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눗물처럼 소변에 거품이 많이 생긴다면 만성신장병을 의심해봐야 한다. | ||
요즘 K 씨처럼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신장기능이 나빠지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고 한다. 흔한 신장질환이 무엇인지, 어떻게 해야 신장 건강을 지킬 수 있는지 알아본다.
‘당뇨병’ 하면 발병률이 높아져 국민병이라는 표현을 많이 한다. 그런데 당뇨병보다도 더 흔한 질환이 바로 신장질환이다. 실제로 최근 대한신장학회의 발표에 따르면 전국 39개 종합병원 건강검진센터에서 2005년도 1~12월 말까지 건강검진을 받은 18세 이상의 성인 32만 9581명을 분석한 결과, 신장병이 7.7%를 차지해 국민병이라는 당뇨병(4.2%)이나 빈혈(3.5%)보다도 많았다.
명치와 배꼽 사이에 해당하는 부분의 뒤쪽, 등쪽의 척추 양쪽에 있는 신장. 혈액을 걸러 노폐물을 오줌으로 배설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또 수분이나 소금이 배설되는 양을 조절해서 항상 일정한 농도를 유지하도록 하고 적혈구 생성호르몬, 활성화 비타민 D 등을 분비하기도 한다.
만약 여러 가지 원인으로 신장이 손상되면 이런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다. 하지만 증상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진전되었을 때는 이미 신장의 기능이 80% 이상 떨어져 있을 정도로 둔하기 짝이 없는 기관이다. 따라서 조기 발견이 가장 중요하다. 소변검사와 함께 신장기능이 나빠진 사람들에게 흔히 나타나는 근육분해물질인 혈청 ‘크레아티닌’ 수치를 측정하는 방법으로 쉽게 알 수 있다.
신장질환 중에서도 만성신장병이나 신장염, 신우염 등이 가장 많다. 혈액투석 또는 신장이식밖에 방법이 없는 만성신장병의 경우 현재 고혈압, 당뇨 같은 질환을 갖고 있다면 요주의 대상이다. 이들 질병을 잘 관리하지 못한 채 10~20년이 지나면 합병증으로 신장이 서서히 나빠지는 만성신장병이 찾아오기 쉽다. 이외에 만성신장염이나 만성신우염, 다낭포신 등도 원인이다.
만성신장병 초기에는 특별한 증상이 없지만 진행하면서 온몸이 붓는 전신부종, 소변에 거품이 유난히 많이 보이는 등의 증상을 보이므로 잘 체크한다. 정상적인 소변도 거품이 생기기는 하지만 마치 비눗물처럼 양변기에 거품이 많이 일어나는 경우는 소변을 통해 단백질이 흘러나오는 심한 단백뇨일 가능성이 있다. 밤에 자다가 두 번 이상 깨서 소변을 보는 경우에도 의심해봐야 한다.
▲ 고려대 안암병원 김형규 교수가 환자를 진찰하는 모습. | ||
신우염은 대부분 대장균에 의한 감염이 원인이다. 여성에게 더 많은데 초기에는 감기와 증상이 비슷해서 그냥 넘기기 쉽다. 고열과 옆구리, 아랫배 통증을 호소하고 소변을 볼 때 불편하다. 신우염은 항생제를 쓰면 치료가 잘 되는 편이다. 하지만 2회 이상 신우염에 걸릴 때는 신장결석 같은 다른 원인이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김형규 교수의 도움말로 평소 신장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는 건강수칙을 알아본다.
△되도록 육류섭취를 줄이는 것이 좋다. 육류보다는 생선이나 우유, 달걀 등으로 양질의 단백질을 섭취하면 된다.
△탈수가 되지 않도록 주의한다. 더운 날이거나 덥지 않아도 땀이 많이 나는 운동을 할 때는 그때그때 수분을 보충해주는 것이 좋다. 당뇨나 고혈압이 있거나 60세 이상인 경우는 특히 신경 쓴다.
△고혈압, 당뇨를 잘 관리한다. 고혈압, 당뇨가 있으면 1년에 2번은 소변검사와 함께 신장기능을 알려주는 수치인 혈청 크레아티닌을 체크해야 한다. 만약 소변검사에서 이상이 있는 경우에는 이들 질병을 철저하게 관리해야 한다. 예를 들어 보통 고혈압환자의 치료목표는 140/90mmHg이지만 소변검사에서 이상이 있다면 120/75mmHg으로 잡는다.
△불필요한 약이나 건강식품은 피한다. 신장은 체내의 노폐물 외에도 약물의 대사물이 배설되는 곳인 만큼 신장 기능이 떨어져 있는 사람은 약물 복용에 주의해야 한다. 예를 들어 방사선 촬영을 할 때 쓰는 조영제나 감기약에 들어가는 항생제와 해열제, 관절염에 먹는 소염진통제 등은 신장에 무리를 줄 수 있는 약이다. 따라서 꼭 필요하지 않은 경우가 아니라면 삼가는 게 좋다. 이미 신장병이 있다면 영양제나 건강보조식품 등을 고를 때도 의사와 상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편식을 피한다. 몸에 좋다는 몇 가지 식품만 먹으면 영양의 균형이 깨질 뿐만 아니라 신장에도 부담을 준다.
△적당한 체중을 유지한다. 비만은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등이 한꺼번에 찾아오는 대사증후군의 원인이다. 따라서 비만을 해소하지 않고서는 이들 성인병을 예방할 수 없다.
△금연한다. 흡연을 하면 혈관에 나쁜 영향을 미쳐 신장기능을 더욱 떨어뜨려 만성신장병을 악화시킬 수 있다.
△건강검진을 잘 활용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2년마다 무료로 실시하는 검진도 거르지 않고 받는다. 충분하지는 않아도 기본적인 사항을 체크하는 데 도움이 된다.
송은숙 건강전문 프리랜서
도움말=고려대 안암병원 신장내과 김형규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