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에서는 식품 고유의 색에 따라 각기 다른 장기에 이로운 작용을 하는 것으로 말한다. 예를 들어 그린 푸드는 간에 좋고, 신장에는 블랙 푸드, 심장에는 레드 푸드, 위장에는 옐로 푸드, 폐에는 화이트 푸드를 잘 섭취하면 좋다는 것이다. 올 가을에는 이왕이면 보기에 좋고, 건강에도 좋은 컬러 푸드로 건강밥상을 차려보자.
미국에서는 지난 1991년부터 국립암센터와 보건복지부·국립보건원 등 국가 기관의 주도로 ‘Five A Day’로 불리는 캠페인이 활발하다고 한다. 하루에 다섯 가지 색의 야채와 과일을 고루 먹으면 건강해진다는 내용이다. 야채와 과일 속에 풍부하게 들어 있는 식물성 색소인 ‘파이토케미컬(phyto-chemical)’의 작용 때문이다. 야채나 과일의 화려하고 짙은 색에 많이 들어 있는 파이토케미컬은 각종 질병을 만드는 활성산소의 피해를 줄이고 발암물질 생성을 막아주는 등 건강을 지키는 데 많은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예로부터 한방에서도 다양한 색의 음식이 건강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본다. 음양오행 사상에 따라 청·적·황·백·흑의 다섯 가지 색깔의 음식이 신맛·쓴맛·단맛·매운맛·짠맛의 다섯 가지 맛과 함께 간장·심장·비장·폐장·신장의 다섯 개 장부의 기능과 관련이 깊다는 것이다.
환자를 치료할 때 한약, 침치료와 함께 도움이 될 만한 색깔음식 활용법을 함께 알려준다는 정경연 한의사(정경연한의원 원장)는 “예를 들어 도라지나 마늘, 굴, 양파 등의 화이트 푸드는 한방에서 폐장에 속하는 폐나 기관지, 코 등이 약한 경우에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섯 가지 색깔음식의 주된 효능과 손쉬운 활용법은 다음과 같다.
그린 푸드
한방에서 말하는 간장, 즉 간과 담, 근육 등에는 녹색 식품이 좋다. 특히 술을 많이 마시는 사람이 녹색 식품을 잘 섭취하면 간의 피로물질이 줄어들어 기능 회복에 도움이 된다. 또한 폐에 자리 잡은 노폐물을 제거해 주는 만큼 흡연자라면 녹색 식품을 가까이 할수록 좋다.
대표적인 녹색 식품으로는 시금치, 셀러리, 브로콜리, 녹차, 매실, 알로에, 클로렐라 등이 있다. 특히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에서 선정한 10대 건강음식에 꼽힌 브로콜리는 항암작용이 뛰어나고 비타민, 미네랄이 풍부한 야채다. 미네랄 중에서도 항암, 항노화 작용이 우수한 셀레늄이 풍부하게 들어 있다. 식사나 수면 시간이 불규칙하거나 외식이 잦은 사람이 브로콜리를 자주 먹으면 심신의 피로를 풀어주는 데 효과를 볼 수 있다. 브로콜리를 먹을 때는 날것으로 먹거나 끓는 물에 소금을 넣고 살짝 데쳐서 먹으면 영양손실이 가장 적다.
녹색 해조류인 클로렐라 역시 엽록소는 물론 단백질, 탄수화물, 비타민, 미네랄 등이 고루 들어 있어서 좋다. 건강식품으로 제품화되어 나오는 것을 구입하거나 국수나 빵 같은 식품에서부터 비누, 화장품 등 클로렐라가 첨가된 다양한 제품을 이용하면 된다.
블랙 푸드
검은색 식품은 조혈, 발육, 생식기와 관련이 깊은 신장의 기능을 좋게 만든다. 과학적으로는 검은색 색소 성분에 포함되어 있는 ‘안토시아닌’이 항산화 작용으로 면역력을 높이고 각종 질병을 예방하며 노화를 지연시키는 것으로 밝혀져 있다.
검은깨나 검은콩 외에도 다시마, 버섯, 숯, 오골계, 장어, 칡, 포도, 흑염소 등의 식품이 대표적이다. 이 중 한방에서 ‘갈근(葛根)’이라는 약재로 쓰는 칡뿌리는 다양하게 활용이 가능하다. 특히 과음으로 숙취가 쌓이거나 땀을 내서 열을 내려주어야 할 때, 얼굴이 붉고 뒷목이 굵은 사람이 목이 뻐근하고 열이 뻗쳐오를 때, 초기 감기로 오한이 나고 뒷목과 어깨, 머리가 아프고 뻐근할 때 효과가 있다. 깨끗이 씻은 칡에 물을 붓고 약한 불에서 은근하게 달인 후 물만 따라 마시면 된다. 꿀을 조금 타도 상관없다.
