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아토피 피부염으로 진료를 받은 20대 환자가 2002년 9만 7858명에서 2005년에는 25.4% 늘어난 12만 2673명에 달했다. 30대 역시 25.5% 증가한 7만 2209명이었으며, 40대는 18%가 늘어난 4만 4300명으로 드러났다.
증상이 심한 경우에는 참기 힘든 가려움증은 물론 사회생활의 어려움으로 인한 성격장애, 우울증까지 부르는 것이 아토피 피부염. 실제로 몇 개월 전, 남녀 대학생이 아토피 피부염을 비관해 목숨을 끊는 사고도 잇따랐다.
심한 아토피 증상으로 밤이면 손에 양말을 끼고 자야 하는 30대 중반의 직장인 H 씨. 지난해에 결혼해 아내가 아기를 가졌지만 출산예정인 3월이 다가올수록 걱정이 태산이다. 뱃속 아기가 자신처럼 아토피 피부염으로 고생하면 어쩌나 하는 생각만 하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결혼한 지 3년째인 K 씨 부부도 아토피와 전쟁 중이다. 아내의 아토피가 심해서 사람 만나는 것을 꺼리더니 요즘은 우울증까지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하루아침에 좋아지는 질환이 아니다 보니 아토피로 인한 괴로움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성인 아토피 피부염 환자의 40~50%는 알레르기성 천식과 비염이 함께 나타나 더욱 고역이다. 그래서 이런저런 방법에 매달려 보지만 효과가 없거나 오히려 심해지는 경우도 있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지긋지긋한 아토피에서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아토피에 관한 상식들의 허와 실부터 알아보자.
아토피 하면 단순히 피부에 나타나는 알레르기 질환으로만 생각하기 쉽지만 스트레스가 크게 작용한다. 성인의 경우 취업이나 이직 등 심한 스트레스를 받을 때 아토피 증상이 더욱 심해진다. 따라서 평소 요가나 명상 등 스트레스를 잘 해소하는 자신만의 방법을 찾는 게 좋다.
어린이도 마찬가지. 많게는 5명 중 1명의 어린이가 아토피로 고생하는데, 가려워서 밤이면 깊은 잠을 자지 못하다 보면 학교에서 자주 졸음이 쏟아지고 신경이 예민해진다. 거기다 친구들이 얼굴이나 몸에 딱지가 앉고 딱딱해진 피부를 보고 놀리거나 옮는다고 놀아주지 않으면 학교에 가지 않으려고 하는 등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는다. 이럴 때면 아토피가 악화되기 쉽다.
'잘 관리해서 좋아졌다가도 초등학교 고학년, 중학생이 돼서 시험기간만 되면 전신 반응이 일어나고, 악화되는 경우가 많다. 또 부모나 친구와 갈등을 겪을 때도 증상이 심해진다'는 것이 서울백병원 소아과 김우경 교수의 설명이다.
이런 경우에는 아이들이 피부 때문에 자신감을 잃고 내성적인 성격이 되지 않도록 가족이 잘 배려해야 한다. 그렇다고 과보호는 금물이다. 아이들에게 짜증을 내지 않고 자신감을 불어넣는 말로 정서적인 안정을 찾도록 해주고, 금방 낫지는 않지만 주의하면 치료된다는 믿음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 또 아이에게 아토피 피부염이 전염병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려주고, 아이 스스로 학교 친구들에게 어떤 식으로 이야기해야 할지에 대해 도움말을 준다. 증상이 심한 아이라면 학교 선생님에게도 미리 이야기를 해둔다.
아토피 치료에 쓰는 연고는 스테로이드 성분이 들어간 것이 대부분. 간혹 증상이 심한데도 스테로이드 연고는 부작용이 많다며 바르지 않는 경우도 있다. 전문가들은 아토피 피부염이 급성 악화되었을 때는 2주 이하로 단기간 스테로이드제를 사용하는 것은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말한다.
