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여름방학에 맞춰 휴가계획을 세운 주부 B 씨(38). 바쁘다는 핑계로 자주 찾아뵙지 못한 광주의 시부모님을 찾아뵌 후에 2시간 거리에 있는 완도의 바닷가에서 휴가를 보내기로 했다. 여행가방을 미리 싸면서 아이들 수영복이며 물안경을 챙겨 넣던 B 씨는 지난해 쓰다 남은 자외선 차단제도 함께 담았다. 아무래도 차단효과가 떨어질 것 같기는 해도 3분의 1도 채 쓰지 않은 제품이라 새로 사자니 아까웠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에는 자외선 차단제를 그냥 써도 괜찮을까, 아니면 새로 사야 할까. 보통 화장품은 개봉한 지 1년 이내에는 사용이 가능한데 되도록이면 6개월 이내에 쓰는 것이 좋다. 따라서 유통기한을 넘겼는지 살핀 다음 냄새가 나거나 물과 오일성분이 분리되는지, 고르게 발라지는지 확인한다. 손목 안쪽에 조금 발라서 이상이 없다면 사용해도 무방하다. 만약 변질된 제품이라면 차외선 차단효과가 떨어지는 것은 물론 뾰루지가 돋거나 화장품성 여드름 등의 트러블이 생길 수 있으므로 버리는 게 좋다. 참고로 여름휴가나 마라톤 등을 할 때 쓴 자외선 차단제는 차단지수가 높은 제품으로, 다른 계절에는 차단지수가 낮은 제품을 써도 무방하다. 쓰던 제품의 뚜껑을 꼭 닫아 랩, 비닐봉지 등으로 싸서 냉장고에 넣어두면 다음해 여름에도 쓸 수 있다.
이외에도 여름철 필수품인 자외선 차단제에 관한 궁금증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중에는 잘못 알려진 상식도 많다. 자외선 차단제에 관한 잘못된 상식 5가지를 소개한다.
여름철에만 바른다?
흔히 여름철에만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는 것으로 아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피부 노화의 50% 이상은 바로 자외선 때문이다. 강한 자외선으로 인한 주름, 기미, 주근깨 등이 생기는 것을 막으려면 사계절 내내 써야 한다. 해가 완전히 진 밤이 아닌 이상 자외선은 겨울에도 있다. 다만 여름철에 자외선이 가장 강할 뿐이다. 1년 중에서는 8월이, 하루 중에서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까지가 가장 자외선이 강하다. 구름이 낀 흐린 날도 맑은 날의 50%에 달하는 자외선이 있다. 또 도시보다는 시골이, 내륙보다는 해안이, 평지보다는 고지대가 자외선이 강하다.
얼굴에만 바르면 된다?
여성들은 남성들보다 자외선 차단제를 잘 챙기는 편이다. 하지만 화장을 하면서 얼굴만 바르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외출하기 전에 자외선 차단제를 바를 때는 햇빛에 잘 노출되는 부위에 모두 바르는 것이 요령이다. 다시 말해 얼굴 외에도 팔, 다리, 목 등에도 발라야 한다.
이때 적어도 자외선에 노출되기 30분 전에는 차단제를 발라야 차단 성분이 피부에 스며들어 충분히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다.
실내에선 안 발라도 된다?
집이나 사무실 등의 실내에서도 자외선의 존재에 신경을 써야 할까. 정답은 ‘예스’다. 외출을 하지 않고 거의 집안에 있는 시간이 많은 주부, 사무직 직장인 등도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는 것이 좋다.
강남이지함피부과 이유득 원장은 “창문이 자외선 B는 막아주지만 자외선 A는 창문, 커튼을 통과하기 때문”이라며 “실내생활을 주로 하는 경우에도 자외선 A를 차단해주는 제품을 발라주면 깨끗한 피부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그렇다고 자외선 A만 차단하는 제품을 고르면 자외선 B까지 차단되는 제품을 하나 더 사야 야외에서 쓸 수 있다. 따라서 애초에 자외선 차단제를 처음 살 때 자외선 A(UVA)와 B(UVB)를 모두 차단해주는 것을 골라야 한다. 대부분 제품 겉면에 표기돼 있어서 쉽게 알 수 있다. 제품에 PA+, PA++, PA+++ 등이 있다면 자외선 A에 대한 차단효과를 알려주는 표시다. +가 많을수록 효과가 크다.