레드 푸드
붉은색은 오행에서 심장의 기능을 튼튼히 하는 색이다. 실제로 붉은색의 야채나 과일에 많은 라이코펜 성분은 혈관을 튼튼하게 하고 전신의 혈액순환을 도와 고혈압, 동맥경화증을 예방한다.
토마토나 고추, 대추, 구기자, 영지버섯, 홍어, 홍삼 등이 붉은색 식품. 요즘 한창 제철을 맞은 사과나 석류 등의 과일도 마찬가지다. 특히 여성에게 좋은 석류는 원산지인 페르시아만 주변 국가의 중년 여성들이 다른 지역의 여성들에 비해 갱년기 장애를 거의 겪지 않는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인기를 끌고 있다. 그냥 먹어도 좋지만 샐러드나 야채에 드레싱으로 뿌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석류알을 믹서에 간 다음 거즈를 대고 걸러 씨를 버린 후 다진 양파와 피망, 레몬즙, 식초, 올리브 오일, 꿀, 소금, 후추 등을 고루 섞으면 석류드레싱이 된다.
‘요강이 뒤집힐 정도로 오줌줄기가 강해진다’고 하는 데서 이름이 유래된 복분자는 폴리페놀 성분이 항산화 작용을 해서 노화를 억제하고 몸을 가볍게 해준다. 남녀 모두에게 복분자가 좋다. 남성의 경우에는 정력 감퇴나 발기부전, 빈뇨, 야뇨증을 다스리는 데 쓰고 여성은 불감증, 자궁이 약해서 생기는 불임 등에 효과적이다.
옐로 푸드
노란색 음식은 비장과 위장, 입 등과 관련이 깊어 소화기능을 돋워준다. 또한 영양의 공급, 배설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면역력이 약해지고 각종 성인병이 생기는 것을 예방해 준다. 노란색 야채와 과일의 색소를 내는 카로티노이드 성분은 항암, 노화방지에도 효과가 뛰어나다.
요즘 제철인 고구마, 늙은호박 외에도 당근, 생강, 잣, 청국장, 꿀, 밤 등이 노란색 식품에 속한다. 꿀은 색이 짙을수록 항산화 성분이 많은데, 포도당과 과당이 주성분인 만큼 흡수가 빨라 피로회복 효과가 크다. 감기를 예방하고 기침, 가래 등을 완화시키려면 배꿀찜이 좋다. 배의 꼭지 부분을 가로로 잘라낸 뒤 씨 부분을 동그랗게 파낸다. 여기에 꿀을 채우고 꼭지를 다시 덮어 찜통에서 한 시간 이상 쪄서 즙을 마시면 된다.
몸에 좋은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한 잣은 콜레스테롤을 줄여 동맥경화증, 고혈압은 물론 각종 성인병 예방에 좋다. 정경연 원장은 “또 스태미나를 증진시키고 피부가 건조해서 가려움증으로 고생하는 경우에도 잣을 조금씩 먹으면 피부에 윤기가 생겨 가렵지 않게 된다”고 조언했다.
화이트 푸드
감기에 잘 걸리는 환절기에는 흰색 식품을 가까이 하는 게 좋다. 폐나 기관지, 코 등을 튼튼하게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실제로 흰색 식품의 색소에는 안토크산틴, 플라보노이드 성분이 있어서 유해 물질을 몸 밖으로 배출시키고 몸속에 들어오는 균과 바이러스에 대한 저항력을 길러준다.
흰색 식품으로는 도라지, 무, 마늘, 양파, 굴, 요구르트, 현미, 멸치 등이 있다. 마늘의 경우 남성의 고환에 있는 아연 성분이 풍부해 스태미나 식품으로 손꼽힌다. 삶은 마늘로 만드는 마늘꿀탕은 변비나 숙취 해소(술 마시기 전에 먹어도 된다), 손발이 찬 경우에 효과가 크다. 푹 삶은 마늘을 살짝 데운 꿀과 함께 섞어 유리병에 담아두었다 2~3일이 지나면 아침저녁으로 한 스푼씩 먹으면 된다.
송은숙 건강전문 프리랜서
도움말=정경연한의원 정경연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