하지만 장기간 스테로이드제 성분이 들어간 치료제에 의존하는 것은 금물이다. 치료효과는 빠르지만 스테로이드제를 오래 쓰면 모세혈관 확장, 전신 흡수를 통한 성장장애 등의 부작용이 우려되고 내성이 생겨 치료효과가 떨어지는 것으로 보고돼 있다.
최근에는 FDA의 승인을 받은 엘리델 크림 같은 비스테로이드 연고도 나와 있다. 중앙대병원 피부과 서성준 교수는 “초기나 급성 이후 재발 방지를 위해 피부가 약한 유아, 어린이는 물론 성인 아토피에도 보다 안전하게 쓸 수 있다”고 밝혔다.
아토피로 병원을 찾았을 때 처방해주는 항히스타민제도 마찬가지. 먹는 피부약을 먹으면 키가 자라지 않는다고 해서 거부하는 경우가 있는데, 항히스타민제는 가려움증을 없애 잠을 잘 자도록 해준다. 아이가 푹 자지 못하면 성장호르몬이 분비되지 못해 오히려 키가 잘 자라지 않는다.
아토피가 심한 경우에는 면역억제제나 생체 반응 조절제를 쓰는 방법도 있다. 한 가지, 주위에서 아토피에 좋다고 하는 말만 믿고 성분이 정확하지 않은 크림, 로션 등을 바르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
아이들이 아토피로 고생하면 알레르기를 유발할 위험이 큰 육류나 우유, 달걀 등의 섭취를 제한하고 채식을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성장을 해야 하는 시기에 단백질이 부족하면 성장발달이 느려진다. 실제로 아토피로 병원을 찾는 아이들의 경우 신장이나 체중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물론 등푸른생선이나 우유, 달걀, 콩, 견과류 등으로 인해 아토피가 악화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모두 그런 것은 아닌 만큼 식품을 제한하기 전에 알레르겐 검사를 먼저 해보는 것이 좋다. 특정 식품에 알레르기를 보이더라도 평생 그런 것이 아니라 성장하면서 그 식품에 대한 면역이 생기면 먹어도 문제가 없다.
예를 들어 대두에 알레르기를 보이는 아이인데도 불구하고 아토피가 있다고 해서 무조건 우유 대신 두유를 먹인다면 증상이 좋아질 리 없다. 또 아이에게 너무 많은 식품을 제한하면 먹고 싶은 것을 먹지 못하는 데서 생기는 스트레스가 많아서 해가 된다.
물론 평소 비타민, 미네랄이 풍부한 채소와 과일을 충분히 섭취하고 과자나 청량음료 등 첨가물이 많이 들어간 간식보다는 고구마, 감자, 과일 등을 먹는 게 좋다. 하루 8컵 정도의 충분한 수분 섭취도 필요하다.
유산균이 아토피 개선에 좋다는 연구도 나와 있다. 강남성모병원 연구팀은 최근 김치에 들어있는 유산균이 아토피를 개선시킨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김치에서 얻은 네 가지 유산균주를 2개월간 아토피 환자 50명에게 투여한 결과, 아토피 피부염의 증상 정도를 나타내는 ‘EASI’ 지수가 유산균 투여 전 평균 10.5에서 2주 만에 8.04로 낮아졌다. 4주 후에는 6.64, 8주 후에는 5.65로 더욱 낮아졌다고 한다.
만약 엄마나 아빠 중에 아토피가 있는 경우라면 아이에게 모유를 6개월 이상, 가능하면 1년 정도 먹이는 게 좋다. 서성준 교수는 “알레르기 질환이 있는 산모에서 태어난 아이 중에 3개월 미만으로 모유를 먹은 아이와 6개월 이상 먹은 아이를 비교 분석했더니 6개월 이상 먹는 아이에서 알레르기질환이 발생이 적었다”며 “만약 모유가 부족하면 완전가수분해 분유인 저알레르기 분유를 함께 먹여도 좋다”고 조언했다.