자신의 피부에 맞는 타입을 선택하는 것도 중요하다. 건성피부는 유분을 함유해 보습효과가 있는 제품이 좋다. 반면 지성이거나 여드름이 있는 피부라면 유분이 적거나 아예 유분이 없는 ‘오일 프리’ 제품을 고르면 좋다. 형태는 로션이나 크림, 연고로 된 것 외에도 젤, 스틱, 스프레이, ‘썬밤’으로 불리는 고형재질의 제품까지 다양해졌다. 연고형은 다소 끈적거리고 로션형은 효과가 약해 보통 크림형을 많이 쓴다.
자외선이 100% 차단된다?
아무리 자외선 차단제를 꼼꼼하게 잘 바른다고 해도 자외선을 100% 차단할 수는 없다. “자외선 차단제만 너무 믿지 말고 자외선이 강한 한낮에 오랜 시간 밖에서 활동할 때는 UV 코팅이 된 선글라스, 모자, 긴팔 옷 등으로 최대한 자외선에 노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이유득 원장의 설명이다.
요즘에는 자외선 차단 기능을 하는 섬유로 만든 옷도 나와 있다. 모자의 경우에는 얼굴을 보호하려면 챙 길이가 8㎝ 이상인 게 좋고 사방에 챙이 달리거나 챙에 자외선 차단 필터를 붙인 선캡을 고르면 좋다. 얼굴부터 목까지 긴 마스크처럼 뒤집어쓰는 ‘마프’는 주름살이 잘 생기는 목을 자외선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어서 인기. 마스크와 머플러의 기능을 합친 것이다.
자외선 차단제에 이런 제품까지 동원했는데도 햇빛에 노출된 후에 피부가 따갑고 화끈거릴 때는 차가운 우유, 스킨, 물 등을 적신 화장솜을 올려 진정시켜 준다. 오이, 감자 등의 재료로 천연 팩을 해주는 것도 효과적이다.
한번만 바르면 된다?
같은 자외선 차단제를 발라도 차단효과가 지속되는 시간은 계절이나 지역, 날씨, 햇빛에 대한 감수성 등 여러 가지 조건에 따라 달라지기 마련. 보통은 하루에 1~2회 정도 바르면 충분하지만 햇빛이 강할 때는 자외선 차단제를 가지고 다니면서 3~4시간마다 덧발라 주어야 차단효과가 지속된다.
특히 물에 닿으면 효과가 떨어지므로 바닷가, 수영장에서는 자주 발라주도록 한다. 야외에서는 자외선차단지수(SPF)가 15~25인 제품이면 적당하고, 백사장·수영장 등에서는 30이, 선탠할 때는 5~7 정도가 좋다. 자외선차단지수가 15인 제품의 경우 15 × 15분을 해서 300분 정도 자외선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해주는 것으로 보면 된다.
차단지수가 높을수록 차단 효과가 좋기는 하지만 피부가 가렵거나 부어오르는 알레르기 반응이나 피부염 등 부작용의 염려도 그만큼 높아진다. 피부가 예민한 사람은 자외선 차단제를 고를 때 샘플로 손목 안쪽, 귀 뒤쪽 등에 조금 발라서 피부테스트를 받은 뒤 제품을 고르도록 한다.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는 것만큼이나 씻는 것도 중요하다. 특히 산화아연(Zinc oxide), 이산화티탄(Titanium dioxide) 같은 성분이 들어 있으면 땀, 물에도 강해 여러 번 씻어야 한다. 비누세안만으로는 안 되고 클렌저를 이용해야 깨끗이 씻어낼 수 있다. 화장을 하는 여성들은 세안을 잘 하지만 화장을 하지 않고 자외선 차단제 하나만 바르는 남성들은 세안에 신경을 쓰지 않는 경우가 많아 주의해야 한다.
송은숙 건강전문 프리랜서
도움말=강남이지함피부과 이유득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