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욕실과 같은 집안 청소뿐 아니라 과일이나 채소를 씻을 때도 베이킹 소다가 도움이 된다. 사진제공=웅진 | ||
우리가 매일 쓰는 세제가 몇 가지나 될까. 그릇을 씻는 주방 세제를 비롯해 욕실에서 쓰는 비누, 치약, 가루비누, 섬유유연제 등은 기본이고 곰팡이 제거제나 습기를 제거하는 제습제, 냄새를 없애는 탈취제까지 용도별로 다양하다.
하지만 알고 보면 석유 화학물질인 계면활성제가 들어간 합성세제가 대부분이다. 많이 사용할수록 피부에 자극이 되고, 환경에도 나쁘기 마련이다. 또 곰팡이 제거제처럼 쓰고 난 뒤에 환기를 충분히 하지 않으면 두통, 메스꺼움 등을 일으키는 것도 있다. 반면 100% 천연 성분인 베이킹 소다를 활용하면 이런 걱정이 전혀 없으면서도 효과는 뛰어나다.
베이킹 소다(baking soda, 중조)의 화학명은 탄산수소나트륨. 조금 생소하게 들리지만 빵이나 과자, 케이크 등을 만들 때 많이 쓰인다. 우유나 요구르트, 버터 등의 산성 재료와 섞일 때 이산화탄소가 거품을 내서 부풀어 오르는 성질 때문에 팽창제로 들어간다. 추억의 ‘뽑기’과자를 만들 때 넣는 흰 가루도 바로 베이킹 소다다.
그런데 베이킹 소다가 산과 섞이면서 이산화탄소 기포가 터질 때 생기는 미세한 초음파를 활용하면 청소가 힘든 배수 파이프 속이나 타일의 줄눈 부분 등의 찌든 때를 깨끗하게 제거할 수 있다는 사실!
여기에는 베이킹 소다의 연마작용, 중화작용도 영향을 미친다. 베이킹 소다에 물을 조금 섞으면 결정의 모서리가 부드러워져서 연마하는 물품의 표면에 상처를 입히지 않고 오염된 부분만 녹여서 제거된다. 또 보통 기름때나 심한 오염은 산성 물질로 약알칼리성인 베이킹 소다에 의해서 중화되는데, 중화되면 수용성으로 성질이 변해 물걸레질만으로 잘 닦인다. 벌레에 물렸을 때는 통증, 가려움증의 원인이 되는 산을 중화시켜 증상을 개선시키기도 한다.
불쾌한 냄새도 화학적으로 중화시킨다. 방향제가 더 강한 향으로 불쾌한 냄새를 느끼지 못하도록 하는 것과 달리 베이킹 소다는 냄새 자체를 흡수해서 제거한다. 집안을 퀴퀴하게 만드는 음식물 쓰레기 냄새나 생선 비린내, 담배 냄새, 소변 냄새 등은 물론 몸에서 나는 입 냄새, 겨드랑이 냄새도 모두 베이킹 소다로 말끔하게 없앨 수 있다.
베이킹 소다는 소다, 탄산수소나트륨, 식소다 등의 다양한 이름으로 약국, 슈퍼, 대형마트, 인터넷 쇼핑몰 등에서 구입이 가능하다. 베이킹 소다를 요리나 청소, 입욕제 등으로 두루 활용할 때는 식용 소다가 무난하다. 약용은 병원에서 화상 부위를 씻거나 소화제 등의 용도로 사용된다. 공업용은 순도가 떨어져 요리, 입욕제 등으로는 적합지 않고 청소할 때만 쓰는 게 좋다.
베이킹 소다는 값이 저렴하기도 하거니와 여러 번 활용할 수 있어서 더욱 경제적이다. 예를 들어 베이킹 소다를 푼 물로 과일을 씻은 후에 버리지 않고 싱크대 마개, 배수구를 청소하면 되고, 욕조에 베이킹 소다를 풀어 목욕을 한 후에는 목욕물로 욕조, 세면대, 변기, 배수구 청소를 하면 깨끗해진다.
<소다의 지혜>(웅진지식하우스 출간)를 통해 봄맞이 대청소에 활용할 만한 간편 베이킹 소다 활용법을 소개한다.
