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담 들었을 때 바로 풀어주지 않으면 통증 외에도 어지럼증 귀울림 등을 유발한다. | ||
특히 요즘처럼 날씨가 춥거나 스트레스, 과로 등이 쌓여 있는 경우, 평소 운동부족인 경우에는 담 결림이 더 생기기 쉬운 만큼 주의가 요망된다.
‘담(痰)’하면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병을 일으키는 건강하지 못한 진액이나 체액을 말하는 한방의 개념. 어느 한 군데에 머물러 있는 게 아니라 이곳 저곳으로 옮겨 다니며 여러 가지 괴로운 증상을 만들어 낸다. 심한 통증뿐만 아니라 어지럼증, 귀울림 같은 증상을 동반하기도 한다. 그래서 병이 열이면 아홉은 담이 원인이라는 뜻에서 ‘십병구담’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흔히 우리가 ‘담이 결린다’고 할 때는 양방의 근막통증증후군과 비슷하다. 우리가 걷고 뛰고 움직이는 모든 활동은 뼈에 달라붙어 있는 근육이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면서 이루어진다. 만약 근육을 무리하게 사용하면 근육을 구성하고 있는 근섬유가 손상, 젖산이 과다하게 축적돼 혈액순환 장애 증상이 나타난다. 이때 충분한 휴식과 영양공급을 해주지 않으면 피로한 근육이 문제를 일으켜 결국 담을 유발하게 되는 것이다. 특정부위가 뻣뻣해지면서 통증이 생기는데, 이것을 그대로 두면 주변으로 퍼지게 된다.
평소 오랜 시간 한 근육이나 근육군만을 사용하는 자세나 무리한 운동, 교통사고 후유증 등으로 인한 급성 또는 만성적인 과부하가 근막통증증후군의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잘못된 자세=의자에 삐딱하게 앉아 있거나 책상의 높이가 맞지 않는 경우, 항상 가방을 어느 한쪽 어깨에만 매는 경우, 전화기를 목에 끼고 받는 경우, 목을 앞으로 빼고 어깨를 앞으로 구부정하게 하는 자세를 취하는 경우, 잠자는 자세가 나쁜 경우, 지갑을 한쪽 뒷주머니에만 넣는 경우, 극장에서 맨 앞자리에 앉아 계속 위를 올려보는 경우, 물건을 들 때 허리를 숙여서 허리에만 힘을 주는 경우 등이다.
△무리한 운동=평소 운동을 하지 않거나 가벼운 운동만 하다가 갑자기 무리한 운동을 하는 경우. 운동뿐만 아니라 일상생활, 업무에서도 갑자기 무리를 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체형의 구조적인 부조화=팔, 다리 길이 또는 골반의 크기가 다른 경우, 골반이 틀어진 경우 등이 있다.
△척추의 변형=척추 주위의 근육이 정상과는 다른 정도의 힘을 받게 된다.
△기타=지나친 스트레스도 한 원인이다. 경희대 강남경희한방병원 뇌·신경센터 김용석 교수는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몸에 긴장을 유발시킨다. 또 요즘처럼 날씨가 춥거나 과로, 영양부족 등이 있어도 증상이 더욱 오래 간다”고 밝혔다.
담 결림 또는 근막통증증후군을 치료하지 않고 두면 점차 만성이 돼서 통증이 자주, 오래 나타나고 여러 부위에 퍼져 괴롭다. 통증과 함께 수면장애, 피로, 짜증 등이 생기고 심하면 의욕 저하, 우울증 등을 보일 수도 있는 만큼 그때그때 잘 풀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갑자기 담이 들어 불편할 때는 어떻게 다스려야 할까. “가정에서 손쉽게 담을 없애려면 핫팩으로 20~30분 정도 따뜻한 찜질을 해서 해당 부위의 근육을 이완시킨 후에 스트레칭을 해주면 효과적”이라는 것이 김용석 교수의 조언이다.
아픈 부위를 직접 지압해주는 것도 좋다. 아픈 증상별 지압 부위는 다음과 같다.
△뒷목이 뻣뻣하다, 머리에 띠를 두른 것처럼 아프다
풍지혈-목 뒤쪽에 머리카락이 나는 부분에 승모근이라는 2개의 굵은 근육의 양 바깥쪽에서 약간 떨어져서 오목하게 들어간 부분에 있다. 손가락으로 이곳을 주무르면 귀 뒤쪽에서 머리 양쪽에 걸쳐서 통증이 전해진다.
△자고 일어났는데 목이 잘 안 돌아가고 고개를 숙이기조차 힘들다
견중수혈-우선 머리를 낮게 내린다. 그 상태에서 목 뒤쪽의 중앙에서 아래로 향하여 더듬어 가면 가장 돌출된 척추뼈(제7경추)에 이르게 된다. 그 아래 부분에 오목하게 들어간 부분에서 옆으로 손가락 2~3개 정도 어깨 쪽에서 더듬어가 보면 이 경혈을 찾을 수 있다. 풍지혈도 함께 지압해 준다.
