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우태윤 기자 wdosa@ilyo.co.kr | ||
특히 괴로운 것은 관절·근육의 피로로 찾아오는 통증. 최근 한 온라인 취업사이트가 직장인 851명을 대상으로 직업병 여부를 조사(복수응답)한 결과, 사무직 직장인 10명 중 8명은 직업병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거북이처럼 목이 앞으로 구부러지는 ‘거북목 증후군’(64.1%)이 가장 많았고, ‘손목터널증후군’(56.4%)이 뒤를 이었다. 어깨 결림은 42.1%를 차지했다. 사무직 직장인이 겪기 쉬운 이들 증상과 대책, 예방요령을 짚어본다.
은행에서 일하는 30대 후반의 직장인 K 씨. 1년 전부터 목과 어깨 결림이 심하고 두통이 잦았던 터라 얼마 전에 병원을 찾아 약물치료, 운동치료를 받는 중이다. 옆에서 보면 C자 모양으로 적당히 굽어 있어야 할 목뼈가 일직선으로 뻣뻣하게 굳어 있는 거북목증후군에, 목뼈를 지탱해주는 근육과 인대가 늘어나서 통증이 생기는 ‘근막통증증후군’이 있다는 소리를 들었기 때문이다.
요즘 이처럼 거북목증후군, 팔목터널증후군, 어깨결림 등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늘고 있다. “인터넷, 게임 등 컴퓨터를 하는 시간이 많은 20~40대 청장년층 환자들이 많다. 최근에는 10대 청소년, 주부환자도 늘고 있다”는 게 척추관절 전문병원인 나누리병원 장일태 원장의 설명이다.
이처럼 컴퓨터를 포함한 휴대전화, TV 등의 전자제품으로 인한 목의 통증, 어깨 결림, 눈의 피로, 두통 등 신체에 악영향을 `e(electronics)피로증후군’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거북목증후군
상체를 앞으로 쭉 빼고 컴퓨터 모니터를 오래 보는 경우에 마치 거북목처럼 목이 늘어지고 구부정해지는 증상이다. 원래 목뼈는 X-레이 촬영을 해보면 C자로 적당히 굽어 있는 게 정상. 바로 섰을 때 귀의 중간에서 아래로 수직의 가상선을 그려 어깨 중간이 같은 수직선 사이에 있으면 바른 자세다. 하지만 그 선이 중간보다 앞으로 2.5㎝ 이상 나와 있으면 거북목증후군으로 진행 중이라는 신호. 5㎝ 이상이면 이미 거북목으로 변해있는 상태다.
보기에 안 좋은 것은 물론 목과 어깨 통증을 불러오고 목부터 척추 전체의 변형을 가져올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장일태 원장은 “거북목증후군이나 어깨 결림을 그대로 두면 목 뒷부분의 근육과 인대가 늘어나서 통증과 피로감, 자세 이상을 초래할 수 있다. 심하면 ‘근막통증후군’ 등의 근골격계 질환으로 진행된다”고 조언했다.
일단 근막통증후군이 생기면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병원에서는 약물치료, 주사와 함께 운동치료, 물리치료를 병행한다.
만약 목디스크가 있다면 목 주위뿐만 아니라 어깨와 팔 전체가 결린다. 목뼈 가운데 뚫린 신경공(신경이 지나가는 구멍)을 통해 신경가지가 팔까지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역시 잘못된 자세와 오랜 시간의 고정된 자세, 그리고 사고로 인한 부상 등이 주된 원인이다.
▶예방요령:무엇보다 바른 자세를 취하는 것이 우선이다. 자리에 앉거나 컴퓨터 작업을 할 때 의식적으로 허리를 세우고 앉도록 노력하고 한 가지 자세를 계속 취하지 않도록 자주 바꿔주는 것이 좋다. 모니터는 자신의 눈높이(모니터 상단의 끝 정도)에 맞춘 상태에서 어깨를 뒤로 젖히고 가슴을 당당히 펴고 턱은 가슴 쪽으로 약간 당기는 자세를 취한다. 노트북을 오래 사용하는 경우에는 노트북 받침대를 이용하면 눈높이를 맞추는 데 도움이 된다. 엉덩이는 의자에 깊숙이 대고 허리는 곧게 펴서 등받이에 바짝 댄다. 이때 의자는 등받이가 있는 의자가 허리의 부담을 줄여준다. 하지만 바퀴는 없는 게 좋다. 바퀴가 있으면 무의식적으로 허리나 다리에 힘이 들어가게 된다. 다리는 꼬지 말고 몸통과 무릎이 직각이 되도록 유지하는 것이 좋다.
