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관에 혈전이 많이 쌓여 있고 관상동맥 한 군데가 완전히 막힌 상태라서 자칫 위험할 뻔했다는 소리에 그와 가족들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지금은 관상동맥을 뚫어주는 수술 후에 약을 복용하고 있는 중이다.
요즘 K 씨처럼 젊은 연령에서도 심장과 혈관에 문제가 생기는 심혈관질환이 생기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한다. 지나친 음주와 흡연, 스트레스 등으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혈전이 쌓여 혈관이 좁아지고 심하면 꽉 막히기 때문이다.
특히 겨울은 고혈압, 협심증, 뇌졸중 등의 각종 심혈관질환 주의보가 내리는 시기. 여름철보다 33% 정도 많은 환자가 발생한다. 기온이 10℃ 떨어지면 혈압이 13㎜Hg나 올라가는 만큼 평소 고혈압이 있는 사람은 더욱 주의해야 한다. 을지대학병원 순환기내과 최유정 교수는 “하루 중에서는 아침 시간에 교감신경이 흥분해 혈압이 올라가고 혈액이 응고돼 혈전이 많이 생기는 시간대”라며 “그만큼 심근경색, 뇌졸중 등이 발생하기 쉽다”고 설명했다.
2005년 통계청의 자료에 따르면 심혈관계 질환이 암에 이어 한국인 사망원인 2위를 차지할 정도로 많다. 뇌혈관질환이 64%로 제일 흔하고, 허혈성 심장질환(관상동맥질환)이 27.5%, 고혈압성 질환이 9.3%, 그 외 심장판막질환, 부정맥성 질환의 순서였다. 미국의 경우에는 심혈관계 질환이 사망원인 1위(40.1%)로 1999년 한 해 동안만 해도 95만 8775명이 심혈관계 질환으로 숨졌다.
5대 위험인자를 잡아라
지금까지의 연구에 의해 밝혀진 심혈관질환의 5대 위험인자는 흡연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병 비만. 이 외에 운동부족과 가족력도 영향을 미친다. 위험인자가 여러 가지일수록 발생률이 높아진다.
예를 들어 흡연자는 비흡연자에 비해 심근경색은 3배, 뇌경색도 2배나 많이 발생한다. 40세 미만 심근경색 환자의 85%가 하루 두 갑 이상의 흡연자였다는 국내 조사결과도 있다. 여성은 흡연과 함께 피임약을 복용하면 피임약을 복용하지 않는 비흡연 여성에 비해 심혈관질환에 걸릴 위험이 10배나 높아진다.
당뇨도 마찬가지. 당뇨가 있으면 관상동맥질환이나 뇌졸중 등이 젊은 나이에 발생하고, 사망률도 2~3배 높아진다.
비만도 빼놓을 수 없다. 비만이 있으면 혈압이 상승하고, 혈중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이 많아지며 당뇨병 발생위험이 증가하기 마련이다. 모두 심혈관 질환의 발생 위험을 높인다. 적정체중이더라도 중장년을 괴롭히는 뱃살, 즉 복부비만인 경우에는 심혈관질환이 생기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심혈관 튼튼 식습관
고혈압이나 당뇨, 비만, 고지혈증 같은 심혈관질환의 위험인자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이 바로 식생활. 최유정 교수는 “가벼운 경우에는 식이요법만으로도 이들 질환을 다스릴 수 있다. 건강한 식습관을 유지하면 심장과 혈관의 건강을 미리미리 지킬 수 있다”고 조언했다.
우선 적정체중을 유지하는 정도의 소식을 하되 여러 종류의 식품을 고루 먹는다. 과식을 하거나 짜게, 달게 먹는 것은 금물이다(단 음식은 혈중 중성지방 수치를 올린다).
“소금을 하루 5g 이하로 줄이려면 짠 김치나 젓갈, 통조림, 가공식품은 물론 케첩, 화학조미료 등을 줄이고 음식을 조리할 때도 소금을 적게 쓰는 대신 식초 겨자 생강 레몬 등의 향신료로 맛을 내라”는 게 영양과 여인섭 과장이 알려주는 요령이다.
단백질은 전체 칼로리의 15%, 탄수화물은 1000㎉당 50~55% 정도가 알맞다. 제한해야 되는 것은 육류에 많은 포화지방산으로 전체 칼로리의 10%로 섭취한다. 따라서 고기는 기름기가 없는 살코기 부위를 먹는 게 좋고 버터, 마가린, 쇼트닝 대신 참기름, 들기름 등 불포화지방산이 함유된 것을 쓰는 게 좋다. 콜레스테롤 섭취량도 1000㎉당 100㎎ 이하로 해서 하루 최고 300㎎을 넘지 말아야 한다. 콜레스테롤은 육류나 새우, 달걀노른자, 버터, 치즈 등에 많고 오징어, 낙지에도 많다.
평소 술자리가 많은 경우에는 과음을 하지 않도록 주의한다. 전체 칼로리의 15% 이하로 마시고, 하루 50㎖를 넘지 않게 한다. 혈압이 높다면 채소, 과일 등으로 섬유소를 충분히 섭취해서 혈압을 올리는 변비를 예방하는 게 좋다.