▲ 김용석 교수의 담 치료 모습. | ||
견정혈-유두를 맨 아래에서 더듬은 선상에서, 뒷목 부분과 어깨 끝 부분과의 한 가운데에 있다. 이곳을 압박하면 통증이 느껴진다.
△음식을 씹을 때 힘들고, 입이 잘 안 벌어진다
대영혈-아래턱의 모서리에서 아래의 가장자리 앞쪽으로 가면 오목한 부분이 있다. 대영은 이 뼈의 오목한 부분 중앙에 있고 여기에 손가락을 넣으면 동맥이 닿는다. 이것을 누르면 아랫니 전체에 통증이 느껴진다.
협거혈-귓불 바로 아래에 아래턱의 뼈 뒤 가장자리에 있다. 이 가장자리를 세로로 더듬어서 내려가면 아래턱뼈의 모서리가 있다. 그 모서리와 귓불 아래의 거의 한가운데에 있는 경혈이다.
△밤에 다리에 쥐가 잘 난다
승근혈-엎드렸을 때 종아리가 부어오른 곳으로 무릎 뒤쪽과 발꿈치를 연결한 선상에 있다. 무릎 뒤쪽 중앙에 있는 위중 경혈보다는 손가락 5마디만큼 아래로 내려간 곳이다.
승산혈-엎드려서 발뒤꿈치에 있는 아킬레스건을 따라서 종아리의 중앙으로 향하여 더듬어 간다. 힘줄이 부드러운 근육으로 변하는 경계선에 옆으로 움직이는 딱딱한 힘줄이 느껴지는 곳이 승산이다. 이곳을 강하게 손가락으로 누르면 통증이 느껴진다.
△물건을 줍다가 허리를 삐끗했다
지실혈-좌우 늑골의 가장 아래 끝을 연결한 선과 척추와 교차하는 곳이 제2요추다. 지실은 이 제2요추에서 좌우로 손가락 4마디만큼 바깥쪽에 있다. 신수에서는 손가락 2마디만큼 바깥쪽에 있다.
신수혈-옆구리 가장 아래에 있는 늑골의 끝부분과 같은 높이에 있는 척추가 제2요추이다. 제2요추 양쪽으로 손가락 2마디만큼 떨어진 곳이 신수.
대장수혈-제4요추에서 바깥쪽으로 손가락 2마디 떨어진 곳에 있다. 허리의 좌우에 있는 큰 장골의 가장 윗부분을 연결한 선을 기준으로 하여 제4요추를 찾으면 쉽다.
△옆구리가 결린다
양릉천혈-바깥쪽 복숭아뼈에서 무릎으로 향하여 맨 위로 만지면서 올라가면 무릎 아래에 비골소두라는 작고 둥근 뼈의 융기가 있다. 그 앞의 바로 아래에 양릉천이 있다.
지구혈-손등 쪽 손목의 정 가운데에서 위로, 2~5번째 손가락의 넓이를 합친 것만큼 위로 올라가면 지구혈이다.
근육의 뭉침을 풀어주는 데 좋은 건강차도 있다. 바로 모과차인데, 모과에 함박꽃 뿌리와 감초를 약간 넣고 달여 마시면 효과가 훨씬 좋다. 약간 비만하고 열이 많은 사람은 해열작용과 근육피로를 풀어주는 칡뿌리를 진하게 달여서 마신다. 또 혈압이 낮고 몸이 찬 사람이라면 생강에 파뿌리를 조금 넣어 달여 마시면 좋다.
하지만 담이 심하게 결릴 때는 그대로 두지 말고 병원을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 대부분 물리치료 또는 침이나 부항 등의 한방요법으로 좋은 효과가 있다.
담 결림을 예방하려면 평소 바른 자세를 취해 몸의 근육이 균형을 이루도록 하고, 운동을 할 때는 반드시 준비운동을 해야 근육손상을 막을 수 있다. 또 운동 후에 담이 결리는 증상을 보일 때는 통증 부위의 근육을 사용하지 말고 찜질을 하거나 파스를 붙인다. 이렇게 해도 증상이 1주일 이상 갈 때는 병원에 가본다.
잘 때 적당한 높이의 베개를 사용하는 것도 중요하다. 약손가락 두 마디 높이 정도의 낮은 베개를 깊숙이 베고 자면 좋다. 옆으로 누워 잘 때는 어깨와 목 사이의 공간을 채워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다.
송은숙 건강전문 프리랜서
도움말=경희대 강남경희한방병원 뇌·신경센터 김용석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