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팥죽 | ||
동지 하면 떠오르는 음식이 팥죽. 요즘에는 죽 전문점에서 언제든지 간편하게 사먹을 수 있어 새삼 동지라고 팥죽을 쑤는 집이 적다. 하지만 새알심이 동동 떠 있는 팥죽 한 그릇은 영양이 풍부한 별미죽이 된다.
올해는 아이들에게 나쁘다고 해서 팥죽 대신 팥떡을 해먹는다는 애동지. 우리 조상들이 동짓날이면 죽으로, 떡으로 빼놓지 않고 찾아먹은 팥이 도대체 어디에 좋은지, 죽으로 또는 떡으로 입맛에 따라 팥을 이용하는 방법, 팥과 어울리는 음식궁합에 대해 알아본다.
오곡 중에서 쌀과 콩 다음으로 많이 먹는 팥. 흔히 죽이나 떡고물을 만들 때 쓰는 잡곡으로만 생각하기 쉽지만 의외로 효능이 다양하다.
강남경희한방병원 이경섭 병원장은 “살찐 사람이 팥을 먹으면 몸이 가벼워지고, 반대로 몸이 야윈 사람이 먹으면 튼튼해지는 것이 팥”이라며 “한방에서는 팥을 ‘적소두’라고 해독, 이뇨작용이 뛰어난 약재로 쓴다. 열매인 팥 외에 꽃, 잎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뛰어난 이뇨효과=인삼에서 발견되는 항암, 성인병 예방 성분인 사포닌이 팥에도 들어 있다. 사포닌은 소변을 원활하게 배출하는 이뇨효과가 있어서 몸이 잘 붓는 경우에도 도움이 된다. 팥에 풍부한 칼륨 역시 나트륨을 분해해서 염분으로 인한 부기를 빼는 데 좋다.
△혈액순환 개선=비만이거나 만성 신장염 등으로 고생하는 경우에는 팥을 먹으면 혈액순환이 잘 된다. 술 마신 다음날의 숙취해소에도 좋고, 당뇨병에는 팥과 다시마, 호박을 함께 넣고 삶아 먹으면 좋다고 한다.
△피로회복·기억력 증진=곡류 중에서는 팥만큼 비타민 B1이 많은 식품도 드물다. 100g 중 0.56㎎ 정도 들어 있다. 비타민 B1이 부족하면 당질대사가 잘 되지 않아서 몸속에 피로물질이 잘 쌓이게 된다. 따라서 팥을 먹으면 비타민 B1 결핍으로 생기는 각기병을 예방, 치료하는 것은 물론 피로회복에 좋다.
또 비타민 B1은 신경과 관련이 깊다. “특히 정신적인 긴장이 심한 사무직 근로자나 수험생들은 비타민 B1이 부족하면 식욕부진, 수면장애, 기억력감퇴, 신경쇠약 등의 증상으로 고생하기 쉽다. 따라서 팥처럼 비타민 B1이 풍부한 식품을 가까이해야 한다”는 것이 이경섭 병원장의 조언이다.
△변비 해소·다이어트=팥에는 여러 가지 종류의 사포닌이 0.3% 정도 들어 있다. 이 사포닌 성분이 4%가량의 섬유질과 함께 장을 자극해서 대변을 잘 보게 해주는 만큼 변비, 다이어트 등에 좋은 효과가 있다. 한때 팥 삶은 물이나 가루로 다이어트를 하는 방법이 인기를 끌었을 정도다.
팥은 주로 죽이나 떡, 양갱 등 별식으로 많이 먹는다. 보통 새알심을 넣은 팥죽을 해먹는데, 전라도에서는 팥물에 칼국수를 넣어 끓인 팥칼국수를 많이 해먹는다. 떡 고물로 쓸 때는 보기 좋으라고 팥의 겉껍질을 버리고 흰 앙금만 먹으면 영양손실이 많다. 팥의 영양을 제대로 섭취하려면 팥의 겉껍질까지 모두 먹는 게 좋다.
평소에는 다른 잡곡과 함께 밥에 섞어 먹으면 좋다. 하지만 단단해서 따로 삶아 두었다 넣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한 번에 삶아서 냉동실에 넣어두고 조금씩 섞으면 간편하다.
가벼운 증상은 팥으로 다스릴 수도 있다. 예를 들어 팥에 파를 넣고 달인 물은 소변에 문제가 있을 때 좋다. 소변이 잘 나오지 않거나 방광염으로 인한 통증, 혈뇨가 있을 때는 팥 40g에 파 한 뿌리를 넣고 물을 붓고 달인다. 한번 끓어오르면 청주 1컵을 붓고 더 끓여서 즙만 따뜻하게 공복에 마시면 된다.
또 특별한 질환이 없는 데도 아침에 일어나면 얼굴이 푸석푸석할 만큼 몸이 잘 붓는 경우에는 팥 달인 물을 마시면 좋다. 팥을 씻어서 물을 붓고 푹 삶은 다음 체에 밭쳐 즙만 받는다. 그런 다음 꿀을 조금 섞어서 수시로 마시면 효과가 있다. 이와 함께 수분과 염분 섭취를 줄이는 것이 좋다.
팥으로 다이어트를 시도할 때는 팥 달인 물이나 가루를 이용한다. 팥 60g을 깨끗이 씻어서 하룻밤 정도 900㎖의 물에 불린다. 불린 팥과 물을 냄비에 담고 끓일 때는 처음에는 센 불에 끓이다가 끓기 시작하면 중불로 줄여 팥이 물러질 때까지 30분간 푹 달인다. 이때 끓으면서 생기는 거품을 걷어내야 맛이 순하다. 다 삶은 팥물을 차게 또는 따뜻하게 매끼 식전에 1컵씩 마신다. 마실 때 팥도 2작은술 정도 함께 먹으면 된다.
가루를 이용하려면 프라이팬에 팥을 중불에서 15분간 거의 새까맣게 탈 정도까지 볶는다. 그런 다음 가루 내어 밀폐용기에 담아서 냉장고에 보관해두고 먹는다. 매끼 식전에 3작은술씩 뜨거운 물에 타서 차처럼 마신다. 하지만 장이 약할 때는 설사를 할 수 있으므로 상태를 보고, 양과 횟수를 조절하면 된다.
이외에도 자면서 땀을 많이 흘리는 사람이라면 베개 속 재료로 팥을 넣고 자도 좋다. 팥이 열을 내려주는 작용을 한다.
송은숙 건강전문 프리랜서
도움말=경희대 강남경희한방병원 이경섭 병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