특히 심혈관질환을 예방, 개선하는 데 좋은 영양소는 다음과 같다.
식이섬유는 신선한 채소와 과일, 해조류, 보리·현미·귀리 등의 전곡류에 많다. 적어도 하루 20~25g 정도의 식이섬유 섭취를 권장한다.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을 흡착해서 배설시키는 작용을 한다.
▲ 협심증이나 심근경색 등이 있다면 운동부하검사를 받은 후에 적당한 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 사진제공=을지대학병원 | ||
오메가-3, 오메가-6 등의 불포화지방산을 적당히 섭취하면 중성지방의 생합성을 저하시키고 HDL콜레스테롤 대사를 활성화시켜 심혈관 건강에 도움을 준다. 오메가-3 지방산은 들기름, 대두유, 어유, 고등어, 다랑어, 멸치, 해조류 등에 풍부하며 오메가-6 지방산은 옥수수기름, 참기름, 면실유, 해바라기씨기름, 호두 등에 많다.
칼슘은 나트륨 배설을 촉진시켜 혈압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 담즙산과 지방산을 침전시켜 혈중 지질도 떨어뜨린다. 주로 저지방우유나 두부, 검은콩 등에 많다.
심혈관 튼튼 생활습관
예방효과를 더욱 높이려면 식습관과 함께 생활습관도 체크해봐야 한다.
◇하나, 금연한다=담배를 피울 때 흡입되는 일산화탄소가 동맥 내벽을 손상시켜 동맥경화 위험을 높인다. 이미 동맥경화증으로 증상이 있는 경우에는 흡연을 하면 말초혈관이 수축돼 혈류를 더욱 저하시키고, 혈전을 만들어 심근경색증이 생기기 쉽다.
말처럼 쉽지는 않지만 담배 때문에 더욱 좁아지고 막히는 혈관을 생각한다면 반드시 금연해야 한다. 금연 1년이 지나면 심장의 동맥경화에 대한 위험성은 금연 전과 비교해 반으로 줄어든다.
◇둘, 고혈압·당뇨병을 잘 관리한다=혈압이 높은 상태가 지속되면 동맥혈관에 손상을 주어 협심증, 심근경색증을 악화시킨다. 따라서 고혈압은 증상이 없더라도 적절한 치료를 하는 것이 좋다. 예전에는 수축기 혈압이 130∼90㎜Hg이면 정상에 속했지만, 최근에는 기준이 강화돼 수축기 혈압 120㎜Hg, 이완기 혈압이 80㎜Hg을 넘지 않을 때를 정상혈압으로 본다.
당뇨병도 마찬가지다. 혈당이 높은 상태가 지속되면 남성은 동맥경화가 50% 정도, 여성은 100% 정도 많아진다.
◇셋, 적정체중을 유지한다=비만은 동맥경화증을 일으키는 것은 물론 협심증 발병률을 높이는 요소. 적정체중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 또 적정체중이더라도 뱃살이 늘지 않도록 신경 쓴다.
◇넷, 꾸준히 운동을 한다=가벼운 운동은 심장근육을 발달시키고 고혈압 예방, 나쁜 콜레스테롤인 LDL 수치를 낮추는 효과가 있다. 적어도 일주일에 3번 이상, 한 번에 30분 이상 땀이 촉촉이 날 정도의 운동을 한다. 하지만 이미 협심증이나 심근경색 등이 있다면 무리한 운동이 되지 않도록 주치의와 상의한 후에 운동을 시작하는 것이 좋다.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고 혈관에 도움이 되는 운동으로는 걷기, 조깅, 수영, 자전거 타기 등의 유산소 운동이 좋다. 운동시간은 쌀쌀한 새벽을 피하는 게 좋다. 낮은 온도에서 갑자기 무리한 운동을 하면 뇌졸중, 협심증, 심근경색 등으로 인한 돌연사 위험이 커진다. 열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심장이 더 활발히 움직이고, 혈관 역시 수축작용을 해서 혈압이 오르기 때문이다. 고혈압이나 당뇨, 고지혈증 등이 있는 경우에는 돌연사위험이 최고 14배 이상 높아진다.
◇다섯, 지나친 스트레스를 피한다=적대감이나 불안감, 과도한 경쟁심 등의 정신적인 긴장도 동맥경화의 발생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성격상 스트레스를 잘 받는다면 그때그때 효과적인 방법으로 풀어주어야 한다.
순환기 질환 사망률 (2005년 통계청 자료)
질환 | 사망자수 (명) | 사망자 (10만 명 당) |
전체 | 56,576 | 111.2 |
뇌혈관 질환 | 31,297 | 64.3 |
허혈성 심장질환 | 13,410 | 27.5 |
고혈압성 질환 | 4,539 | 9.3 |
급성 류머티스염 만성 류머티스 심장질환 | 289 | 0.6 |
기타 심장질환 | 5,878 | 12.1 |
나머지 순환기 계통 질환 | 960 | 2.0 |
송은숙 건강전문 프리랜서
도움말=을지대학병원 순환기내과 최유정 교수·영양과 여인섭 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