폐경이 되는 50대 이후에는 여성호르몬이 줄면서 유독 복부에 지방이 몰려 내장비만이 급격히 증가한다.
의학적으로는 피하지방 면적에 대한 내장지방의 면적 비율이 0.4 이상이면 내장지방형 비만으로 본다. 보통 줄자가 배꼽 위에 오도록 해서 재었을 때 남성은 90㎝(36인치), 여성은 80㎝(32인치) 이상이면 대부분 내장비만일 가능성이 크다.
내장비만인 사람들은 몸에 유해독소를 쌓아두고 있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리 압구정클리닉 이왕림 원장(가정의학과 전문의)은 “이 독소를 말끔히 제거하지 않는 한 몸 안에서 계속 유해 활성산소를 발생시켜 세포들을 손상시킨다. 그렇게 되면 각종 성인병이나 암, 알레르기 질환에 걸릴 위험이 높아진다”며 내장비만의 심각성을 경고했다.
내장비만은 특히 대사증후군과 깊은 관련이 있다. 복부비만, 고지혈증, 당뇨, 고혈압 등 심혈관 질환의 여러 위험 요인이 한 사람에게 동시에 일어나는 것이 대사증후군. 최근 미국 의사협회지(JAMA)에서는 이전에 심혈관 질환·암·당뇨병 등이 없던 1209명을 11년간 추적한 결과, 대사증후군이 있는 사람은 없는 사람에 비해 심장병을 일으키는 관상동맥 질환이 생길 위험도가 3.8배 높고, 결국 심혈관계 질환으로 사망할 위험도 3.6배 더 높았다고 밝혔다. 유전적 요인도 영향을 미치긴 하지만 내장비만이나 과식 과음 운동부족 스트레스 등 잘못된 생활습관이 대사증후군의 주된 원인이다.
내장지방을 줄일 생각이라면 고지방식을 삼가고 저칼로리 식품으로 대체하는 등 식습관을 먼저 바꿔야 한다. 고기를 먹을 때는 비계나 껍질처럼 포화지방이 많은 부위를 제거해서 먹고 튀긴 음식, 소시지나 햄, 베이컨 등의 가공육류, 마가린처럼 트랜스지방이 많은 식품도 피한다. 알코올 1g이 7㎉ 열량을 내는 만큼 아무리 업무상 회식이라 해도 잦은 술자리 역시 삼가야 한다.
반면 견과류나 씨앗 종류로 짠 식물성 기름을 쓰는 게 좋고 콩류, 생선은 많이 먹어도 괜찮다. 지방을 분해하는 캡사이신 성분이 들어있는 고추나 섬유질이 많은 배추·양배추 등의 야채, 열량이 낮으면서도 포만감을 주는 김 미역 다시마 한천 등의 해조류 등은 식탁에 자주 올리는 게 좋다.
아울러 운동도 반드시 병행해야 한다. 식습관과 운동 어느 한 가지라도 소홀히 하면 그만큼 오래 내장비만을 안고 살아야 한다. 외국의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식습관을 바꾸지 않고 운동만 했을 경우에 오히려 내장지방의 양이 늘어났다는 보고도 있다.
어느 부위보다도 가장 늦게 살이 빠지는 부위가 바로 복부. 걷기나 수영, 달리기, 자전거 타기 같은 유산소 운동을 꾸준히 하면 뱃살을 빼는 데 도움이 된다. 가장 손쉬운 것이 바로 걷기. 15분 정도 걸어야 지방 분해가 시작되는 만큼 적어도 15분 이상씩 1주일에 3~5회는 하는 게 좋다. 매일 40분씩 빠르게 걸으면 매우 효과적이다. 뒤에 누가 쫓아온다는 느낌으로 배에 힘을 주고 빠르게 걷는 것이다. 크게 심호흡을 하면서 걸으면 더 좋다.
또 유산소 운동과 함께 근력운동(웨이트 트레이닝)을 병행해야 효과적이다. 근육이 적당히 늘어나면 기초대사량이 높아져서 지방이 더 잘 타고 다시 살이 찌는 요요현상이 적기 때문이다.