◇ 주방=싱크대뿐만 아니라 지저분해진 스테인리스 제품은 베이킹 소다로 청소하면 때가 아주 잘 닦인다. 베이킹 소다 가루를 싱크대에 뿌리고 물을 조금 적신 부드러운 스펀지, 수세미 등으로 닦아준다. 스테인리스 주전자나 태운 냄비라면 베이킹 소다에 물을 조금씩 부어 걸쭉하게 만든 ‘소다 페이스트’를 만들어서 닦는다.
기름때가 잔뜩 끼고 비린내가 밴 생선 그릴도 베이킹 소다 가루를 듬뿍 뿌려두었다가 물로 씻어내면 된다. 평소에 생선 그릴의 물받이에 베이킹 소다 가루를 뿌려놓거나 소다수를 담아두면 비린내 제거 효과가 확실하다. 먼지와 세균이 득실대는 배기 후드도 베이킹 소다 가루를 뿌려두었다 씻어낸다.
싱크대 배수구, 음식물 쓰레기통에 베이킹 소다 가루를 뿌리면 음식 찌꺼기의 부패를 막고 냄새를 없앨 수 있어서 좋다. 또 잠자기 전이나 외출 전에 배수구에 베이킹 소다가루를 뿌려두면 파이프 속의 때나 냄새를 분해한다. 김치를 담아뒀던 통에 밴 냄새를 없앨 때도 베이킹 소다를 푼 물을 반나절 이상 넣어두면 냄새가 한결 덜하다.
도마를 깨끗하게 쓰고 싶을 때는 소다 페이스트로 닦은 뒤에 물로 헹군다. 지저분해진 행주를 삶을 때 ‘소다수’를 조금 넣으면 새것처럼 된다. 소다수는 물 1컵에 베이킹 소다 2~3작은술을 넣어 4% 농도 정도로 녹여서 만든다. 이것을 분무기에 담아 사용하면 간편하다.
한 가지, 냉장고에 넣는 냄새 제거제 대신 소다 1~2컵을 종이봉투에 담아두면 좋다. 1~3개월이 지나면 새 소다로 바꾸어 준다. 방이나 욕실에 방습제 대신 활용하면 좋고, 특히 습기가 많이 차는 장마철에 유용한 방법이다.
◇ 욕실=도자기로 된 세면대는 베이킹 소다 가루를 세면대에 뿌리고 물기가 약간 묻은 부드러운 스펀지 등으로 닦으면 깨끗해진다. 물때가 낀 수도꼭지 주변은 휴지에 식초를 묻혀서 30분~2시간 정도 또는 하룻밤 두었다가 베이킹 소다 가루를 뿌리고 싹싹 닦아준다.
욕실 배수구에는 매일 소다수를 흘려보내면 냄새가 나지 않아서 좋다. 이때 옷이나 냉장고에 탈취 용도로 넣어둔 베이킹 소다를 재활용하면 경제적이다. 변기를 청소할 때는 2~3일에 한 번씩 베이킹 소다 가루를 뿌려서 솔로 꼼꼼하게 닦으면 된다.
◇ 창문=물에 적신 스펀지에 베이킹 소다를 약간 뿌리고 창문을 닦으면 간단하게 반짝반짝해진다. 새시에 낀 때도 물에 적신 솔에 베이킹 소다를 적당량 발라서 문지른다. 그런 다음 물걸레로 닦아 내거나 흐르는 물로 헹군다. 블라인드는 분리해서 베이킹 소다 ¾ 컵을 푼 욕조에 30분간 담가 놓았다가 솔로 문질러 씻는다. 블라인드 코드는 직접 베이킹 소다를 뿌리고 손으로 문지르면 깨끗해진다.
◇ 신발장=종이컵에 소다를 담아 신발장에 넣어두면 퀴퀴한 냄새와 습기가 사라진다. 신발에도 부드러운 천이나 헌 양말 등에 소다 가루를 반 컵 정도 싸서 넣어두면 냄새 제거에 좋다. 겨울에 신고 철 지난 가죽 부츠를 손질할 때도 베이킹 소다로 만든 ‘소다 페이스트’를 천에 묻혀 부드럽게, 가죽에 흠집이 나지 않게 조심스럽게 닦아내면 OK!
