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칫 방부제가 든 인공눈물 때문에 진짜 ‘눈물’을 흘릴 수도 있다. | ||
그래서 요즘에는 ‘일부러’ 우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울면서 억눌렸던 감정을 토해내는 명상법이 있는가 하면, 일본이나 미국 등지에서는 울기 모임도 생겨나고 있다.
만약 눈물이 없다면? 눈에 들어간 이물질을 희석하고 배출시키는 역할을 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눈을 촉촉하게 유지하지 못해 눈 표면의 세포가 아예 말라죽게 된다. 눈물이 적어도 면역 단백질의 농도가 떨어져서 방어력이 약해지게 된다. 또 눈물이 하는 일 중의 하나는 공기 중의 산소를 흡수해서 눈에 직접 공급하는 것이다. 혈관이 없는 각막에 신선한 산소와 함께 포도당을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눈물은 3개의 층으로 이루어져 있다. 가장 표면에 있는 지방층과 중간층인 수성층, 그리고 가장 바닥에 있는 점액층이 그것이다. 지방층은 수성층이 마르지 않도록 해주고, 점액층은 눈물이 퍼지지 않도록 모아주는 역할을 수행한다.
눈물의 성분은 99%가 수분이다. 하지만 나머지 1%에는 각종 영양물질과 면역물질이 풍부하다. 눈에 영양을 주는 면역글로불린이나 알부민 같은 단백질, 삼투압을 유지하는 나트륨, 화학반응을 조절하는 망간 외에도 눈에 들어간 이물질을 용해해서 감염을 막는 라이소자임이라는 성분도 있다. 눈물에 눈의 표피세포, 눈 가장자리의 분비선에서 나온 지방 등이 합해지면 눈곱이 된다.
이런 눈물의 성분은 눈 건강 상태에 따라 달라지기도 한다. 안구건조증인 사람의 눈물을 검사해 보면 단백질 성분과 점성은 줄어들고 염증 반응에 관여하는 사이토카인, 단백질 분해효소 수치가 높다.
눈물의 성분이 혈당과 관련이 있다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도 있다. 미국 인디애나주 안과연구소 차터지 박사는 “당뇨병 환자 200명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당뇨병 환자의 눈물에 환자의 혈당 수준과 유사한 비율의 당분이 포함돼 있는 것을 발견했다”고 밝힌 바 있다.
매운 양파를 썰 때처럼 별다른 감정 없이 흘리는 눈물과 기쁘거나 슬플 때 흘리는 감정이 담긴 눈물은 어떻게 다를까. 이런 궁금증은 미국의 생화학자 윌리엄 프레이 박사에 의해 풀렸다. 두 가지 종류의 눈물을 비교했더니 감정이 섞인 눈물에서는 카테콜아민이라는 성분이 다량으로 들어 있었다. 카테콜아민은 우리가 스트레스를 받을 때 몸속에서 만들어지는 호르몬으로, 반복적으로 분비되는 경우에는 위염 같은 소화기 질환이나 심근경색, 동맥경화 등의 발병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몸에 해로운 카테콜아민 성분을 몸 밖으로 배출시키는 것이 바로 눈물이다.
따라서 너무 기뻐서 또는 너무 슬퍼서 눈물이 날 때는 참지 말고 그냥 우는 것이 긴장을 풀고 속을 후련하게 만들어줄 뿐만 아니라 혈압을 낮추며 심장 건강에도 좋다. 실제로 동맥경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소리 내어 우는 사람이 눈물을 흘리지 않는 사람보다 심장마비를 일으킬 가능성이 적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또 건강한 성인과 위궤양이 있는 성인들에게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위궤양 환자의 경우 건강한 사람보다 울음에 대해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잘 울지 않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눈물을 흘리고 나면 속이 후련해지고 스트레스가 풀리는 효과도 분명히 있다. 뇌파와 안구운동, 심전도의 변화를 살펴보면 눈물을 흘리는 순간 스트레스가 최고조에 달하다가 눈물을 흘린 직후에 평상심의 상태로 돌아간다.
보통 남성들은 여성들보다 눈물에 크게 인색한 편이다. 남성들이 우는 횟수는 여성들의 5분의 1 정도라고 한다. 남성의 평균수명이 여성보다 짧은 것은 잘 울지 않기 때문이라는 보고도고 있다.
▲ 영화 <새드무비> 포스터. | ||
한두 번 울다 보면 우울하고 부정적인 생각이 많아질 것이라는 걱정은 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긍정적인 정서를 갖게 되고 위, 심장 건강이 눈물을 참는 사람보다 양호한 경우가 많다.
진짜 눈물은 아니지만 인공눈물에 대한 상식도 알아두는 것이 좋다. 안구건조증으로 고생하는 사람들 중에는 병원에 갈 시간을 절약할 생각으로 약국에서 처방전 없이 살 수 있는 종류의 인공눈물을 구입해서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자칫 방부제가 든 인공눈물 때문에 진짜 눈물을 흘릴 수도 있다. 눈물과 같은 산성도를 유지하기 위해 들어가는 방부제 때문이다.
“벤잘코늄(benzalkonium) 같은 방부제는 항균작용이 뛰어난 만큼 독성도 다른 보존제들보다 4배가량 높아 주의해야 한다”는 것이 강남새빛안과 김무연 원장의 지적이다.
각막 신경이 민감한 편이라면 벤잘코늄으로 인해 알레르기 반응이나 각막 부종이 생길 수 있다. 안구 표면의 점액층이 굳어서 각막 상피에 상처를 내는 경우도 있다.
이런 염려를 줄이려면 인공눈물을 고를 때는 벤잘코늄을 비롯한 유해 방부제 성분 여부를 확인, 농도가 낮거나 아예 없는 제품을 고르도록 한다.
방부제가 든 인공눈물을 처음 사용할 때 따가운 느낌이 있거나 이런 느낌이 2주 이상 계속되면 사용을 중단해야 한다. 계속 인공눈물을 사용하려면 방부제가 없는 인공눈물로 바꿔야 안전하다.
한편 콘택트렌즈를 착용하는 사람이 방부제 함유된 인공눈물을 쓰다가는 렌즈 표면에 성분이 달라붙어 산소투과율이 떨어지게 된다. 이로 인해 눈이 금세 피로하고 심하면 염증이 생길 수도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어떤 안약이든 약을 사용하는 기간에는 렌즈 사용을 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이무연 원장은 “하루에 4번 이상 인공눈물을 넣을 정도로 안구건조증이 심하다면 무방부제 인공눈물을 쓰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무방부제 제품 역시 잘못 사용하면 해롭다. 제품에 따라 개봉 후 하루 이틀만 사용하고 버려야 하는데 아깝다고 그냥 쓰다가는 세균 감염의 위험이 따른다”고 조언했다.
인공눈물 대신 식염수를 눈에 넣는 것은 삼가야 한다. 눈물 속에 있는 단백질처럼 필요한 성분을 씻어내기 때문이다.
한 가지, 중년 남성들에게 안구건조증만큼 흔한 질환이 하나 있다. 안구건조증과는 반대로 눈물을 지나치게 많이 흘리는 유루증이다. 눈물이 내려가는 길이 눈물의 지방성분으로 인해 막히거나 과다 분비될 때 생긴다. 한쪽 또는 양쪽의 눈에서 아무런 자극이 없는데도 눈물이 줄줄 흐를 때 의심해봐야 한다.
송은숙 건강전문 프리랜서
도움말=강남 새빛안과병원 김무연 원장