뱃살이 어느 정도 빠졌다 싶으면 간단한 동작으로 배의 근육을 단련시키면 좋다. 예를 들어 윗몸일으키기를 해주면 상복부의 근육을 탄탄하게 만들 수 있다.
운동 후에는 반신욕을 하는 것도 권할 만하다. 특히 평소 손발이 차면서 얼굴이나 상체로 열이 치솟는 증상이 있는 경우에는 반신욕을 해주면 기혈순환이 원활해지고, 반신욕을 하는 동안 에너지가 소모돼 비만 해소에도 좋다. 욕조에 36~38℃ 정도로 물을 받은 다음 15~20분 정도 있어 몸을 담근다. 가능하다면 하루 2번을 해주면 더 좋다.
미리 내장비만을 예방하는 데는 운동 외에도 늦어도 12시 이전에 잠자리에 드는 것이 좋다. 지방 대사를 촉진시키는 호르몬의 분비가 밤 10시∼새벽 2시 사이에 가장 활발하기 때문이다. 스트레스를 줄이는 것도 중요하다. 직장생활을 하다보면 크고 작은 스트레스를 피할 수는 없다. 하지만 스트레스를 받으면 스테로이드 호르몬이 분비돼, 몸 속 잉여지방을 내장에 쌓는 기능을 한다. 또 일시적인 스트레스는 식욕을 떨어뜨리지만 만성 스트레스에 시달리면 오히려 식욕이 증가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양한방의 전문클리닉에서도 내장비만을 잡기 위한 다양한 치료방법을 시도하고 있다. 요즘 유행하는 간 해독프로그램도 그중 하나다. 이왕림 원장은 “간과 장을 함께 해독하면서 아미노산과 비타민, 미네랄 등을 정맥주사해 혈액 속의 독소, 노폐물을 배출시키는 혈관·혈액해독(킬레이션 요법)을 시도하면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한방에서는 내장지방을 담(痰)이라 하는데, 원인과 체질에 따라 담을 없애는 한약을 처방하고 지방을 분해하는 비만침을 시술한다. 역시 간을 정화시키는 해독요법이나 대장기능이 저하된 상태라면 장세척요법으로 장을 청소하기도 한다.
율한의원 정주화 원장은 “여성들의 경우 복부비만으로 자궁, 난소 같은 생식기의 기능이 떨어지면 자궁근종 등의 혹이 생기기도 쉽다”며 “비만치료와 함께 생식기를 건강하게 만들어 주고 호르몬의 균형을 맞추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내장비만 체크리스트
다음의 항목 중에서 자신에게 해당되는 내용에 ∨자 표시를 해보자. 해당되는 것이 많을수록 내장비만일 가능성이 큰 타입이다. 흡연을 하면서 술자리가 잦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직장인, 식생활이 불규칙하고 고지방식을 즐기는 사람일수록 위험하다.
□ 담배를 피우고 술도 즐기는 편이다.
□ 단 음식, 육류 등의 고지방식을 자주 먹는다.
□ 외식을 자주 한다.
□ 간식이나 야식을 자주 먹는다.
□ 식사든 간식이든 배불리 먹지 않으면 성이 안 찬다.
□ 오랜 시간 앉아서 일하거나 자세가 좋지 않은 편이다.
□ 허리가 90㎝ 이상으로 굵다.
□ 명치부터 배가 나왔다.
□ 같은 일을 해도 전보다 쉽게 피로해지는 느낌이다.
□ 손으로 만져보면 배의 피부가 두껍고 잘 잡히지 않는다.
□ 늘 소화가 잘 되지 않아 고생한다.
□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잘 풀지 못하며 우울할 때가 있다.
□ 한두 정거장 걷는 일이 귀찮아 자가용이나 택시를 이용한다.
□ 잠자리에서 종종 발기부전을 겪는 등 성생활이 만족스럽지 않다.
송은숙 건강전문 프리랜서
도움말=리 압구정클리닉 이왕림 원장, 율한의원 정주화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