◇ 카펫·러그=때가 탄 카펫·러그바닥에 깔아놓은 카펫, 러그에서 냄새가 나거나 때가 탔을 때도 베이킹 소다로 간편하게 해결할 수 있다. 베이킹 소다 가루를 넓게 뿌린 다음 진공청소기로 빨아들이면 된다. 이때 소다 가루에 페퍼민트나 레몬 에센스 오일을 섞으면 개미, 진드기 퇴치에도 도움이 된다.
◇ 낙서·얼룩=아이들이 있는 집이라면 아무 곳에나 하는 낙서도 골칫거리. 실크 벽지 위에 크레파스 낙서가 생겼다면 물에 적신 부드러운 스펀지에 베이킹 소다 가루를 뿌려 닦으면 된다. 바닥에 묻은 낙서나 얼룩, 때는 소다 페이스트를 바르면 중화되어 잘 지워진다. 그래도 안 지워진 것은 식초를 2~3배의 물로 희석한 ‘식초수’를 뿌려서 다시 닦는다.
또 화초를 많이 기르는 집이라면 소다수를 묻힌 부드러운 천으로 화초의 잎에 낀 먼지를 닦아내면 반짝반짝 윤기가 나서 훨씬 보기 좋다.
집안 곳곳의 묵은 때, 냄새, 습기를 제거하는 것 외에도 권할 만한 베이킹 소다 활용법 하나 더! 바로 목욕물에 넣는 입욕제로 사용하는 방법이다. 베이킹 소다를 물에 넣으면 칼슘, 마그네슘과 같은 금속 이온을 흡착해 물을 부드럽게 만드는 연수작용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목욕물에 베이킹 소다를 넣으면 피부가 따끔거리지 않고 온천물처럼 부드러워서 좋다. 베이킹 소다의 탄산효과 때문에 혈액순환이 더욱 촉진되고, 보습효과도 있다.
<소다의 지혜>를 번역한 신금순 씨. 자신이 주부의 입장에서 베이킹 소다를 생활에 직접 활용하면서 효과를 직접 체험할 수 있었다.
“아토피가 있는 큰아이의 목욕물에 베이킹 소다를 넣은 지 3개월 정도 됐는데, 가렵다고 긁는 횟수가 한결 줄었어요. 이제는 아이가 먼저 베이킹 소다를 넣더라고요.”
그래서 요즘은 부엌, 욕실에 늘 베이킹 소다를 마련해 둔다고. “채소, 과일을 씻을 때는 물론 실수로 태운 냄비를 감쪽같이 닦아놓을 때도 여러 가지 방법을 써봤지만 베이킹 소다만 한 게 없다”는 게 신씨의 귀띔이다.
베이킹 소다를 입욕제로 쓰려면 목욕물을 받은 욕조에 베이킹 소다를 1~2컵 넣기만 하면 된다. 이때 스트레스 해소에 좋은 라벤더 에센스 오일, 숙면효과가 있는 라벤사라 에센스 오일처럼 천연 오일을 몇 방울 넣으면 더욱 좋다. 목욕 후에는 목욕물을 그냥 버리지 말고 바가지나 의자, 세숫대야 같은 욕실용품을 담가놓고 나온다. 다음날이면 때가 쏙 빠져 있거나 때가 불어 쉽게 닦인다.
베이킹 소다로 치약도 만들어 쓸 수 있다. 입 냄새를 없애고 충치 예방 효과가 있으면서 소다를 조금 삼키더라도 문제가 되지 않아서 좋다. 베이킹 소다 4큰술에 글리세린 1큰술, 좋아하는 에센스 오일을 몇 방울 첨가해서 잘 섞은 다음 용기에 넣어서 쓰면 된다. 베이킹 소다 치약은 옷에 묻은 얼룩을 지울 때도 효과가 있다.
하지만 베이킹 소다 치약을 만들기가 번거로울 때는 베이킹 소다 가루를 칫솔에 뿌려서 이를 닦으면 간편하다. 가볍게 가글만 할 때도 베이킹 소다를 이용하면 좋다.
송은숙 건강전문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