사실 아토피 환자의 절반 정도는 뚜렷한 알레르기 원인물질을 모른다. 식품 외에도 집먼지 진드기, 곰팡이, 꽃가루 등의 다양한 원인으로 생기는 만큼 먹는 것에 주의를 해도 좋아지지 않는 경우가 있다. 특히 아이들의 아토피는 음식으로 인한 경우가 많고, 성장기 이후에 나타나는 아토피는 집먼지 진드기, 곰팡이, 꽃가루 등의 환경적인 원인이 크게 작용한다. 애완동물도 털에 붙은 여러 가지 이물질을 옮기는 만큼 키우지 않는 것이 낫다.
땀을 많이 흘려도 증상이 심해지므로 더운 곳을 피하고 실내 난방 온도를 너무 높이지 않는다. 실내 온도는 20℃, 습도는 50~60%가 적당하다. 가습기를 틀어서 습도를 조절할 때는 가습기 배출구가 피부에 직접 닿지 않도록 한다. 온풍기 열기 역시 바로 쐬지 않도록 한다.
온도의 급격한 변화도 가려움증을 유발한다. 겨울에 추운 바깥에서 따뜻한 실내로 들어올 때 심한 가려움증을 느끼는 것은 이 때문이다. 따라서 외출할 때는 보온에 신경을 써서 급격한 실내외 기온차를 느끼지 않도록 한다.
겨울철 옷은 거칠고 따끔거리는 소재가 많은 편. 꼭 끼는 옷도 많이 입는다. 아토피가 있다면 이런 옷을 피하고 면 소재의 헐렁한 옷을 여러 겹 입는 게 피부에 좋다. 특히 속옷만은 면 소재로 된 것이 좋다. 먼지나 집먼지진드기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인다면 여름철처럼 땀을 많이 흘리지 않더라도 이불이나 베개커버 등을 자주 세탁하는 게 좋다. 이때 옷이나 이불에 남아있는 세탁 합성세제가 피부를 자극하지 않도록 충분히 헹군다. 드라이클리닝을 한 옷도 화학성분이 남아 있으므로 하루 정도 베란다에 걸어놓은 후에 입는다.
또 오리털이나 양모 소재의 이불은 삼가는 게 좋고, 이런 이불은 반드시 면 소재의 커버를 씌워서 쓴다.
목욕과 목욕 후의 보습도 중요하다. 잦은 샤워보다는 욕조에 미지근한 물(물의 온도는 체온보다 1~2℃ 높은 38~39℃가 적당하다)을 받아서 15~20분 정도 몸을 담근 채 씻는 게 좋다. 너무 뜨거운 물로 씻으면 피부의 유분과 수분이 달아나 더욱 건조해진다. 횟수는 1주일에 1~2회 정도면 된다. 비누는 아토피용으로 사용하되, 겨드랑이나 사타구니 등 땀이 많이 나는 부위에만 가볍게 비누칠을 한다.
목욕 후 물기를 닦을 때는 타월로 세게 문지르지 말고 가볍게 두드리듯이 닦아낸 다음 3분 이내에 보습용 크림이나 연고를 바른다. 스테로이드 연고도 이때 발라준다. 보습제는 굳이 목욕 직후가 아니더라도 피부가 건조하다 싶을 때 자주 발라주는 습관을 들인다.
온천욕을 할 때는 산성온천보다는 알칼리 온천수가 무난하다. 산성온천은 입욕을 할 때는 시원해도 피부를 자극해 증상이 심해질 수 있다. 또 한번에 장시간 몸을 담그기보다는 짧게 여러 번 하는 것이 낫다.
자는 동안 자신도 모르게 긁어서 흉터가 남는다면 손톱을 항상 짧게 자르고, 그래도 안 되면 장갑 등을 끼고 자는 것이 좋다. 손톱으로 박박 긁으면 피부가 손상을 받고 회복되는 과정에서 피부가 두꺼워지는 ‘태선’이 생긴다. 태선화가 진행되면 보기에 안 좋은 것은 물론 만성 가려움증의 원인이 된다.
또 아토피 증상이나 다른 일 등으로 심한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게 좋고, 좋아하는 취미생활이나 운동 등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도록 한다.
송은숙 건강전문 프리랜서
도움말=서울백병원 소아과 김우경 교수, 중앙대병원 피부과 서성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