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귀지는 지저분하다?
대표적으로 잘못된 상식이다. 귀지를 지저분한 때 정도로 여기면 안 된다. 귀의 건강을 지키는 데 귀지만큼 고마운 존재도 드물다. 귀지선에서 분비되는 귀지에는 단백질 분해효소, 병원균에 대항하는 라이소자임, 지방 등의 여러 가지 성분이 들어 있어서 피부표면이 건조해지는 것을 막고 먼지나 세균, 곰팡이, 바이러스 등이 고막까지 들어가지 못하도록 미리 막는 등의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2. 귀지는 자주 파내야 한다?
귀지가 지저분하다는 생각 때문에 자주 파내는 것이 청결하다고 여기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면봉이나 귀이개 등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귀를 후비다가는 자칫 고막 손상, 외이도염 등이 생길 수 있다. 딱딱한 귀이개나 성냥 등으로 귀를 후비다 귀지의 표피층이 떨어져 나가면 세균이 침입, 염증이 생기는 것이다. 실제로 이런 이유로 병원을 찾는 경우가 흔하다. 외이도와 고막은 피부가 연약해서 쉽게 손상되는 부위다. 예전에 고막에 구멍이 났거나 귀 수술을 받은 경우에는 특히 주의해야 한다.
귀를 후비다가 오히려 귀지를 속으로 밀어 넣어도 문제가 된다. 귀지가 많은 상태에서 귀에 물이 들어가면 귀지가 수분을 흡수해서 팽창하면서 귀가 막히거나 염증을 일으켜서 가렵고 통증으로 고생한다.
굳이 이런 위험을 감수하고 귀지를 파지 않더라도 귀지는 조금씩 밖으로 이동해서 배출된다. 귀지는 귀의 입구에서 고막에 이르는 약 2.5~3㎝ 정도 길이의 ‘외이도’에 붙어 있는데, 외이도에는 실리아라는 조그만 섬모가 돋아 있어서 이 섬모가 귀지를 귀 밖으로 밀어내는 구실을 한다. 귀지의 이동속도는 손톱이 자라는 속도와 비슷해 하루 0.05mm 정도다.
자꾸 귀지를 파내면 귀지를 만드는 귀지선을 자극해서 오히려 더 귀지 분비가 늘어나는 역효과가 나타난다.
물론 귀지를 파내야 하는 경우도 있기 마련이다. 수영이나 목욕 후에 물에 젖은 귀지가 부풀어서 귀를 막아버리는 경우에는 빨리 빼내야 한다. 또 귀지가 제거되는 속도보다 빠르게 만들어지거나 귀 안에 털이 많아 귀지가 자연배출되지 못해도 마찬가지다. 이럴 때는 뭔가 귀가 가렵거나 막힌 느낌이 들고 소리가 작게 들리는 증상이 나타난다. 귀지를 안전하게 제거하려면 집에서 면봉으로 빼내기보다는 가까운 이비인후과를 찾는 것이 좋다. 집에서는 과산화수소수나 알코올, 베이비오일 등을 묻혀 외이도 겉에 있는 귀지만 부드럽게 닦아내도록 한다. 그리고 후빈 귀지를 방에 흘리면 비듬, 각질 등과 함께 집먼지진드기의 좋은 먹이가 되는 만큼 잘 싸서 버려야 한다.
3. 젖은 귀지는 염증 때문이다?
그렇지 않다. 귀지는 노랗거나 회색으로 잘 부서지는 마른 귀지와 갈색의 젖은 귀지 두 가지 형태가 있는데, 젖은 귀지는 주로 육식을 즐기는 백인과 흑인에게 많다. 반면 채식을 주로 하는 동양인은 마른 귀지가 많은 편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이 전보다 고지방식을 즐기면서 서양인들처럼 젖은 귀지가 나오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고 한다. 젖은 귀지는 끈적여서 마른 귀지와 비교할 때 쉽게 빠지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참고로 젖은 귀지가 많은 사람은 겨드랑이에서 심한 냄새가 나는 액취증이 있는 경우가 많다.
송은숙 건강전문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