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인들도 마찬가지다. 우울증으로 인해 배우자, 자녀 등과 함께 극단적인 방법으로 자살을 하는 경우가 종종 보도되기도 한다. 더구나 요즘에는 보통 중년 이후에 우울증이 많이 발병하던 예전과 달리 취업, 경제난 등으로 20~30대 젊은 층의 우울증이 늘었고 10대도 예외는 아니다.
흔히 우울증을 ‘마음의 감기’라고 표현한다. 감기처럼 누구나 걸릴 수 있다는 점에서는 감기와 비슷하지만, 결코 감기처럼 가볍게 봐서는 안 된다. 마음먹기에 따라 지옥도 얼마든지 천국이 될 수 있다지만 우울증이 있으면 천국도 지옥으로 여겨진다. 그래서 심한 경우에는 소중한 목숨을 포기하는 이들이 생겨난다.
자살은 우리나라 국민 사망원인 중 4위를 차지, 2005년의 경우 1만 2000명을 죽음으로 이끈 주범. 자살의 80%가 우울증으로 인한 것이라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심한 우울증을 앓는 사람 중 15%가 자살에 의해 사망하고, 55세 이상인 우울증 환자에서는 사망률이 일반인에 비해 4배 이상 높다는 보고도 있다. 특히 심장병이나 당뇨, 고혈압, 신장병 등의 만성적인 신체질환이 있는 경우에는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우울증이 생기기 쉽고, 자살의 위험도 더 높아진다.
통계를 보면 남성보다는 여성에게 우울증이 더 많이 발생한다. 주부 우울증이라면 자칫 자녀에게까지 심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노인우울증이 있으면 치매에 걸릴 확률이 4배나 높다. 뇌세포의 활동이 저하되면서 신경전달물질들이 고갈돼 뇌세포를 빨리 파괴시키기 때문이다. 노인우울증은 노년에 배우자와 사별하거나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는 경우 외에 고혈압·뇌졸중·관상동맥질환 등을 앓은 가족이 있는 경우, 뇌경색·뇌출혈 등의 뇌혈관성 질환의 후유증으로 찾아오기도 한다.
한 가지, 흔히 집중력을 높여준다고 해서 ‘공부 잘하는 약’으로 통하는 ADHD(주의력 결핍과 과잉행동장애) 치료제를 오남용하면 우울증의 위험이 있다. 원래 ADHD 질환 치료에 쓰이는 약이지만 최근 서울 강남권, 일부 신도시 학생들 사이에서 성적을 올리기 위해 오남용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일시적으로 효과를 보더라도 약을 끊을 경우, 반작용으로 오히려 산만해지고 우울 초조 불안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살다 보면 어디 우울한 일이 한두 가지랴. 회사에서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 가까운 사람과의 관계가 불편해질 때 등 정도 차이는 있지만 직장 가족 사람 돈 문제로 우울해지는 상황이 하루에도 몇 번씩 벌어지기 마련이다. 이럴 때 느끼는 우울한 감정이 모두 우울증은 아니고 우울한 기분이 오랫동안 지속되거나 우울증에 수반되는 신체적, 정신적 증상들이 나타난다면 상담을 받아볼 필요가 있다.
우울증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들은 대부분 특별한 이유 없이 피곤하고 만사가 귀찮아서 의욕도, 흥미도 없다고 호소한다. 집중력이나 사고능력이 떨어져 우유부단해지고 업무처리 능력에도 문제가 생긴다. 불면증, 가수면 등이 있어서 잠을 푹 자지도 못하거나 반대로 너무 많이 자기도 한다. 또 갑자기 체중이나 식욕이 많이 감소하거나 반대로 증가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증상이 2주 이상 지속되면 우울증이 아닌지 봐야 한다. 을지대학병원 정신과 이창화 교수는 “우울증 진단을 받더라도 적절한 치료를 하면 환자의 80% 이상이 호전된다”며 “무엇보다 빠른 상담과 치료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치료가 필요한 경우에는 약물치료뿐만 아니라 상담을 통해 원인이 되는 부분에 대해 공감하고 일상생활에서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배우는 정신치료, 인지행동 치료를 병행하게 된다. 우울증이 좋아지더라도 스트레스를 받는 환경이 개선되지 않고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해소할 방법이 없으면 재발률이 높기 때문이다. 스트레스를 줄이는 데는 좋아하는 취미생활을 꾸준히 하거나 힘든 일이 있을 때 혼자 끙끙대기보다는 믿을 만한 사람과 상의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
충분한 수면과 함께 운동도 우울증 치료와 예방에 도움을 준다. 신진대사가 원활해지고 각종 호르몬이 잘 분비되기 때문이다. 특별히 하는 운동이 없다면 1주일에 3일 이상 1시간 정도 걷는 것으로 운동을 시작해 본다.
우울증이 의심되지만 병원을 찾기 꺼려진다면 먼저 전문 상담기관을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우울증에 시달리거나 자살 충동을 느낄 때 상담을 해주는 곳으로는 희망의 전화 ‘129’,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생명의 전화 1588-9191 등을 활용하면 24시간 언제라도 상담이 가능하다.
인터넷으로 상담을 하고 싶을 때는 서울시가 운영하고 있는 광역·지역정신보건센터 'www.suicide.or.kr', 자살예방협회'www.counselling.or.kr'를 찾으면 된다. 광역·지역정신보건센터의 경우 정신보건사회복지사나 정신보건간호사 등의 정신보건전문요원 관련 상담전문가가 우울증 등 각종 정신문제를 상담하고 사회복귀를 돕는 프로그램까지 운영하고 있다. 경우에 따라 상담자의 집을 직접 방문해 정신건강 상태를 진단하고 병원 입원과 치료를 도와주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만약 가족이나 친구, 직장동료 등 주변에 우울증을 보이는 사람이 있다면 이야기를 성의 있게 들어주는 등 조금만 신경을 써도 극복하는 데 많은 힘이 된다. 우울증이 심한 사람이라면 자살과 관련한 어떤 암시를 하는지 주의해야 한다.
송은숙 건강전문 프리랜서
도움말=을지대학병원 정신과 이창화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