또 일하는 틈틈이 목을 상하좌우로 돌려서 뭉친 뒷목의 근육을 풀어주고, 특히 목이 특정 방향을 향할 때 잠시 멈춰주면 스트레칭 효과를 높일 수 있다.
손목터널증후군
남성보다는 여성들이 3배가량 많이 호소하는 증상이다. 직장여성은 물론 특히 집안일을 많이 하는 40대 주부에게 많이 나타난다.
손목과 손을 연결해 주는 부위에 뼈와 인대로 형성된 작은 통로가 손목터널. 수많은 힘줄과 신경이 지나가는 부위로, 반복적으로 손목을 무리하게 사용하면 이곳에 염증이 생기거나 힘줄이 부어 신경을 압박하게 된다. 처음에는 손가락이 저리거나 감각이 없어지고 심하면 통증이 생기는데, 그대로 두면 나중엔 물건을 집을 수 없거나 주먹을 쥐는 것조차 힘들어지기도 한다.
초기에는 물리치료만으로도 잘 낫는다. 하지만 그때그때 파스를 붙인 채 일하거나 특히 요즘처럼 날씨가 쌀쌀해지면 손이 저려도 단순히 혈액순환이 안 되는 탓으로 생각해 혈액순환제를 사먹는 경우가 많아 주의해야 한다. 방치하다 심해지면 손목 부위를 국소마취해 절개, 좁아진 손목터널을 넓혀줘야 한다. 또 여성들에게 흔한 갑상선 기능저하증, 류머티스 관절염 등과 함께 나타나는 경우가 있으므로 증상이 오래 갈 때는 병원을 찾아보는 게 좋다.
▶예방요령:컴퓨터를 사용하다 손이 저리거나 통증이 생기면 일단 일을 중단하고 따뜻한 물에 손을 담가 5∼10분 정도 쥐었다 펴주기를 반복한다. 마우스를 장시간 사용해야 하는 경우에는 오른손만 사용하지 말고, 컴퓨터의 설정을 바꿔 왼손도 함께 쓰는 게 좋다. 또 의식적으로 마우스를 가볍게 쥐는 훈련을 하는 것이 좋다. 손목 돌리기나 털기, 깍지 끼고 앞으로 뻗기 등 틈틈이 손목스트레칭으로 근육을 풀어주는 것도 중요하다.
장시간 잘못된 자세로 컴퓨터 작업을 할 경우 근육이 뭉치고 쑤시는 증상이다. 의학적으로는 ‘근막통증후군’으로 불린다. 어깨가 결리다가 바늘로 찌르듯이 아프다. 나중에는 아예 양팔을 뒤로 마주잡기도 어려워지는 등 중년 이후에 흔한 오십견 증상과 비슷하다.
통증이 생기면 우선 목, 어깨 등의 부위에 온찜질을 해주면 좋다. 혈액순환이 좋아지면 근육이 풀리고 통증이 가벼워진다. 따뜻한 물에 목욕을 하는 것도 좋다. 특히 결리는 부분에 집중적으로 뜨거운 물과 찬물을 교대로 부어주면 자율신경이 조절되고 혈액순환이 촉진돼 통증이 완화된다.
혼자서 가능한 지압법도 있다. 예를 들어 견갑골의 불룩 올라온 곳에서 안쪽으로 약간 움푹 파인 곳에 있는 ‘고황’을 반대쪽 손의 중지를 사용해 세게 눌러주면 어깨 결림이 개선된다. 목과 어깨가 모두 아플 때는 머리 바로 아래, 목 뒤 근육에서 움푹 파인 곳 양 옆에 있는‘천주’를 눌러준다.
하지만 주의해도 통증이 자주 나타나고 오래 간다면 치료가 필요하다. 목과 어깨, 팔 전체로 통증이 퍼지면 빨리 병원을 찾아야 한다.
▶예방요령:자리에 앉아있을 때는 되도록 바른 자세를 유지하면서 의식적으로 팔과 어깨에 무리가 되지 않도록 컴퓨터 키보드를 부드럽게 두드리는 게 좋다. 컴퓨터 자판의 높이는 팔과 지면이 수평이 되게 한다.
스트레스가 쌓이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자신도 모르게 몸속 근육이 긴장 상태가 되므로 즐겁고 느긋한 마음가짐을 갖는 게 좋다.
송은숙 건강전문 프리랜서
도움말=나누리병원 장일태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